갤러리 도스 ‘May’ 공모기획-정찬부 ‘발. 아 (發我)’ 展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May’ 공모기획 – 정찬부 ‘발. 아 (發我)’ 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15-52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 전시기간: 2012. 5. 16(수) ~ 5. 22(화) 7일간
빨대를 조각조각 잘라 이미지로 옮기는 작업은 논리나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어쩌면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씨앗들이 싹을 틔우길 바라는 마음에 더 가깝다.
씨앗들이 어디론가 날아가면, 그 곳이 차가운 곳, 혹은 건조한 곳이라도 놀라운 생명력으로 주변을 밝게 한다. 씨앗은 하늘의 별이 되고, 꽃이 되며, 새로운 생명의 뿌리를 내린다.
처음에는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회용품이었지만, 시간이 더해지면서 형을 이루고 색을 품으며 개성을 가진 대상으로 변화 한다. 굳이 많은 의미와 거창한 담론이 아니어도 내겐 불변하는 생명력으로 끊임없이 재생되어 ‘발아'한다.
우리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플라스틱이 있다. 시선이 가는 곳마다 수많은 화학적 합성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제는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인류는 알게 모르게 자연물에서 인공물로 잠식당하고 있으며 현대인에게는 자연의 풍경보다 인위적인 풍경이 더 익숙할 지도 모른다. 작가는 플라스틱 빨대라는 주변의 물건을 재료로 선택하고 그 자체를 현대성을 반영하는 매개체로 받아들인다.
일정하게 나눠진 형형색색의 단위들은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는 씨앗처럼 새로운 생명체의 모체가 되어 유기적으로 뻗어나간다.
전시 주제인 '발아'는 식물의 싹이 발생한다(發牙)는 일반적인 의미도 갖지만 새로운 생명으로 재창조하는 작업과정이 곧 자신이 가진 작가적 에너지를 표출하는 행위(發我)임을 의미하기도 한다.
플라스틱은 순수하게 인간이 만든 물질이며 시적인 감성보다는 현실을 자극한다. 빨대가 가진 현란한 색채와 깊이 없이 드러나는 노출 그리고 대중성은 현대적 감수성을 잘 드러내는 표현도구로 받아들여진다. 작업 전반에 걸친 분해와 재조합의 과정은 빨대가 가진 일상의 기능성을 해체하며 플라스틱이라는 물성을 부각시킨다.
이렇게 재료를 만지고 느끼고 사고하는 상호과정은 완결된 작품으로 형상화하는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돌, 나무, 금속과 같은 전통적인 재료와 비교되는 가벼운 밀도와 값싼 이미지는 작가에게는 극복해야할 대상이며 역으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한다.
분자를 연상시키는 최소한의 파편들은 양감과 무게를 지닌 자연의 이미지로 재조합된다. 작가는 정형화된 형식을 적용하기보다는 재료가 이끄는 대로 형상들을 발전시킨다. 작은 단위들이 모여 큰 구조를 이루는 과정을 통해 상호 연관성을 지닌 하나의 유기적 형태로 진화하는 것이다.
빨대 한 조각은 최소한의 조형 요소로서 회화에서의 한 붓질과 같다. 일정한 길이의 빨대가 이어지고 뻗어나가면서 만들어내는 수많은 색 점의 물결들은 매끈거리는 표면의 질감과 함께 작가만의 고유한 감각을 드러낸다. 노동 집약적인 결과물의 첫 시작은 작은 플라스틱이지만 그 안에는 어떤 형태로든 재탄생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응축되어 있다. 빨대가 가진 에너지는 생명의 에너지로 전환되며 그 안에는 이미지와 실재, 인공과 자연이라는 이중적인 현실이 평행한다.
정찬부는 빨대가 가진 고정된 통념을 뒤엎고 유기적인 형상으로 재창조하고자 한다.
재료가 가진 물성은 작품에서 적극적인 의미를 가지며 이러한 오브제의 사용은 작품에 현대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작가의 손을 거친 작은 인공 조각들은 발아하여 무한한 생명력을 얻는다.
기존의 용도를 전환하고 형태를 변형하는 심상치 않은 과정은 흔한 일회용품을 예술로 격상시킨다. 익숙함이 낯설음이 되는 시각적 충돌과 괴리는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문명 그리고 자연의 관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으로 여겨졌던 일상의 물건이 보여주는 새로운 풍경들은 보는 이의 시각에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작가 약력
학력
2006 중앙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졸업
2001 전남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2012 발. 아 (發我), 갤러리도스 서울
2008 In the garden, 성보 갤러리, 서울
2004 내 안에 짓다, 갤러리 피쉬, 서울
단체전
2012 마법의 나라, 양평,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2012 백일의 꿈, 김해클레이아크미술관, 김해
2011 The earth, 성북구립미술관, 서울
2011 시월의 고백, 갤러리 터치아트, 파주
2011 나비의 꿈, 광주시립미술관, 광주
2011 Help Earth, 갤러리 이앙, 서울
2010 씨앗 저장소, 세오갤러리, 서울
2010 반려식물, 닥터박갤러리, 양평
2010 Plastic poem, 키미아트, 서울
2010 Object-Object, 삼청갤러리, 서울
2009 행복의 기호, 갤러리 코사, 서울
2009 홍대 앞 다시보다,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2009 야생동물들-야생 도라산에 가다, 도라산 평화공원, 파주
2009 일상의 기호, Space Hole and Corner, 서울
2009 노스텔지아, 백민미술관, 보성
2008 과천국립과학관 개관기념展, 과천국립과학관내, 과천
2007 푸른흙 정기展, 갤러리 성보, 서울
2006 한국 조각가 협회展, 세종문화회관, 서울
2005 사소한 것의 가치, 인사갤러리, 서울
2004 중앙조각회展, 관훈갤러리, 서울
2003 조각그룹 푸른흙-창립展, 종로갤러리, 서울
2002 대한민국미술대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www.koreaarttv.com
한국사진방송 김한정 기자 (merica2@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