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위치한 갤러리 브레송에서는 5월 4일부터 16일까지 사진가 백지현의 두 번째 사진전 '백두준령'이 열리고 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 설악산, 태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국토의 등줄기로 기다란 끈을 잇는 거대한 산줄기다. 이들 산줄기는 삼국시대에는 국경을 결정짓는 선이 되기도, 행정구역의 경계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백두대간은 우리 한민족에게 단어 자체가 주는 이미지는 강하고 단단하며 민족적 긍지와 자긍심까지 주는 단어가 백두대간이다. 한반도에서 자연적 상징이며 정신적 기반이 되는 산줄기다. 그럼에도 한국 현대사와 함께 지내온 백두대간은 전쟁과 산업화, 그리고 인간의 인재 등으로 인해 수많은 괴롭힘을 당해 온 것도 안타까운 사실이다.
이번 백두대간 전을 여는 백지현 사진가는 긴 세월 사람에 의한 몸살 속에서도 굳건히 자신의 모습을 존속하고 있는 백두대간의 강인함을 표현해 내었으며 한국의 산이 아기자기하며 그 안에 정이 넘치는 부드러운 느낌도 함께 담아냈다.
사진 백봉령은 눈 덮인 마을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고 적당한 위치에 집들이 존재해 있어 자연과 인공물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다. 그 안 어딘가에서 서양 풍습의 산타크로스가 둘러맨 가방 가득히 선물을 들고 집집마다 방문하는 듯 동양적이 아닌 서양적 이미지도 풍겨내고 있다.
백지현의 사진에는 사람의 흔적이 있다. 그래서 편하다. 깊은 산골이지만 그 안에 숨쉬는 인간의 흔적들로 인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을 드러내고 백두대간이 홀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함께 존재하는 공동체임을 보여준다.
나무와 산자락 그리고 하얀 눈, 그속에 간간히 비쳐오는 사람 흔적의 모습은 자연의 조화로움으로 비쳐지며 그 안에는 역시 한국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독립기획자 이일우씨는 백지현의 사진을 "늘상 우리 곁에 있었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태백산 인근의 산들을 사진을 통해 사실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여 우리 땅의 풍경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그 속에 공존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들을 관찰자적 시점에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의 작업은 너무나 자연적이고 사실적이다. 그의 작품이 우리의 산과 강을 시각화하는 아날로그적 재현 관점과 이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을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드러내 잊혀져가는 우리의 산과 땅에 대한 이해를 사진을 통해 보여준 작품이다. 그런 관점에서 그의 사진은 풍경이 풍경이 아닌 듯, 기록이 기록이 아닌 듯, 오묘하다.
백지현의 첫 번째 전시는 불교의 발상지인 티벳을 여행하며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진전이었다. 첫 번째 전시가 바라보는 관람자 입장에서 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전시였다면 이번 전시는 깊이 있고 무게감이 실려 있는 전시다. 웅대한 산의 자태와 산줄기의 굵직한 선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도전의식이 느껴지고 백두대간 아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마저 느끼게 한다. 이는 보는 관람자에게 무게감과 함께 자연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백지현은 이번 전시는 동양 사상을 기반으로 한 산수에 대한 철학적 탐구와 한국의 산수가 지닌 빛과 색채, 조형적 아름다움을 시각화한 사진이라 했다. 오랜 세월 모진 풍파 속에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켜온 백두대간의 모습을 자연에 대한 인간의 서사적 응시를 풍경으로 승화시켜 전시하고자 하였으며 "태백의 겨울 산을 동양 산수의 형식을 빌려 사진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경외와 우리에게 '오늘날 산수란 무엇인가'에 대한 동양적 사유를 전달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는 자연의 장엄함 속에 속해 함께 존속해 있는 인간의 소박한 모습을 찾아 낼 수 있는 전시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