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벌거벗은 몸으로 두 손 움켜쥐고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걷기 시작한다. 걷는 다는 것은 발로 걷는 걷도 있지만
마음으로 먼저 걷는 길도 걷는 것이 아닌가!
그런 작고 순결한 맘으로 길을 따라 걷는다는 그 행위가
점 점 흥분의 길이 되고 있다.
다섯번째 날은 신원역에 주차를 하였다. 주차공간도 넉넉하고
주변엔 몽양여운형 독립운동가의 기념관도 있었다.
아신역까지 걸어 보는 이 작은 행복을
봄 날 푸른 녹음의 잎새위에 새겨 놓는다.
비가 온다고 하였지만 햇살은 자욱한 안개와 함께 봄날은
우리를 흥분하게 한다.
녹색은 이제 완연히 짙어져서 꼬마티는 벗어 난 듯하였다.
걷는 길이 상큼하긴 하지만 따가운 햇살은 뜨겁기만 하였다.
점심은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였는데 검색해 온 벗이 말한다.
아신역까지 먹을 곳이 별로 없다고. 하여 근처 국수역에서
잔치국수를 먹고 봄 날의 그 따가운 햇살을 만나러 간다.
길을 걸으면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고 오는 귀한 시간이기도 하였다.
길을 따라 걷는 것은 내가 어디에 마음길을 열어 두는가를 보는 것이었다.
길따라 저마다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어 서민의 아픔이 보이고
가슴이 찟겨진 상처난 마음길이 보이곤 하였다.그 아픔을 모두 치유하듯이
따가운 햇살은 빗살처럼 가슴을 파고 들었다.그런 햇살을 가리려고
우산을 쓴다.
아신역까지 먹거리가 없다는 그 검색은 조금 오래 된 이야기 같다.
아신역 가기 전 터널 근처에 정다운 잔치국수와 파전과 막걸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국수에 양이 안 찬 것인지 아니면 마음에 아직
배가 안 찬 것인지, 다시 들어가 파전에 막걸리를 놓고
아스팔트위에서 힘든 발을 쉬게 한다.
녹음이 짙어지는 산은 자꾸 자꾸 내 눈 속으로 들어 온다. 그 앞에
작고 아담한 호박잎 같은 풀이 시멘트 담벼락에 붙어서 자란다.
한점 흙만 보이고 시멘트 틈새가 있다면 거기서 살리.
내 존재의 가치가 없다하더라도 나 거기서 살리.
내 뿌리가 다 드러나도, 내 잠시 살다가더라도
나 거기서 그렇게 살리.
나의 님이신 태양이 나를 버리지 않으신다면...
그렇게 길따라 스며든 이야기는 내게 안식처가 되고 시선이 되었다.
깊은 물 속으로 녹음이 내려 앉는 나무의 모습 또한 아름다운 날
철길따라 얼마나 많은 역사가 이루어 졌을까?
그러나 그렇게 어제도 오늘도 가고 또 가는 것이 길이다.
뭍혀진 기억이라하지만 뭍혀진 것도 없다 다만 우리가 뭍엇다 할 뿐...
하나의 길을 갖고자 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다.
내리막 길이 있어 돌아가야하고
냇물이 가로 막고 있어 돌아가야 하는 길.
막는다고 투덜이 하지 말자. 돌아가야 한다고 흥분하지 말자.
그 길에 누굴 만나는지 기뻐하자.
걷는 다는 것은 인내를 하기에 알맞은 시간 같다.
태양을 비켜가는 일.
나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듣는 일.
바람이 일어 나는데 그 바람이 무슨 말을 속삭이는지 듣는 일.
이 번 마음 길은 봄 날의 흥분 된 길이 었다. 신원역에 도착하여
몽양여운형님 생가를 방문하였다. 하늘엔
그 분의 얼을 열고자 하시는지
기상이 충전한 신화의 행적이 그려 졌다.
살아가는 길에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난다. 만난 다는 것은
이제 그와 길을 터놓았다는 것이다. 그 길을 가는 도중에
많은 시행착오 돌아 가야 하는 일, 막는 일 들이 있다하더라도
생각하면서 무엇이 소중 한 것인지 뒤돌아 보면서
그 길을 스스로 닦아 보는 것은 어떨까하면서
세인들의 마음 길이 되어준 양수리길 다섯번째 이야기를 마칩니다.
[한국사진방송]http://koreaarttv.com
이세은기자 hidam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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