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1979년 생명의 흔적을 주제로 펼친 전시 <벽>을 시작으로 1996년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구름>, 2000년 에로티시즘의 원형을
다룬 <정물>, 2004년 삶의 순간과 소멸을 이야기한 <나의 구름>,
2006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동화로 회귀한 <메모리>, 2007년에는
원숙한 삶의 이야기를 펼친〈구름의 정원>을 발표했다.
삶의 본질을 더듬어 가는 일련의 시리즈 작업을 통해 마침내 그 삶의
원형을 발견하기 위해 2007년부터는 인류문명 발상지 아프리카에서
태고의 빛을 담아내기 위해 <투루카나의 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시제목: Color of Sexual
전시기간: 2012년 5월23일(수) – 2012년6월5일(화)
전시 장소: 갤러리 그림손
110-240서울특별시종로구경운동 64-17 Tel 02)7331045. Fax. 02)733-1047
www.grimson.com.kr E-mail: ingo@naver.com
*휴일에도전시합니다.
사실, 어떤 상황이나 사물에 각인된 인상은 평소 우리의 의식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인상은 연상의 최초 유도체로서
어떤 자극물에 의해 언제 어디서든 의식에 돌출되는데, 김광수 사진은
바로 이러한 자극물들이 탁월한 시각적 해석으로 이어진 것이다.
김광수 사진은 이러한 조건 반사를 통한 자극된 기억의 결과로,
논리적으로 인지할 수 없는 매우 임의적이고 주관적인 판타지이다.
김광수 작품의 진정한 메시지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과나무, 복숭아, 꽃, 피망, 장난감 자동차, 젤리, 유리병과 사탕 등은
우리 눈에 아주 익숙한 사물이면서 기억의 오브제들이다. 이 오브제들은
작가의 주관적 의식이 대상에 투영되어 반사되는 자기반향(自己反響)
으로 형언할 수 없는 기억의 반향물이다. 젤리의 연분홍 색은 영원히
작가가 가슴에 담아두고 싶은 가련한 여인의 속살로 은유 한다.
작가는 아담과 이브가 사과를 베어 문 이유를 청춘 남녀가 몸을 뒤섞는
상징 기호로 의심했다. 의혹은, 탐문의 결과를 추적하는 추리작가에게는
논리이지만 예술가는 ‘그렇게 판단했다’라는 결론만으로 충분하다.
이번전시는김광수작가의내재된감각이일정한틀이아닌직관적작업에
의해표현된것들이다. 김광수에게칼라는에로틱판타지의시그널이다.
그것은음탕한탐닉이아니라상상으로이어지는에너지이다. 자동차와사탕,
젤리등동화적요소가잠재된일련의칼라는일상의본능을자극한다.
붉은사과와원시의땅아프리카케냐의밤하늘을비행하는화려한별무리는,
강아지가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아담과 이브의 원초적 성애를 상상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은 체득이
아니라 타고난 본질이다.
작품을 채우고 있는 내용은 다름 아닌 일상의 작은 물질들이다.
이는 작가의 유년기를 지배한 골목의 작은 구멍가게의 전시품들이다.
그 달콤하고 쫀득한 물질을 감싸는 어눌한 칼라들이, 작가의 감수성을
자극했고 그것이 섹슈얼이라는 다소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에로틱은 남녀만의 카테고리가 아니라 마치 호주머니 속 노리개처럼
순간을, 일상을 자극하는 상상놀이이다. 열감에 찬 젤리의 붉은 피부와
본능에 갇힌 향수병 안의 하트의 열정은 색의 시그널에서 출발한다.
잎이 지고 난 사과나무는 수액 전부를 붉은 색에 주사하고 있다.
떨어지지 못하고 애써 매달린 사과는 다음의 생명을 잉태하기 색의
교태를 부리고 있다. 칼라의 결에서 느껴지는 본능의 건재함과
즐거움이 이번 전시를 통해 여름의 태양에게로 달려갈 것이다.
작가 노트
커머셜 사진 작업을 오래한 이력이 지금의 작품들에 큰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광고 사진은 사물의 형태와 결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런 집중력이 정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스튜디오의 한 구석에서 상상의 결정체들을 앞에 두고 고뇌하듯
투시하다 보면, 무너져 내린 갱도 속에 갇혀있던 기억들이 좀비처럼
집단으로 달려옵니다. 나 자신도 그 기억의 무리에 섞여 혼절과 냉정을
거치면서 얻어낸 것이 ‘Color of Sexual’입니다.
어릴 때 동네가게에서 이빨이 녹아 내릴 듯 씹어 먹은 젤리와 사탕이,
장난감 자동차와 어울러져 섹슈얼한 에너지로 다가올 지 몰랐습니다.
섹슈얼의 기본기는 에너지라는 생각으로 사물을 찾아내 재조합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에너지는, 칼라는 내가 살기 위한 몸부림 이었고
소중한 추억의 다른 이름입니다.
첫 감각이 시작된 그 오래 전의 어린 나를 기억해내지 않고서는 오늘도
내일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물질과 욕망의 바다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나친 반성에 매몰되기 보다는, 욕망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 용기의 모태는 추억의 창고를 뒤지는 것이고
그것이 강력한 색의 에너지로 다가왔음을 이번 전시에서 고백하려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