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프랑스가 낳은 20세기의 대표 사진작가이며 매그넘의 공동 창립자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세계 순회 회고전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고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재단이 마련한 이번 전시에서 사진을 기록에서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가 전생애에 걸쳐 포착한
작품 250여점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이번전시는 2003년 5월 1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시작돼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 순으로 열렸다.
그는 베를린 전시 기간에 운명함으로써 이후 행사는 회고전이 됐다.
열한 번째 순회전인 한국 전시회는 결정적 순간을 5가지 순간이란 관점으로 분류해 재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전시는 9월 2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1544-1887.
결정적 순간의 5가지 순간
이기명 (한국展 총감독)
모든 사진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으로 통한다. 살아서 신화였고 죽어서 전설이 된 위대한 사진작가! 그는 한 시대를 직시한 시대의 눈이며 바로 그 자신이 하나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르티에-브레송은 20세기 근대 사진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현대사진의 문을 연 선구자이며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세계 사진 거장 협회인 매그넘의 공동창립자이다.
카르티에-브레송은 뉴스 중심의 사건, 사고 사진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삶으로부터 채택된 사진의 일상성으로 삶에 대한 개혁보다 인식을 강조했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놀라울 정도로 거리의 리얼리티를 포착하며 거리의 시학을 찾았고 그 일상생활의 평범함 속에서 삶의 비범함을 발견했다. 이렇듯 사진내용뿐만 아니라 사진형식에 있어서도 일상의 시각과 크게 다른 극단적인 앵글을 거부하고 표준계 렌즈를 즐겨 사용함으로써 사람이 보는 평범한 시선의 궤도를 유지하였다. 과장이나 강조 및 특이한 표현들을 철저하게 배격함으로써 평범함을 통해 일상성을 보다 분명하게 표출하고자 했다. 그의 독특한 르포르타주 접근은 동시대의 세계 문화와 시각예술에 있어서 불멸의 고전을 남겼다.
카르티에-브레송, 생애 최후의 세계 순회 大회고전이 5월의 한국에서 향연을 준비한다. 사진을 기록에서 예술로 승화시킨 위대한 사진작가가 전 생애에 걸쳐 포착한 사진미학 정점의 작품전이다. 더욱이 최상의 걸작에 최고의 기획자, 로베르 델피르의 기획이 결합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전시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독일 베를린에서 순회전시 중일 때에 카르티에-브레송이 운명함으로써 생애 마지막 전시이자 유작전이 되었다. 당시 프랑스대통령, 자크 시라크는 추모성명에서 “시대의 진정한 증인으로서 그는 정열적으로 20세기를 찍으면서, 자신의 범 우주적인 불멸의 시각으로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문명의 변화를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었다”고 경의를 표했다.
카르티에-브레송은 사진집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있는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을 출판함과 동시에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앙리 마티스가 손수 장정을 맡은 호화로운 사진집인 ‘결정적 순간’은 무류(無謬)의 직관으로 완성된 비전의 신비로움이 모든 사진에서 감돈다. ‘결정적 순간’은 1952년에 출간된 불어판 사진집 제목, 재빠른 이미지(Images a' la sauvette)가 영어판에서 The Decisive Moment로 번역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이다. 이후 수많은 프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에게 사진창작의 신앙으로 받아들여졌고 오늘날까지 사진 촬영의 전통적 규범으로, 작품으로 인정받기위한 촬영의 공리이다.
본 大회고전은 카르티에-브레송의 방대한 사진서고에서 로베르 델피르에 의해 엄선된 265작품과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작품세계와 관련된 각종 인쇄물과 카르티에-브레송의 기념사진, 기자증, 다양한 편지와 자필원고 등 인간 카르티에-브레송을 말해 주는 귀중한 자료 125점이 함께 전시된다. 2003년 5월 1일에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전시회를 시작으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를 순회했으며 한국展은 11번째 순회展이다. 한국展은 결정적 순간을 5가지 순간이란 관점으로 분류하여재구성하였다.
첫 번째 순간, ‘찰나의 미학’은 소형카메라를 사용하여 신속한 동작의 민활한 포착을 통해 시공간의 통합 속에서 완전한 조화와 균형으로 이루어진 찰나이다. 그 찰나는 조형적인 완벽과 기하학적 구성의 조화와 편안한 원근감을 연출한다.
두 번째 순간, ‘내면적 공감’은 결정적 사건의 순간이나 액션의 절정 혹은 동작 포착으로서의 순간이 아니라 의식이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극히 짧은 지속으로서 결정적 감정의 순간을 말한다.
세 번째 순간, ‘거장의 얼굴’은 20세기 주요 인물들의 포트레이트(portrait)작품이다. 그는 즉각적으로 경험한 지극히 개인적인 특이성. 예견치 못한 인상이나 지속되는 상황의 특이성으로부터 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네 번째 순간, ‘시대의 진실’은 20세기의 중요한 증거들을 보여준다. 시대의 이데올로기로서 메시지를 갖기 위해서 카르티에-브레송은 상황, 진실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을 감지했다.
다섯 번째 순간, ‘휴머니즘’은 그의 사진철학이다. 카르티에-브레송은 소박함을 사랑했고 소박한 사람들을 사랑했다. 소박한 눈으로 보고 그러면서도 심장의 고동이 전해지는 강렬한 인간애의 순간에 주목했다.
1. 찰나의 미학
재빠른 이미지(Images a' la sauvette). 1952년에 발행된 불어판 사진집 제목이다. 재빠른 (a' la sauvette)은 불어에서 거의 숙어로만 사용되는데, ‘살짝’ 혹은 ‘남몰래’의 뜻을 가진다. 그래서 재빠른 이미지는 예견치 못한 특별한 상황을 남몰래, 재빨리, 단숨에 프레임을 구성하는 순간포착의 지칭이며 우연미학의 산물이다. 서로 다른 요소들의 일시적인 결합은 예견치 않은 우연한 만남으로 서로 다른 요소(상황)들의 조합으로써 카이로스(Kairos)를 암시한다.
피카소 미술관장, 장 클레르는 “결정적 순간을 찾는다는 것은 사물의 아름다움과 크기 또는 균형을 그 속에서, 순간적으로 그것들을 포착하는 카이로스와 결합시키는 심미적 규칙”이라고 기술했다. 카이로스는 딱 알맞은 것, 즉 적절한 때이자 유리한 순간이며 지속 속에서 선택하는 행위이다. 카르티에-브레송에게 카이로스는 시간의 지속 속에서 적정순간에 때맞춰 도달하듯이, 공간 속에서도 부분들 사이의 조화로운 일치 또 전체와 부분의 비례와 조화를 이루는 결정적 순간 속에서 펼쳐진다.
1930년까지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중형카메라를 사용하여 움직임이 거의 없는 정지된 대상이나 정물을 촬영하는 것이 대세였다. 그러나 카르티에-브레송은 소형카메라인 라이카로 거리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대상을 아주 신속하게 촬영하여 소형카메라로 가능한 거리사진의 미학을 제시했다. 즉 소형카메라를 사용함으로써 비로소 거리에서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소형카메라를 사용하여 신속한 동작의 민활한 포착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합친 통합적인 일치를 시도하였다. 대상을 하나의 전체로 통틀어 시간과 공간을 함께 포괄하는 것이다.
그는 ‘결정적 순간’ 사진집 서문에서 “한 장의 사진에 있어서 구성은 눈에 띤 요소들의 동시적 결합과 유기적 종합의 결과이다...... 사진에는 새로운 조형성이 있는데 그것은 촬영대상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지는 순간적인 윤곽의 생성이 있다.......하나의 움직임 속에는 그 동작의 과정에서 각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한 순간이 있다. 사진은 바로 이 평형의 순간을 포착해 고정하는 것이다.” 그의 결정적 순간은 잘 짜여진 구조와 형태의 엄격한 구성이 한 순간에 동시에 인지된다는 것이다. 그는 현실의 세계가 생생한 빛을 띠고, 명암과 형태가 있는 장소에 꼭 자리 잡는 순간을 쉽게 포착하여 제시하였으며 그의 사진 형식은 시공간의 통합 즉, 완전한 조화와 균형 속에서 찰나였다.
생 라자르역 사진에서 보듯이, 그는 연출이나 꾸밈을 절대로 하지 않고 찍고자하는 대상의 움직임과 주위의 사물들, 선, 면, 계조 등이 스스로 조화를 이루도록 기다렸다가 그 순간을 재빨리 포착하였다. 그는 순간포착작가로서 움직이는 피사체를 응시하는 동안에 구도를 결정했다. 소형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기능 곧 신속한 동작의 민활한 포착이라는 사진의 탄력성을 한계까지 늘리기 위해 순간적인 성질을 활용한 작가였다. 특히 이사진은 역동적인 균형, 도형적인 완벽성, 놀라운 리듬감, 멋진 반사광 그리고 대립되는 요소들의 병치가 주는 긴장감. 황금분할을 이루는 남성의 위치 등으로 우리의 지각의 영역을 가로질러 다가와 감각을 촉발시키는 명작으로 유명하다.
2. 내면적 공감
결정적 순간은 결정적 사건의 순간이나 액션의 절정이 아닌 예견치 못한 느낌의 찰나이다. 즉 동작 포착으로서의 순간이 아니라 의식이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극히 짧은 지속으로서 결정적 감정의 찰나를 말한다. 생성하고 변화하는 과정으로서의 지속은 의식의 흐름이며 지속의 직관은 그 흐름의 맥과 하나로 일치하는 공감이다. 또한 종교적인 맥락에서 초감각적인 찰나의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카르티에-브레송은 ‘선불교와 궁도의 예술(Zen and the Art of Archery)’ 이라는 책을 접하면서 일생동안 선불교에 마음을 사로잡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직관, 무의식 등 개념적으로 지속되는 시간의 찰나는 불교사상에 가깝다.
20세기 전반기 모든 예술에 강하게 영향을 끼친 초현실주의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에게 처음이자 가장 중요한 저항정신이 되었다. 그것은 거짓된 이성을 넘어서서 리얼리티를 추구하고자하는 저항이었다. 사진에서 초현실주의 자동기술법은 우연에 의하여 자신이 가는대로 내버려 두는 촬영 행위로써 심연에 내재된 무의식, 충동, 직감, 환상 등 그 감춰진 영역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자신이 가는대로 내버려두는 것은 연출에 의한 촬영이 아니라 우연과 함께 직감을 따라가는 촬영을 말한다. 카르티에-브레송이 “현존하기 위해 자아를 잊는다든지 피사체가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듯이, 초현실주의자들은 날카로운 이성보다 오히려 모호한 주의력이 진실한 리얼리티에 다가선다고 믿었다.
결정적 순간의 사진적 행위는 존재론적 관점에서 프로이드가 말하는 충동적 무의식과 같이 어떤 ‘시선의 무의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경률교수(중앙대 사진학과)는 “무의식이나 잠재적 감정은 예를 들어 여행에서 전혀 예견치 못한 많은 대상과의 만남으로부터 이유 없이 불쑥 솟아나는 극히 주관적인 느낌과 미묘한 인상 그리고 어떤 이해할 수 없는 기억의 조각들을 경험할 때에 우리로 하여금 거의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향하게 하는 감정들이다. 이때 감정들은 단순한 만남의 우연이 아니라, 말하자면 무의식에 잠재된 또 다른 시선 혹은 욕구이다”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결정적 순간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진 일종의 무의식적 감정이나 심연에 이미 내재된 잠재적 감정이 대상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드러나는 때이다. 이때 내부세계와 외부세계 사이에서 마주치는 공감각의 작용으로 시각적인 의식체계인 시신경의 민감한 조건반사가 셔터를 누르게 한다. 카르티에-브레송의 생각을 결정적 순간의 서문에서 살펴볼 수 있다.
“나에게 있어 사진이란 어떤 상황에 적절한 표현을 부여하는 형태와 구성에 대한 순간적인 인식인 동시에 그 상황의 의미에 대한 순간적인 인식이다. 나는 삶의 행위를 통하여, 자아의 발견은 우리를 정형화하고, 또 우리에 의해 영향을 받는 주변 세계의 발견과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하나는 우리의 내면세계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들 밖에 있는 외부세계라는 두 세계 사이에는 어떤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끊임없는 상호과정의 결과로서 이들 두 세계는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우리가 소통해야만 하는 것은 바로 이 세계이다”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적 관점은 ‘너와나’라는 상대적인 입장에서 대상을 객관화하여 밖으로부터 관찰하는 종래의 인식론적 접근을 벗어나고자 했다. 그는 ‘우리’라는 절대적인 입장으로 자기 자신마저 대상 속에 포함시켜 대상 안에서 직관을 통해 교감하려 하였다. 그의 사진은 대상과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메아리치는 상호과정이며 정신적인 교감과 느낌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3. 거장의 얼굴
20세기 주요 예술가, 문인, 사상가들을 사진예술의 거장의 눈으로 구성한 포트레이트(portrait)이다. 사람들은 초상화라는 수단에 의지하여 자신을 영원히 남기려는 욕구를 지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을 후손에게 넘겨주었다. 그러나 사진술의 발명 이후, 회화는 더 이상 초상화 분야를 발전시키지 못했다. 사진이 그 분야의 몫을 떠맡은 것이다. 카르티에-브레송의 포트레이트는 환경과 분리시킨 채 인물에만 집중했던 기존의 초상화나 초상사진과 달리 인물을 둘러싼 환경까지 중시했다. 그는 어느 개인에 있어서 내면적인 것만큼이나 외면적인 측면에 대한 진정한 고찰을 위해서 촬영인물을 그 개인의 평상적인 상황 속에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포즈를 취하지 않는, 연출이나 조작 없이, 캔디드(candid)한 촬영방식으로 인물이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행동할 때에 셔터를 눌렀다. 바로 꾸밈없는 정직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움을 포착하기 위함이었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언제나 찍고자하는 인물과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첫 인상을 실제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포트레이트를 찍는 법이 없었다. 사전에 인물을 알고 있어야 했고 그 인물과 함께 있어보고, 그의 세계를 탐험하고 호흡한 뒤 그의 내면세계을 꿰뚫어보고자 했다. 특히 촬영 인물에게 포즈를 취하도록 하는 것을 금물로 여겼으며 그 얼굴에서 받은 첫인상을 포착한 표정이면 대개 옳은 것으로 믿었다. 개인적인 인상으로서 결정적 순간, 촬영자가 즉각적으로 경험한 지극히 개인적인 특이성. 예견치 못한 인상이나 지속되는 상황의 특이성으로부터 오는 감정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또한 개인을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촬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 결과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속에서 담아내는 ‘주변 환경을 포함한 포트레이트(environmental portrait)’들은 소품, 배경을 통해서 인물의 개성이나 생활양식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충분한 디테일을 제공한다.
한편 카르티에-브레송의 포트레이트에서 주목할 점은 동적 효과 곧 프레임 구성의 지형학(topology)에서 오는 율동적인 가락이다. 지형학은 강렬한 느낌의 포착으로 구성된 것으로 촬영인물에 관한 면밀한 심리학적 연구이다. 그의 사진은 긴장의 한다발을 가지고 있는데, 긴장은 구성과 정서적인 강렬한 충격의 역설적 조합이다. 그는 강렬한 감정적 느낌을 받을 때 구성하고 구성할 때에 감성적 느낌을 가졌다. 그것은 어떤 구성 스타일과 어떤 강렬한 인상적 충격을 가정하고 있다.
예컨대, 장-폴 사르트르의 포트레이트에서 우리의 시선은 즉각적으로 갑작스럽게 앞뒤로 움직이다가 비스듬하게 갑자기 사선으로 굴러 떨어진다. 사선으로 떨어지는 지형학에서 번개처럼 빠른 속도를 발견하고 구성적인 강렬한 느낌에 빠진다. 그리고 사시 눈을 가진 사르트르의 시선을 순간적으로 포착한 찰나에서 묘한 카리스마나 아우라와 같은 내면이 읽혀진다. 이 사진은 구성적으로 시선이 집중되는 우측 하단부에 사르트르를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프레임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경을 흐리게하여 사르트르 특유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하도록 구조화했다.
4. 시대의 진실
카르티에-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의 사진집 서문에서 시대의 이데올로기로서 메시지를 가지는 르포 사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사진작가들에게 있어 한번 가버린 것은 영원히 가버린 것이다. 바로 이러한 사실에서 우리 작업의 고충과 위력이 비롯된다. 우리의 작업은 현실을 감지하여 거의 동시에 그것을 카메라라는 우리의 스케치북에 담는 일이다.” 1957년 파퓨러 포토그래피와의 인터뷰에서 카르티에-브레송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생은 애플 파이처럼 잘려진 단편 같은 기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사 접근에 있어서 보편적인 방법은 없다. 우리는 상황, 진실을 불러일으켜야만 한다. 이것은 인생의 리얼리티에 관한 시이다.”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은 세상의 문법 혹은 시의 문법으로 쓰여 졌으며 그 두 가지가 일치함을 보여줬다.
카르티에-브레송은 잡지사들이 그의 사진들을 잘라내지 못하도록 보증하겠다는 로버트 카파의 약속을 받은 뒤에서야 인도의 분열상을 취재하기 위해서 1947년에 인도의 봄베이로 향했다. 그것이 매그넘의 첫 프로젝터였다. 그 후 중국에서 국민당 몰락 전 6개월과 공산당 집권 후 6개월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독립시기 동안 체류하였다. 특히 마오쩌둥이 집권하기 직전 청조 마지막 황실의 환관을 촬영하였는데, 마치 황실의 최후를 보는 듯하다. 그는 스탈린 죽음 이후, 공식적으로 소련에 입국한 최초의 서방 사진가이기도 했다. 소련의 군사문화와 서민의 일상생활을 편견 없이 기록하였다. 그리고 베를린장벽 설치 이듬해에 베를린 장벽에 매달려서 무심코 놀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촬영하는 등 20세기의 중요한 증거들을 남겼다. 한편 환경파괴, 화재 등 건설하고 파괴하기에 바쁜 서구사회의 시각적인 기호와 메시지를 잡았다. 산업의 제재와 그 파편은 현대사회의 형상 그 자체였다. 라이프, 파리 마치 등 그래프저널리즘에 소개된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은 그가 20세기의 위대한 사진가 중의 한 사람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당시 포토저널리스트들의 일반적인 통념, 즉 특이한 사건 혹은 사고를 극단적으로 강조하거나 과장하는 것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일상적인 사실을 지극히 평범한 시선으로 촬영했다. 조지 6세 대관식에서 화려한 왕의 행렬이나 그 행사의 중심을 이루는 대관식을 찍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구경하려고 몰려든 인파, 지극히 평범한 인간에게 카메라를 향하였다. 관중들이 모두 영국 조지 6세 대관식을 보고 있을 때에 밤새 자리를 잡고 기다리다 막상 대관식 무렵에는 엉뚱하게 관중석에서 떨어져 잠이든 사람이 귀중한 촬영인물이었다. 그리고 공산당 인민군이 도착하는 긴박한 상황의 베이징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느긋하게 국수를 먹고 있는 중국인의 모습을 담았다. 또한 인도, 중국, 버마, 인도네시아 등지를 여행하면서 동양 민족의 생활과 풍토와 관습을 기록하는 등 일상생활의 희노애락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예외적인 대상들을 예외적인 눈으로 보기보다는 평범한 상황을 언제나 평범한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보편적이고도 근원적인 본질을 더욱 분명하게 파악하였다.
5. 휴머니즘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은 소박함을 사랑했고 소박한 사람들을 사랑했다. 소박한 눈으로 보고 그러면서도 심장의 고동이 전해지는 강렬한 휴머니즘의 순간에 주목했다. 언제나 2등석을 탔으며, 싸구려 호텔에 묵었고, 싼 음식을 먹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만난 사람의 사진은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망각하고 있던 인간의 삶에 대한 근원적인 소망,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애를 마주하게 하는 큰 선물이 되어 돌아왔다. 휴머니즘은 그의 사진철학이다.
그는 어느 때 어느 곳을 대상으로 삼든지 항상 동일하게 인간이 살아가는 일상적 상황, 아늑하고 쾌적하며 편안하게 느껴지는 대상들을 마주쳤을 때에 주로 셔터를 눌렀다. 그는 사진에서 휴머니즘을 일상적 상황 혹은 평범한 삶의 단편 속에서 어우러지는 생활감정에서 발견했던 것이다. 이때 생활감정은 인간의 소박하고 사소한 행복감 그리고 평범함 가운데 맛볼 수 있는 삶의 진실이다. 특히 익살스러움, 유머, 감상적인 것은 우리의 감성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를 호소한다. 첫 유급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 산길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한 채 걸어가는 소년, 사람도 말도 개도 쉬면서 대화를 나누는 평화로운 아일랜드 풍경 등 그의 작품 구석구석은 인간애로 가득히 스며있다.
1930년대 중반 무솔리니와 히틀러 그리고 프랑코에 의해 파시즘이 전 유럽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다른 젊은 이상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카르티에-브레송도 파시즘의 팽창에 반기를 들었다. 1937년에 창간된 공산당 일간지, 스 수아르(Ce Sori)의 사진기자로 취업하면서 로버트 카파와 데이비드 “침” 시모어를 만났다. 그들은 파리 센 강 남쪽 기슭의 카페에서 정기적으로 만나 공산주의, 파시즘, 나치즘, 사회주의에 관한 격렬한 토론과 함께 휴머니즘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하였다. 카르티에-브레송은 2차 대전 중에 프랑스 군의 영화사진부대에서 상병으로 활동하다가 1940년에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그는 1943년 초 수용소 탈출에 성공하였다. 수용소에 갇힌 지 거의 3년이 지나서의 일이다. 탈출 이후, 그는 즉시 레지스탕스에 가입했고 독일 전복을 기도하는 사진부대를 조직하여 독일점령을 기록했다.
1930년대 유럽의 사회적, 정치적인 문제에 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좌파지식인으로 성장해갔다. 더욱 세계 2차 대전기간 중에 포로 생활과 탈출 그리고 포로와 탈주자들을 돕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면서 강한 인간애를 체험하였다. “인간애의 뜨거운 관심이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해야 한다”고 역설하곤 했다. 바로 그의 사진 철학이다. 카르티에-브레송 사후, 사진작가 리차드 아베돈은 “그는 사진의 톨스토이였다. 심오한 인본주의와 함께 그는 20세기의 증인이었다”라고 경의를 표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