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 上, 下> 지난해 10월 민주당이 공개한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예정 부지로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철거 전 한정식 집 '수양' 전경. 현재 건립 계획이 백지화된 내곡동 사저 부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공매가 진행 중이다. 자료=민주통합당 제공>
"대통령실 지분은 공매 진행 중, 시형씨 지분은 국가에 매도" 예정
檢 '내곡동 사저의혹' 무혐의 처리에 '봐주기 수사' 정치권 논란 예상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백방준 부장검사)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고발한 이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私邸) 부지 매입과 관련해 수사한 결과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불기소' 처분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민주당과 옛 민주노동당 등 야당이 고발한 이 대통령 부부, 아들 시형(34) 씨와 임태희 전 대통령 실장, 김인종 전 경호처장, 김백준 전 총무기획비서관 등 7명 전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청와대는 이 같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수사 결과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논현동 사저 외 모든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고, 급여 또한 봉사활동에 사용하고 있는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부지 구입을 통해 사적이익을 추구하려 했겠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다만 그동안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입장을 밝혀온 바와 같이 사저부지 구입과정에서 절차를 꼼꼼히 챙기지 못해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린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이미 알려진 대로 내곡동 사저 부지 중 대통령실 소유 지분은 기재부로 이관되어 공매가 진행 중이며, 이시형 씨 소유 지분은 규정절차에 따라 취득원가대로 국가에 매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내곡동 사저 혐의는 지난해 5월 대통령실 경호처가 땅 9필지를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공동 명의로 54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언론에 밝혀지면서 정치권에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당시 청와대가 서울 강남구 내곡동에 이 대통령 사저와 경호동 터를 54억원에 사들이면서 국가 부담인 경호동 터는 시가보다 8억~10억여원 비싼 42억8000만원에 사들여, 이 대통령 가족에게 그만큼 이득을 줬다며 배임 및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청와대는 "논현동 자택 주변 부지가 너무 비싸 경호처가 들어올 건물을 마련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 것을 우려해 내곡동으로 사저 건립을 추진했다"며 그같은 사저 추진 이유에 대해선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이 퇴임 후 경호시설을 만들려고 부지를 구입하려고 하니까 매도인이 시가의 5배를 불렀다고 해서 그런 전철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실과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공동으로 구매하면서 시형씨 소유 부분은 값을 싸게, 나머지는 비싸게 지불해 국가 예산을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사저 터에는 그린벨트가 포함됐고, 또 경호시설 부지가 상대적으로 비싼 도로변이라 가격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 서울시장 재보선이 있던 지난해 10월 민주당과 당시 민주노동당은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혹을 제기했고 정치적 문제로 비화됐다.
당시 민주당과 민노당이 제기한 의혹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부담할 돈 일부인 10억원 가량을 더 부담해 대통령실이 부담해 국가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아울러 야당의 의혹제기와 언론 보도 등으로 이 같은 구체적 사실이 공개됨에 따라 청와대 측은 "사저 땅을 대통령이 매입해 즉각 명의를 이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땅을 매입한지 몇 달이 지나도록 명의를 대통령으로 이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편법증여 ▲다운계약서 의혹 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10일자 <한겨레신문> 등 각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하지만 "땅 매입가 54억원에서 이시형씨와 국가 사이의 부담분을 나눴는데, 그 과정에서 국가에 손실을 끼치려는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경호동 터의 지목이 모두 밭인데, 경호동이 건설되면 지목이 대지로 변경되는 등 땅값이 오를 수밖에 없어 ‘미래수익’을 감안해 시형씨의 부담분을 낮추고 국가 부담분을 높였다는 것이다.
시형씨는 내곡동 땅 9필지 가운데 3필지를 사들였는지 이 가운데 2필지는 땅값이 비싼 대지였다. 시형씨가 분담한 금액은 11억2000만원으로, 검찰은 청와대가 국가 부담분을 높이면서 시형씨가 6억여원의 혜택을 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시형씨와 김 전 처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고, 또 김윤옥씨와 임 전 실장, 김 전 비서관 등은 "혐의 없음이 명백하다."며 각하 처분했다. 그렇지만 시형씨와 청와대 사이의 땅 지분 비율과 매매대금 사이의 불균형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통보 조처했다.
검찰은 이 대통령이 아닌 시형씨 명의로 땅을 사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다는 고발 내용에 대해서도 "매입 대금의 대출을 이시형씨가 받았고 이자 지급과 취·등록세 납부도 모두 시형씨가 했다."며 "형식적·실질적으로 이시형씨가 땅을 매수한 것이기 때문에 명의신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시형씨를 무혐의 처분했고, 김윤옥씨, 임 전 실장, 김 전 처장, 김 전 비서관 등을 각하 처분했다.
검찰은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내란과 외환의 죄를 제외하고는 현직 대통령은 처벌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의혹이 불거지자 사저 신축계획을 백지화하고, 퇴임 후 원래 살았던 논현동 사저로 돌아가기로 했다. 건립 계획이 백지화된 내곡동 사저 부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공매가 진행 중이다.
한편, 검찰이 무혐의를 내렸지만 정치권의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검찰의 수사 의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직장 생활이 3년 남짓에 불과한 이시형씨가 10억원 가량의 자금을 어떻게 구했는지가 논란이 됐지만 검찰의 수사의지는 미약했다는 지적이다.
민주, MB사저 전원 불기소에 "검찰이 국민을 바보로 취급"
"권력의 시녀 노릇하려 검찰 하나" 법무장관, 검찰 맹비난
민주통합당은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 사건과 관련, 검찰이 모두 무혐의로 처리한데 대해 "검찰이 국민과 민주통합당을 바보로 취급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10일, 박용진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핵심 피의자인 대통령 아들 시형씨에 대해 서면조사라는 봐주기 부실수사로 일관하던 검찰이 내곡동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것은 검찰이 검찰이기를 포기한 일이며 면죄부 수사와 관련해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겨우 이렇게 권력의 시녀 노릇하려고 검사직을 수행하고 있는가?"라고 되묻고 "오늘 검찰의 발표는 양심적인 일선 검사들을 참담하게 만드는 부끄러운 일이다."고 강력 비판했다.
계속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혐의(嫌疑)가 없는 게 아니라 검찰에게 염치(廉恥)가 없는 것이라는 국민들의 질타에 무어라 변명하겠는가?"라며 거듭 지적했다.
권재진 법무장관에 대해서도 "민간인 불법사찰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돼 온 권 장관이 악착같이 장관직을 버티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 내곡동땅 관련 무혐의 처리는 검찰개혁과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 시녀로 전락한 검찰이 포기한 진상파악을 민주당이 국정조사와 청문회, 특검 발의를 통해 반드시 파헤치겠다."며 "각종 권력비리에 대한 수사에 장애물로 버티고 있는 권재진 법무장관의 사퇴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이번 수사 발표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고,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특검 발의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 공식적으로 묻는다."며 "이런 어처구니 없는 수사결과를 새누리당이 집권하면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김대식 기자 knews@para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