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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길목 (권곡眷榖) 박정현 낯설지 않은 바람이 창틈으로 스며들 때 나뭇잎은 서서히 자신의 길을 준비한다. 황금빛 들녘은 고요히 고개를 숙이고, 산길엔 뽀얀 억새가 서늘한 노래를 부른다. 지나온 여름의 뜨거움은 한 줌 연기처럼 흩어지고 가을은, 그 길목에서 나를 기다리고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