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切親)

입력 2025년11월24일 06시23분 박정현 조회수 409

아버지는 늘 밥상머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죽었을 때, 네 무덤 앞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울어 준다면
너는 성공한 삶을 산 것이다.
‘우리 아버지 참 잘 사셨네’ 하고
자식들이 떠올릴 수 있는 삶을 살아라.”

절친(切親)

수필 (권곡眷榖) 박정현

사람의 인연에는 여러 결이 있다. 스치듯 지나가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오래 곁에 머물며 마음의 결까지 닮아가는 인연도 있다. 그중에서도 ‘절친(切親)’이라 부를 만한 사람은, 세월의 풍파를 함께 건너며 서로의 삶을 깊이 이해한 존재일 것이다.

절친은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순간에도 함께 있지만, 침묵해야 할 순간에도 자연스레 곁을 지켜 준다. 말이 없어도 괜찮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바로 절친이다. 오랜 세월 마음의 결이 맞춰져서, 눈빛 하나만 보아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는 그런 사람.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외롭고 흔들릴 때가 있다. 기쁨은 쉽게 나누어도 슬픔은 마음속 깊이 감춰두곤 한다. 하지만 절친 앞에서는 그 슬픔조차 숨기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말끝이 흔들려도, 표정이 조금 어두워져도, 그저 “괜찮다”며 등을 토닥여 줄 사람. 세상 모두가 등을 돌리는 것 같아도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내 편에 서 준다면, 그 존재만으로 삶은 버틸 힘을 얻게 된다.

절친이란 결국 ‘시간이 만든 마음의 고향’ 같은 존재다. 어린 시절 장난을 함께한 친구일 수도 있고, 긴 인생길 어디에서 불쑥 나타나 마음을 비춰 준 사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알고 지냈느냐가 아니라, 서로의 삶 깊은 곳에 닻을 내려 줄 수 있는가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친구는 많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가벼운 인연은 쉽게 사라지고, 이해를 요구하는 관계는 어느 순간 멀어지지만, 진심으로 바라보고 응원해 주는 단 한 사람만 곁에 있다면 그 인생은 이미 풍요롭다.

가끔은 따로 떨어져 살며 오래 안부를 묻지 않아도 '괜찮다"라며 만나면 다시 처음처럼 편안하고, 시간의 공백마저 추억처럼 품을 수 있는 관계가 바로 절친이니까.

서로의 삶이 불꽃처럼 뜨거운 시절에도, 저녁노을처럼 잔잔해지는 순간에도 함께할 수 있는 존재. 그 사람을 떠올리면 어느새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나는 ‘절친’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삶이 흔들릴 때 다시 중심을 잡게 해 주는 사람,
세월의 바람이 불어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 곁을 비춰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인생이 우리에게 준 가장 은밀하고도 고마운 선물이다.

아버지는 늘 밥상머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죽었을 때, 네 무덤 앞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울어 준다면
너는 성공한 삶을 산 것이다.
‘우리 아버지 참 잘 사셨네’ 하고
자식들이 떠올릴 수 있는 삶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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