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민화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삶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기원과 염원, 그리고 회복의 언어로 존재해 왔습니다.
그림은 장식이기 이전에 마음이었고,
색은 미감이기 이전에 삶을 견디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김정미 작가의 첫 개인전은
바로 그 민화의 근원적 정신, 길상과 벽사진경의 의미를
오늘의 시간 속에서 다시 묻고 응답하는 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분채를 고르고 갈아 붓에 적시는 느린 과정 속에서
단순한 재현을 넘어, 스스로의 삶과 마음을 정화하며
그림을 하나의 기도와 같은 수행의 장으로 확장시켜 왔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한때 붓을 내려놓고자 했던 고요한 침잠의 시간을 지나
다시 그림 앞에 앉아 얻게 된 집중의 평안함과 내적 회복이
겹겹의 바림과 절제된 색감 속에 온전히 스며 있습니다.
이는 기교를 앞세운 표현이 아니라
시간과 인내, 그리고 진심이 빚어낸 회화적 성취라 할 것입니다.
민화는 늘 현실의 고단함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곁에 머물며 복을 빌고, 액을 막고,
내일을 향한 희망을 조심스럽게 건네는 그림이었습니다.
김정미 작가의 작업 역시 그러합니다.
그림 속에 담긴 기원의 마음은
전시장을 찾는 이들의 일상에 조용히 닿아
작은 위로와 온기를 남길 것입니다.
이 뜻깊은 첫 개인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작가의 붓끝에서
민화가 지닌 깊은 정신성과 동시대적 울림이
지속적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합니다.
2026년 새해,
이 전시가 많은 이들에게 복과 평안을 전하는
의미 있는 시작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미형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