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하루를 고치며
수필 (권곡眷榖) 박정현
아침이면 셔터를 올린다.
냉장고의 숨이 가쁘다며, 세탁기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며 그리고 밥솥이 아프다며 사람들이 찾아온다. 나는 출장 방문 전원을 끄고, 나사를 풀고, 테스터기로 내부 속을 들여다본다. 기계의 고장은 대개 솔직하다. 끊어진 선은 끊어졌고, 닳은 부품은 닳았다고 말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가전제품을 고치는 일은 생활을 고치는 일과 닮았다.
갑자기 멈춰 선 냉장고 앞에서 난감해하는 얼굴, 세탁기 앞에서 한숨을 쉬는 주부의 어깨, 고장 난 TV 앞에서 침묵이 길어진 노부부의 눈빛. 나는 기계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본다. “고쳐질까요?” 그 말 속에는 물건보다 하루가, 살림이, 삶의 리듬이 멈출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 있다.
점심을 대충 먹고 수리를 마치면, 작업대 한켠에 놓인 공책을 펼친다.
기름 묻은 손을 닦고 펜을 쥐면, 아까 들은 말들이 시가 되어 나온다.
“냉장고가 숨을 쉬네요.”
“이제 집이 조용해지겠어요.”
그 문장들은 고쳐진 부품처럼 제자리를 찾는다. 시는 거창한 데서 오지 않는다. 고장과 수리 사이, 기다림과 안도의 틈에서 온다.
나는 시인이라기보다 생활의 기록자에 가깝다.
전압을 맞추듯 감정을 맞추고, 소음을 줄이듯 말의 군더더기를 깎아낸다. 수리에는 설명서가 있지만, 사람의 마음에는 없다. 그래서 더 오래 듣고, 더 천천히 쓴다. 시를 쓰는 일은 결국 수리하지 못한 마음을 다독이는 일인지도 모른다.
해가 질 무렵, 셔터를 내리면 하루가 멎는다.
고쳐진 가전들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다시 일하고, 나는 남은 문장 하나를 공책에 남긴다. 오늘도 몇 개의 고장은 고쳐졌고, 몇 개의 마음은 아직 수리 중이다. 괜찮다. 고장은 언젠가 다시 오고, 시도 다시 찾아온다.
나는 내일도 가전제품을 팔고 고칠 것이다.
그리고 틈틈이 시를 쓸 것이다.
생활이 고장 나지 않도록, 마음의 전원이 꺼지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