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연희동 골목 끝,
녹두삼계탕의 김이
여름의 약속처럼 늦게 피어올랐다.
삼복의 햇살 아래
몇 번이나 “같이 먹자”
가볍게 얹어두었던 말들,
오늘에서야 숟가락을 얻었다.
둘은 말이 없었다.
국물보다 먼저 식어버릴까
서로를 의식한 채
조용히, 빠르게
먹는 데만 집중했다.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경쟁 같은 침묵이 흐르고,
그 침묵 끝에서
눈이 마주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웃음이 먼저 도착해
서로의 얼굴에 앉았다.
아, 이건
몸을 데우는 음식이 아니라
계절을 건너는 마음.
우리는 그렇게
한 그릇의 여름을 먹고
함께 겨울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