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가장자리에서

입력 2026년01월11일 19시24분 박정현 조회수 148

안면도 꽃지 해변에서

바다의 가장자리에서

(권곡眷榖) 박정현

물은 말을 건네다 말고
스스로 입을 다문다
다가온 뜻은 늘
몸을 적시기만 한 채
형태를 갖지 않는다

나는 젖은 모래에
잠시 머문 생각 하나를 내려놓지만
곧 바람이 와서
그 생각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다
기억은 그렇게
의도를 잃는다

멀리서 새 한 마리
빛을 가르며 지나가고
그 방향을 묻기도 전에
하늘은 이미 다른 대답을 준비한다
질문보다 빠른 침묵이
날개처럼 펼쳐진다

눈앞의 경계는
닿는 순간 물러나
늘 같은 거리를 남기고
나는 도착 대신
포기를 배운다

여기서는
무언가를 남기는 일보다
사라지는 속도를 익히는 일이
나를 조금 더
사람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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