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그네

입력 2026년01월12일 13시38분 박정현 조회수 149

사라지는 길에서 사람을 지키다

겨울 나그네

(권곡眷榖) 박정현

눈이 먼저 길을 잃고
나는 그 뒤를 따른다.
발자국은 매번 사라지지만
사라지는 법을 배우며 앞으로 간다.

바람은 이름을 묻지 않는다.
묻지 않기에
나는 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주머니 속 남은 온기는
어제의 체온이 아니라
오늘을 버티는 이유였다.

얼어붙은 들판에서
침묵은 가장 오래된 언어가 되어
무릎까지 차오른 밤을 건넌다.
말을 아끼는 동안
상처는 스스로 자리를 찾는다.

길 위의 별 하나,
누군가의 집일 수도
다시 떠날 이유일 수도 있는 불빛.
나는 머물지 않고 고개만 숙여
그 밝음에 인사한다.

겨울은 끝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끝까지 걷는 자만이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안다고 속삭일 뿐.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눈 속에 몸을 맡긴 채
사라지는 길 위에서
사람이라는 이름을
조용히 지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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