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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冬將軍)의 흐름 (권곡眷榖) 박정현 동장군의 기세가 아무리 매서워도 온유한 시간 앞에서는 커피 향처럼 서서히 녹아든다. 따뜻한 잔 속에 마음을 담아 마시며 나는 정겨운 삶의 결을 다시 헤아린다. 엄동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자리에서 풀잎처럼 숨 쉬는 세계를 품고, 그 고요 속에서 또 하나의 아침이 열린다. 가슴에는 크고 조용한 꿈 하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선명한 물결 위에 몸을 싣는 선원은 찬 바람의 빛을 가슴에 안고 바다를 바라본다. 그리움이 파도처럼 깊숙이 밀려와도 만선의 부푼 꿈을 품은 채 끝내 바다로 나아간다. 하늘이여, 땅이여— 높이와 깊이처럼 체와 심을 함께 지닌 우리는 깊은 산골 옹달샘에서 김을 내뿜으며 솟아나는 샘물처럼 삶의 근원에서 다시 뜨거워진다. 시간은 쉬지 않고 흐르고 머지않아 동장군은 물러갈 것이다. 그 자리에 새싹이 돋고 온 천지가 미세하게 몸을 뒤척이며 꿈처럼 살아 움직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