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asy work docent: 유럽인과 동양인의 누드의 개념은 아주 많이 다릅니다. 동양인은 기왕 벗으면서도 되도록 많이 가리려 애쓰고 서양인들은 되도록 많이 노출하려고 애씁니다.
(누드작품들은 한국사진방송-보물창고에 넣어 둡니다.)
그 공원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날씨? 유럽 날씨 특유의 “흐리멍텅+비올듯말듯” 그거 아니고요.
쨍— 하고 맑고, 포근하고, 바람은 살랑.
“이건 하늘이 누드 찍으라고 밀어주는 각인데?” 속으로 중얼중얼.
야외 누드 촬영하기엔 자연이 세팅해 준 유니버셜 스튜디오급.
프랑스 사진작가가 옆에서 아주 여유롭게 말하더군요.
“아, 나 여기서 누드 많이 찍었어요. 사람 별로 없고, 외진 데도 많고, 완전 짱요.”
제 귀에 신의 복음처럼 꽂혔습니다.
“형… 당신은 천사입니까?”
세계 곳곳을 누드 여행 다니면서 최대의 난관은 늘 장소였거든요.
여행사에 맡기면요? 어떤 가이드든 다 똑같아요.
“자, 여기가 우리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명소입니다!”
아니요… 저는 그거 싫어요
유명한 곳?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찍어간 곳?
엽서에 다 나오는 곳?
그건 제 스타일 아닙니다.
제 작품 성향이요?
식상한 거, 진부한 거,
“누구나 다 찍어오는 사진”
그거 제일 싫어합니다. 무슨 스탬프 받으러 온 것도 아니고...
게다가 더 큰 문제!
유명 관광지는 사람이 바글바글.
거기서 옷 벗는 순간
관광객 300명 단체 관람각 아닙니까.
누드 촬영은 1급 비밀 2급 은밀 쥐도 모르게, 새도 모르게…
프랑스 작가가 말합니다.
“여긴 진짜 괜찮아요.”
여긴 프랑스,
세계 최초로 혁명 일으켜서 자유를 외친 나라!
자유! 평등! 박애!
나라 이름부터가 자유 느낌.
제가 파리 오기 전에 칸 해변에 있었거든요.
누드비치?
그런 거 따로 없습니다.
그냥 해변 전체가 자연인 모드.
햇빛 아래 완전 나체로 일광욕, 해수욕.
“와… 여긴 지상 낙원이구나.”
“야… 그 프랑스 사진작가 말이야.”
“왜 또, 무슨 사고 쳤어?”
“아니, 첫인상부터가 아주 귀족 냄새가 철철 났다니까? 딱 보면 ‘와인 향과 함께 태어났습니다’ 이런 느낌?”
“아~ 그 쌀쌀맞게 생긴 양반?”
“맞아! 처음엔 완전 얼음장 같았어. ‘Bonjour’ 하는데도 영하 12도.”
“그래서? 너 또 쫄았지?”
“쫄긴 뭘 쫄아! …조금 쫄았지. 근데 말이야, 웬걸? 알고 보니 은근 다정다감이야. 말 몇 마디에 사람을 스르륵 기대게 만드는 스타일?”
“뭐야, 로맨스 찍냐?”
“아니거든?! 그냥… 사람이 묘하게 안심이 된다니까. 처음 그 차가움은 어디 가고, 갑자기 부드러운 크루아상 모드야.”
“근데 우리 여왕마마, 마드모아젤 리께서 오늘 왜 굳이 그를 부르신 거래?”
“아, 그게 말이지… 내 멘탈이 요즘 아주 바닥을 기고 있거든.”
“또 촬영 장소 망했어?”
“망한 게 아니라… ‘계속된 실험적 실패’라고 해줘.”
“그게 망한 거잖아.”
“그리고 뮤우랑 리 앙상블 촬영하자고 했더니 거절.”
“어이쿠.”
“거기다 리네 자택에서 생활 누드 촬영하자고 했더니 또 거절.”
“잠깐. 뭐라고?”
“부엌에서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옷도 만들고… 다 누드로.”
“…너 지금 진지해?”
“완전 진지했지. 예술이잖아, 예술!”
“아니, 그건 가사 노동의 새로운 지평 아니야?”
“근데 그분이 아주 단호하게 거절하시더라고.”
“그건 나라도 거절한다.”
“흥. 하지만 말이야… 훗날 결국 그 콘셉트도 찍어냈지.”
“뭐?! 진짜로 했어?”
“예술은 결국 집념이거든.”
“집념이 아니라 집안일이잖아!”
“아무튼, 여왕마마께서 오늘 그를 모신 건…”
“너 위로해주려고?”
“그렇지. 연이은 거절과 장소 실패로 축 처진 나를, 프랑스 귀족 향기로 살려보시려는 큰 그림 아니겠어?”
“향기로 멘탈 케어?”
“응. 약간 고급 향수 테라피 같은 거지.”
“너 진짜 인생이 전시회다…”
“전시회라도 좋다. 다음 콘셉트는 뭐로 갈까?”
“제발… 옷은 입고하자.”
“흠... 먼 소린지 모르겠네”
(그런데 나의 큰 기대와 그 작가의 말은 잠시 후에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어 큰 사고가 터지게 됩니다.)
구릉진 언덕을 따라 잔디가 푸르고, 커다란 고목들이 곳곳에 서 있어 전형적인 유럽풍 냄새 뿜뿜, 안정적인 구도에 낙원같이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여유롭게 오고 가는 산책객들과 나무그늘 아래에서 웃통을 벗어제치고 독서를 즐기는 한가로운 사람들의 눈을 벗어날 수 없음을 곧 깨달았습니다.
우리들은 그 아름다운 광경을 버리고 외지고 후진 곳(후미진이 아닌)을 찾아 오솔길을 따라 자꾸만 걸어갔습니다. 무거운 나의 장비 가방을 받아든 그 사진작가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앞서 걸으며 여기저기 장소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명을 자상하고 정성스럽게 해 주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 처음엔 사귀기 어려워도 알고 보면 성실하고 착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를 즐겁게 하여주던 화창한 햇살이 지겹게 느껴지고 끈적거리는 땀이 온몸의 미세구멍마다 스물스물 비집고 나오더니 다리도 뻣뻣해졌습니다. 강변을 끼고 길게 이어진 산책로 곳곳에 인상파 화가들이 세웠다는 거대한 프레임이 위압적으로 서 있습니다. 옆에는 그 프레임을 통하여 촬영한 사진 작품들이 돌로 새겨져 있고요. 인상파 화가들이 세워놓은 프레임을 통하여 바라다보이는 풍경은 안정된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푸르른 강물 저 편에 파리의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산다는 호화로운 고급주택들이 자연과 절묘한 조합을 연출하고 강변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오솔길과 나무 울타리의 그림자는 운치 있는 구도로 나를 유혹했습니다. 화창한 날씨, 잘 가꾸어진 잔디밭, 야생화, 나무 팬스의 그림자, 푸른 세느강과 강 건너의 고급 주택지, 거대한 사각의 프레임들,
그리고 예쁜 이스라엘 아가씨 쟈드,
천상의 예술작품들이 우주를 유영하는 별들처럼 머릿속을 맴돌며 명작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자, 카메라 오픈 세리머니 시작합니다!”
스태프가 밝게 외치자, 인상파 화가의 거대한 철제프레임 안으로 쟈드가 들어섰습니다.
쟈드는 긴장한 듯 몸을 살짝 꼬며 포즈를 잡았습니다.
“쟈드, 편하게 하셔도 돼요.” 카메라가 겨누면 대통령도 긴장하는 법, 촬영의 시작은 긴장 풀어주기가 제1관문입니다. “네? 편하게요? …아, 네!”
그녀가 털썩 주저앉더니, 앞자락을 확 제치며 자신의 아래를 불쑥 내밀었습니다. 두두룩한 둔덕에 검은 숲이 드러납니다. 팬티의 앞부분이 거친 망사로 다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한국 작가들에겐 익숙치 않은 광경입니다. 한국의 모든 작품은 어색할 정도로 몸을 비틀든가 손바닥으로 가린다든가 혹은 조명으로 어둡게 처리한다든가 수동적으로 촬영합니다.
“어, 어… 잠깐만요!”
당황하여 황급히 손을 들었습니다. 사실 이런 사진은 찍어도 한국에선 사용 불가입니다. 아니 유방이나 둔부만 드러나도 제제를 받는 나라이니.....
“오늘 콘셉트는 그런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분위기예요!”
“네? 누드 촬영이라면서요?”
(유럽인과 동양인의 옷 벗는 개념은 아주 많이 다릅니다. 동양인은 기왕 벗으면서도 되도록 많이 가리려 애쓰고 서양인들은 되도록 많이 노출하려고 애씁니다. 울진에서 처녀를 만났는데 세상에 못나도 참... 그런데 이 처자 청산유수, 자신은 가리면 가릴수록 예쁜 여자! 자신이 울진에서 제일 예쁜 여자, 엄지척! 저 여자가 제일 예쁘면 이 지방 다른 여자들은 도대체....근데 이 여자 입만 열면 배꼽 삭제, 초교 동창회에 갔는데 아무도 안 오고 자기만 왔더니 은사님 왈 “네가 젤로 예쁘다.” 능청은 금메달, 그녀 말로는 그 지방 처녀들 숫처녀가 거의 없다더군요. 해병대 사령부라던가?)
그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일 것입니다. 유럽인들은 누드 하면 당연히 아래를 적나라하게 벌려 손가락을 넣거나 양손으로 그걸 찢어지게 벌려 자궁까지 보이게 할 정도로 도발적입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영부인 브루노의 포르노 작품을 제가 가지고 있는데 한국인의 정서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더군요. 더구나 저는 누드 전문작가인데도요. 이곳 프랑스나 유럽 여성들은 자신의 아래를 적나라하게 내보이는 것을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영화배우들이 많이 지원했었는데 그녀들은 대부분 자신의 아랫도리를 적나라하게 찍은 사진을 가져와서 보여주었습니다. 얼굴을 올려다보기 민망하고 역겨움마저 느끼게 하였는데 나는 고고한 예술가입네 하는 허장성세요 빙신같은 허울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우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유전자엔 솔직함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쟈드 씨, 오늘은 ‘감정의 노출’이에요. 몸이 아니라요.” 쳇, 그런 용어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노출이면 노출이고 벗으면 벗은 거지 이건 도대체... 지겹다. 아니 울고 싶다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눈 가리고 아웅,,,,
“아… 감정이요?”
“네. 수줍음, 설렘, 긴장 같은 거요.”
“아, 그렇군요… 제가 너무 앞서갔네요?”
“조금요.”
“그래도 그 열정은 좋습니다. 대신 카메라를 향해서 미소 한 번?”
쟈드는 머쓱하게 웃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다시 할게요. 이번엔 감정으로.”
“좋아요! 자, 다시 갑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다시 경쾌하게 울렸습니다.
“잠시 휴식” 이제 본격적으로 올 누드로 시작하려고요.
쟈드의 헐렁한 티셔츠 속이 너무 궁금합니다. 여체는 신비하다 못해 오묘합니다.
오랫동안 방한복을 입고 있어도 투시하여 그 속을 꿰뚫어 본다고 큰소리 쳤습니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이 왜 그리 대단하냐고 어느 도슨트에게 물으니 씨름선수의 잠방이 속 근육까지 보인다고 하더군요. 헌데 아무리 보아도 그냥 무명천 밖에 안 보이는 겁니다. 어쨌든 이때 부터 나는 옷 속의 나체가 보인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믿었습니다. 재는 나체 전문작가니 저런 특별한 능력이 당연할 거야, 특히 여성들은 내가 자신의 나신을 꿰뚫어 보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비키니 입은 여성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적이 너무 많습니다. 모델을 섭외할 때 사진을 가져오는 이들도 많은데 사진이 거짓말을 안 한다는 말은 정말 새빨간 거짓입니다. 사진만 보고 섭외하면 반드시 산통이 깨집니다. 사진이 아닌 미팅을 할 때 차마 다 벗어보라고 하기엔 미안하여 브래지어나 비키니만 입은 몸만 보고 픽업했는데 막상 현장에선 산통이 깨집니다. 오묘한 여성의 몸을 제대로 간파하긴 왁대가 바늘구멍 통과 하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 분명합니다.
“쟈드 티셔츠 아웃”
“펑!” 착각일까? 아니 분명히 들렸습니다.
축구공? 농구공? 바람을 빵빵하게 주입한 풍선? 자동차 에어백이 분명합니다.
오행산 아래 바위 속에 500년간 갇혀 있던 손오공이 벼락 치는 소리를 내며 바위가 폭발하여 공중으로 뛰쳐나올 때의 그 기분이었습니다.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