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 (驚蟄)

입력 2026년03월05일 08시58분 박정현 조회수 176

경칩 (驚蟄)

(권곡眷榖) 박정현

긴 겨울의 이불을 걷어내며
땅속에서 무언가
작게, 그러나 단단히 뒤척인다

얼어 있던 흙살 사이로
물기 어린 숨결이 스며들고
잠들었던 씨앗 하나
제 이름을 불러본다

번개 한 줄기
하늘의 마른 북을 치면
놀란 개구리만이 아니라
내 마음속 묵은 생각들도
툭, 금을 내며 깨어난다

참았던 말들이
새순처럼 고개를 들고
굳게 닫힌 창가에
연둣빛 빛살이 맺힌다

경칩은
계절만 깨우는 날이 아니라
나를 깨우는 날

침묵의 껍질을 벗고
다시 한번
살아 있음을 배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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