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담은 사찰 꽃문] ⑩ 내 할머니의 새봄

입력 2026년03월21일 11시15분 손영자 조회수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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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02499

제공: 손영자 사진가


 

신흥사 보제루.

매화꽃 피는 새봄은 입학식이 열리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나의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일을 했고 언제나 당당하게 당신의 목소리를 내며 살았는데, 이맘때면 꼭 하는 일이 있었다. 동네에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이가 있는 집에 얼마간 돈을 담아 봉투를 전하는 일이었다. 봉투 겉에는 집안 형편에 따라 교복 값’, ‘입학금’ ‘학용품 값이라고 썼다. 그런데 할머니는 글을 몰랐다. 내가 글씨를 또박또박 쓸 수 있게 되고부터 봉투 글씨는 내 몫이었고, 그것을 전하는 일은 나에게 즐거운 심부름이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키는 아마도 그때 다 자라지 않았을까 싶다.

 

신흥사에 갔을 때는 아주 추운 겨울이었다. 잠깐 맨손을 꺼내도 손끝이 아렸다. 그렇게 절을 둘러보다 보제루 문살에 핀 매화꽃을 만났다.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났다.

 

어릴 적 나는 할머니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다. 손녀인 나에 대한 할머니의 사랑은 나와 사촌인 손자들에 비해 반의반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당당했던 분이 남존여비라는 시대의 압력에는 왜 그렇게 고분고분했을까. 그래도 나는 할머니에게 타인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소중한 유산으로 물려받았다. 이 매화꽃이 할머니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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