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嘉中 fictiot 皇山之藝術Nude ‘황산의 장엄한 일출’

입력 2026년04월09일 10시41분 김가중 조회수 287

부슬거리는 비와 안개 속에서 몇 컷 괴상망측한 작품을 만든 우리들은 시끌벅적한 산정 호텔의 주점에서 늦은 밤까지 술추렴에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놀고 있네...

 

山中與幽人對酌

兩人對酌山花開

一杯一杯復一杯

我醉欲眠君且去

明朝有意抱琴來

 

옥병을 매달고 술 사러 가서 어이 늦게 오는가.

산꽃이 나를 향해 웃으니 술이 나를 바라는데.

저녁 동산(東山) 아래에 술 마시니 날아다니는 꾀꼬리도 술이 가쁜가 보오.

봄바람과 취한 손님이 참으로 천생연분임을 뉘 알리오.

 

- 이백의 시 한 수 올리는 것으로 죄를 사하고저 한다. 취선은 황산을 유난히 좋아한 시인이다.

 

하늘이 궁금했다. 창문을 여니 거짓말 조금 보태 한 개의 크기가 야구공만 한 무수한 별들이 떨어져 내리며 정수리를 후려친다. ㅎㅎㅎㅎㅎ 평생 가장 가까이 별을 보고 미쳐서 한 소리다.

 

의자를 받치고 창문으로 기어나가 지붕에 올라서니....

은하수!

정말 하얗게 하늘을 가로질러 흐른다. 이런 은하수를 직접 실감한 것은 처음이다. 빌어먹을 카메라의 셔터가 눌리지 않아 별들을 촬영하지는 못했다. 초점을 수동에 놓아도 셔터가 눌리지 않는다. 물론 평소 카메라를 공부해두지 않은 탓일 것이다. 훗날 렌즈 이상임이 밝혀졌지만 이런 실수를 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황산 정상의 비싼 호텔을 큰맘 먹고 빌렸지만오늘 밤 그 방은 사실상 전시용외엔 쓸모가 없다. 왜냐고? 침대보와의 만남은 다음 생으로 미뤘기 때문이다. 침대 위 호사는 체크인과 동시에 체크아웃했고, 대신 선택한 건 황산 야간 누드(?) 촬영 + 일출 콤보 패키지.

결론: 지금 이 순간 카메라를 챙겨 로비로 내려가는 중이다. 인간의 몸이 아니라 삼각대에 영혼이 깃든 상태.

 

새벽 3.

술판을 갓 끝낸 대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상태는 거의 좀비 체험단 무료입장수준.

목적지는 아마 광명정?

 

우리가산을 오르지?”

일출찍어야지

해는어차피내일도 뜨는데?”

이미 철학자가 세 명쯤 탄생했다.

 

광명정으로 가기로 했지만, 출발 5분 만에 이정표를 보고 계획을 수정했다.

2.5km 야간산행이라는 현실이 갑자기 인간적인 판단력을 되찾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가까운 데서도 해 뜨겠지?”

해가 우리 피해서 뜨진 않겠지

 

결국 체력이 남은 일부 대원들은 광명정을 못 가면 황산을 오른 게 아니다!”라고 외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진짜로 사라졌다. 손전등을 비춰도 안 보였다. 새카만 어둠의 암막이 암실처럼 쳐 있다. 우리는 그들을 삭제된 캐릭터로 간주하기로 했다.

 

북해호텔 근처 봉우리로 향했다.

이미 세계 각국의 사진작가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문제는 우리가좀 수상하게 생겼다는 것이었다.

 

헝클어진 머리, 비틀거리는 걸음, 카메라보다 더 무거운 눈꺼풀.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해 주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저 사람들저 상태로 절벽 근처에 두면 위험하다

 

결국 우리가 잡은 자리는 아주 훌륭했다.

비스듬한 나무 하나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두 발은 새까만 절벽 위 허공에 매단 상태.

 

나무가 부러지거나 조금만 삐끗하면

일출 대신 인생 로그아웃이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이거사진 찍다가 죽으면기사 제목 뭐냐

“‘열정적인 사진가, 자연과 하나 되다’”

아니지균형 감각 부족으로 자연과 충돌이지

 

그 순간 깨달았다.

허공에 매달린 공포보다 더 무서운 건

사진 한 장 건지겠다는 인간의 집착이라는 걸.

 

그리고 또 하나.

그렇게 목숨 걸고 찍은 사진이

집에 가면 흔들려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사실도.

 

! 장엄한 황산의 일출이여...

 

초승달은 아직 밤의 편에 서 있는 듯, 마누라 눈썹처럼 가늘고도 도도하게 하늘 끝에 걸려 있었다. 그 아래로, 세상 어딘가에서 막 깨어나는 거대한 존재처럼 붉은 기운이 서서히 번져 나왔다. 어둠은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산허리에 매달려 있었고, 우리는 그 경계 위에 서 있었다.

곧이야

누군가 숨죽여 말했다. 그 한마디에 공기마저 긴장한 듯 고요해졌다.

이윽고, 붉은 실루엣이 산의 윤곽을 따라 꿈틀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잠들어 있던 태양이 눈을 뜨며, 세상을 다시 창조하려는 순간 같았다. 황산의 봉우리들은 그 빛을 받아 하나씩 깨어났고, 안개는 황금빛 물결이 되어 계곡을 흘렀다.

우리는 말을 잃었다. 아니, 말이 필요 없었다.

그저 셔터 소리만이 간헐적으로 울려 퍼졌다. 찰칵, 찰칵그 짧은 순간을 붙잡으려는 인간의 작은 발버둥. “여기가 어디든상관없지 않아?”

 

사자봉의 청량대의 일출이 최고라는데 휴식년제로 잠겨 있다. 어제는 허가를 받아 누드촬영을 했었는데 지금은 이름이 무엇이든, 지도 위 어디에 찍히든 상관없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앞에 펼쳐진 이 장엄한 빛의 연극그 자체가 이미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었으니까.

그리고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는 순간, 초승달은 조용히 물러났다. 마치 자신의 역할을 다한 배우처럼. 무대는 이제, 온전히 빛의 것이었다.

 

초승달이 희미하게 사라진 하늘 한 모퉁이에서, 하얀 도포 자락을 바람에 휘날리며 나타난 그림자 하나. 와호장룡 대밭 위를 나르는 주윤발의 신선 같은 자태? 한 줄기 빛이 스치자 그가 바로 취선 이백임을 깨달았다. 산 위를 미끄러지듯 나는 모습은 단순한 경공술이 아니라, 마치 자연과 한 몸이 된 듯한 자유 그 자체였다. 아 그래 그 역시 경공술의 대가였지....

 

山中問答

問余何意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窅然去

別有天地非人間

 

산중문답 (山中問答)

어찌하여 푸른 산에 머무느냐 묻기에

웃을 뿐, 답 없이 마음은 한가롭네

복사꽃은 흐르는 물 따라 아득히 흘러 가고

이곳은 따로 있는 세상, 인간 세상이 아니네

 

- 아 영원한 예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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