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다운 중국”을 찾겠다고 머릿속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게 무엇인지 뻑난 컴퓨처럼 멈춰 있었다. 뜨거워진 두뇌가 보여준 것은 중국 무협지로 변하는 과정 외엔 중국다운 중국이 없었다.
모든 누드 여행이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이 중국판 누드 여행은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비행기 측에서 말했다. “물감이요? 안 됩니다.”“왜요?” “이걸로 기내에서 김가중식 페인팅 퍼포먼스로 폭발시키면 승객들이 불안해합니다.”
‘그래… 이건 이미 평범한 여행이 아니야.’
현지, 상황은 더 심각했다.
원하는 색감의 물감은 구할 수 없었고,
대신 가게 주인은 캐캐 묵은 먼지가 풀썩이는 구석진 뒤편 곰팡냄새 나는 낡은 선반에서 찾아낸 이상한 가루를 가져왔다.
“이거 물에 타면 색 나옵니다.”
“이거 뭐예요?”
“…음식입니다.”
젠장 예술과 요리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왜 진즉 생각해 내지 못했지? 특히 수년간 숙성된...
모델,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변수.
인터넷 공개모집으로 뽑힌 이 모델은
“저… 누드는 처음인데요.”
“저도 이런 상황은 처음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위험에서 출발하여 위험으로 귀결될 위험을 위한 위험의 위험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장소였다.
“중국다운 배경이 필요합니다.”
“걱정 마세요.”
현지 스탭이 그렇게 말했을 땐 그 의미를 몰랐다.
그 “걱정 마세요”가
“목숨은 알아서 챙기세요”라는 뜻이라는 걸.
우리는 절벽으로 갔다.
정확히 말하면 “길인지 의심되는 경로”를 따라 올라갔다.
한 발 잘못 디디면
바로 인생 하이라이트 영상이 완성될 수 있는 구조였다.
이곳에 도달하기 위해 여분의 목숨을 천개 쯤 준비하고 뻥차를 탄 이야기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극한직업 각이었지만 사실 실제만큼 리얼하게 쓰지는 못했다.
“여기 맞아요?”
“네, 거의 다 왔어요.”
“거의라는 말이 제일 무서워요.”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곳.
그곳은…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마을이었다.
완벽하게 비어 있었다.
개도 없고, 닭도 없고, 심지어 와이파이도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풍경은 압도적이었다.
‘여기… 혹시 NPC 아직 로딩 안 된 거 아냐?’
하얀 담, 검은 기와.
정갈하게 이어진 골목.
마치 누군가
“중국 전통 미학 풀세트”를 설치해놓고 사람만 삭제한 느낌이었다.
한국에 흔해 빠진 영화 촬영 세트일까? 아니 절대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깊은 산속 아슬아슬한 절벽 사이에 낑겨진 빈 마을이었다. 마치 토종벌들이 인간계의 개입을 완벽 차단하고 지은 것 같은 신비주의 선계였다.
당연히 서울의 정릉골 폐가촌과 비교가 되었다.
거긴 현실적인 폐허였다. 1960년대 지어진 그 당시 도시빈민들의 보편적인 가옥 구조였다. 시멘트 블록들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구멍 숭숭 엉성하게 찍어낸 시멘트 기와 혹은 슬레이트를 덮어 살기에 썩 좋은 집은 아니었고 볼품도 별로 없었다. 그곳에서도 우린 수시로 페인팅 퍼포먼스, 악랄하게 모델에게 퍼붓곤 했었지....
하지만 여긴 달랐다.
여긴…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더 수상했다.
“근데… 왜 아무도 안 살아요?”
“모릅니다.”
“어떻게 찾았어요?”
“…인터넷이요” “거짓말”
스필버그, ‘인디아니 존스’ 장이머우, 붉은 수수밭의 배경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한 고대의 유적지 같은 이 신비의 마을을 중국 스태프들이 어떻게 찾아냈는지 궁금증에 두뇌를 붙잡아 매고 씨름할 여지는 이미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 작업”이 아니라 “이상한 알고리즘에 선택된 인간들의 모임”이었다.
바람이 불고,
문이 혼자 삐걱거리고,
모델은 계속 말했다.
“여기… 뭔가 있는 거 아니죠?”
“있어도 지금은 못 갑니다. 절벽이라서.”
그렇게 중국다운 중국의 색감을 찾으러 갔다가
인생의 공포 장르와 코미디 장르를 동시에 가미한 기상천외 기기묘묘한 페인팅 퍼포먼스 걸작 예술을 완벽하게 연출하게 될 줄이야...
그리고 아직도 궁금하다.
그 마을,
진짜로 사람이 떠난 걸까?
아니면 우리가 갔을 때만
잠깐 비어 있었던 걸까?
深山幽谷, 奇巖絶壁, 신비로운 마을은 걸리버 여행기의 그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