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방송=은형일 기자] 2026년 국회초대전의 44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된 배진권 작가가 장노출(Long Exposure)이라는 독보적인 명상적 기법을 통해 대자연과 인간 문명의 조화를 다룬 연작 <대지의 시간, 인간의 시간(Time of the Earth, Time of Man)>을 선보이며 문화예술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배진권 작가에게 장노출은 단순한 사진적 테크닉이 아니다. 그는 "장노출은 내게 기법이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없는 시간의 결을 시각으로 옮겨 적는 명상의 방식이다"라고 정의한다.
이번 국회초대전에 출품된 5점의 마스터피스는 수만 년의 풍화가 새겨진 대지의 영원함 위에 인간이 쌓아 올린 찰나의 문명이 가만히 교차하는 경이로운 순간들을 철학적 아우라로 시각화했다.
"산줄기는 끊기지 않고, 강물은 편을 가르지 않으며, 바람은 경계선을 묻지 않는다." 라고 기록된 그의 작가 노트처럼, 배 작가의 시선은 인위적인 경계와 한계를 넘어 우주적이고 근원적인 시간의 흐름을 향해 있다.
■ 출품작 5점 정밀 분석: 대지가 들려주는 두 개의 시간 이야기
1. 관문(關門) (Incheon Bridge, West Sea / 심야)
깊은 밤, 보랏빛 안개에 잠긴 인천대교의 웅장한 주탑을 장노출로 포착했다. 어둠 속에서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궤적을 그리며 번져가는 모습은 마치 대지 위에 새겨진 한 줄의 빛나는 문장과 같다.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첫 관문에서, 자연의 거대한 어둠과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의 빛이 가장 아름답게 충돌하고 융합하는 지점을 예술적으로 대변한다.
2. 지구의 주름, 수만 년의 필체 (Zabriskie Point, Death Valley, USA / 이른 아침 사광)
미국 데스밸리의 자브리스키 포인트를 비추는 이른 아침의 사광(Raking Light)이 대지의 능선에 깊은 음영을 드리우며 압도적인 입체감을 형성한다. 수만 년의 풍화와 침식이 빚어낸 거대한 결은 인간의 그 어떤 예술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시간 그 자체'가 직접 대지에 아로새긴 거대한 필체(筆體)임을 웅변하며 관람객을 숙연한 침묵 앞에 서게 만든다.
3. 바람의 필체, 모래의 시간 (Mesquite Flat Sand Dunes, Death Valley, USA / 오후 사광)
단단한 바위가 영겁의 세월을 견디며 주름을 새기는 동안, 사막의 모래는 매 순간 바람의 숨결을 받아 찰나의 아름다운 곡선을 그려낸다. 화면 한가운데 굳건히 자리 잡은 작은 초록 관목 군락은 가장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생명의 증거이자, 경계 너머에서도 자라나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따뜻하고도 경외 어린 예술적 헌사다.
4. 한반도 그리고 38도선 (Yeongwol, Gangwon / 새벽 물안개) – [시리즈 중심작]
강원도 영월의 한반도 지형을 자욱한 물안개가 감싸 안은 극적인 순간을 포착한 본 연작의 핵심작(Centerpiece)이다. 작가는 강물이 휘돌아 빚어낸 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새벽 안개를 통해 "자연은 분단을 모른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인위적인 경계선을 부드럽게 지워내는 안개의 질문을 통해 여의도 국회라는 무거운 공간에 가장 평화롭고 부드러운 예술적 화두를 제시한다.
5. 서해의 맥 (Tidal Channel, West Sea Mudflat / 황혼녘 30분 장노출) – [시리즈 완결작]
하루에 두 번 썰물과 밀물이 교차하며 거대한 속살을 드러내는 서해 갯벌의 갯골을 30분간의 초장노출로 담아냈다. 붉게 물드는 황혼의 빛 속에서 곡선을 그리며 흘러드는 물줄기는 사진 속에서 대지의 혈관을 흐르는 피처럼 표현되었다. 이는 서해 갯벌이 단순한 지형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 쉬는 '지구의 정맥'임을 증명하며 연작의 위대한 대미를 장식한다.
■ 배진권 작가 프로필 및 약력
▶학력: 중앙대학교 CCP 예술사진 연구과정 (2023 ~ 2026)
▶수상 경력:
-2026년 제42회 무등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2026년 제14회 한국 창작문화 예술공모대전 동상
▶전시 이력:
-2026년 일본 나가노현 우에다 시립미술관 초대 개인전
-2023 ~ 2026년 인사동 라메르 갤러리 단체전 및 기획전 다수 참여
▶주요 경력: 현대 뮤럴 공간 연출 및 디지털 아트 전문가(담코 대표)로서 커머셜 아트와 순수 예술사진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인 시각을 구축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