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과 한국을 합칩시다.!!!

입력 2026년07월15일 16시22분 김가중 조회수 231

내가 모글리스탄에 머물던 무렵이었다.

'몽고나 몽골'이라는 이름은 너무 교과서 같다. 모글리스탄. 이 이름이 훨씬 먼지가 난다. 역사는 먼지가 날수록 맛있다. 모글리는 몽골의 옛말이고 스탄은...의 땅, 이라는 뜻이다.

 

그 무렵 모글리스탄 사람들은 솔롱고스, 즉 고려(한국)를 꽤 이상한 나라로 생각했다. 잘사는 나라. 일 잘하는 나라. 형제국. 심지어는 "둘이 다시 합쳐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심심찮게 들렸다. 역사는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척하는 연극을 좋아한다.

 

그런데 내 관심은 따로 있었다.

과연 저 아름다운 여인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저 미모는 초원에서 자라는가. 아니면 바람이 빚어낸 조각품인가.

 

인터넷을 켠다?

AI에게 묻는다?

백과사전을 뒤진다?

그건 너무 정상적이다.

나는 정상적인 방법을 극도로 혐오한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우주의 서버를 향해 한마디를 외쳤다.

"~!"

 

잠시 후 저승 출입국관리소에서 전화가 왔다.

"작가님 또입니까?"

"이번엔 누굴 데려가실 겁니까?"

 

"마르코 폴로."

"지난달에도 데려가셨잖아요."

순간 저승의 먼지 창고가 열리더니 낡은 외투를 털며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아니... 또 당신입니까?"

마르코 폴로였다.

 

13세기 이후 내가 심심하면 호출하는 인간이다.

콜럼버스도 GPS도 없던 시절, 이 양반은 이미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러니 인터넷보다 조금 오래됐을 뿐이다.

 

"자네는 왜 죽어서도 퇴직을 못 하나?"

"당신이 자꾸 부르잖습니까."

"오늘은 모굴리스탄 특집이다."

 

마르코가 한숨을 쉰다.

"또 역사 왜곡입니까?"

"아니다."

"그럼 과장입니까?"

"그것도 아니다."

"허풍?"

"거의 다 왔다."

 

나는 담배도 피우지 않으면서 허공에 연기를 뿜는 시늉을 했다.

"예술이다."

마르코는 포기한 얼굴이었다.

 

그는 원나라에서 17년을 살았다. 쿠빌라이 칸 밑에서 관리 노릇도 했고, 대도에서 산둥을 지나 쓰촨, 윈난까지 누볐다. 지폐가 세상을 움직이는 것도, 역참이 제국의 핏줄이라는 것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몸통이 어떻게 숨 쉬는지도 두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귀국해 감옥에서 동방견문록을 구술했다.

세상은 그 책을 역사라 부른다.

하지만 나는 그 책을 세계 최초 여행 유튜버라고 부른다.

 

콜럼버스는 그 책을 들고 신대륙을 찾으러 갔다.

결국 길을 잘못 들었다.

그러니까 역사도 내비게이션 오류로 만들어진 셈이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래서 모굴리스탄 여인들은 왜 그렇게 아름답지?"

 

마르코가 대답했다.

"그건 내가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

"당시에는 사진기가 없었습니다."

 

나는 크게 웃었다.

그래서 내가 왔다.

 

사진은 기록하는 기술이 아니라, 기록을 망가뜨리는 기술이다.

있는 그대로 찍는 것은 복사기다.

없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 사진이다.

역사는 사실을 남기지만, 예술은 사실을 의심한다.

 

나는 지금도 마르코 폴로를 가끔 불러낸다.

인터넷은 검색을 하지만, ()은 증인을 소환한다.

AI는 데이터를 모으지만, 허풍은 진실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검색엔진은 Wi-Fi가 아니다.

 

"~!"



















 

 

 
결제하실 금액은 원 입니다.
무통장 입금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