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방송=은형일 기자] 문명과 산업화라는 이름의 화려한 청사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소외, 그리고 그 속에서 헐벗은 채 웅크리거나 걸어가는 한 인간의 실루엣.
제4회 대한민국국회문화예술초대전(국회초대전)의 103번째 작가로 선정된 김가중 작가가 이번 출품작 연작을 통해 사진예술의 경계를 뛰어넘는 ‘오묘한 철학: 허물벗기’ 미학을 건넨다.
파충류는 허물을 벗어야 성장하고, 애벌레는 환골탈태를 통해 비로소 아름다운 날개를 펼친다. 인간에게 ‘허물’이란 겉을 가리는 껍질이자 때로는 벗겨내야 할 오점이다.
김가중 작가는 이번 초대전에서 문명이 남긴 거대한 폐허와 개발의 현장에 인간이 입던 옷가지를 던져놓고, 알몸의 존재를 대치시킴으로써 현대사회가 쓰고 있는 화려한 허울을 과감히 찢어발긴다.
▣제4회 국회초대전 출품작 5점 심층 예술적 심의 및 스토리 분석
1. 〈유토피아〉 (Utopia)
▶시리얼 넘버: 1/5 (KGJ141122-013)
●작품 분석: 극심한 가뭄으로 거북 등처럼 갈쩍갈쩍 갈라진 황량한 대지. 그 중앙에 사람이 입던 주황색 자켓, 바지, 모자, 헬멧, 신발이 마치 인형이 납작하게 눌린 듯 바닥에 놓여 있다. 그 뒤편으로 속옷 차림의 인물이 자전거를 끌며 아득한 지평선 너머로 걸어 들어간다.
●예술적 해석: 영종대교 아래 세계 최고의 위락단지가 들어선다는 거창한 미래적 공약에 작가는 깊은 의문부호를 던진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한다는 유토피아는 과연 존재하는가. 거대 개발 구역의 바짝 마른 땅 위에 남겨진 옷가지는 문명이 벗어 던진 허물이며, 멀어져 가는 알몸의 인간은 현재의 안락함만을 좇다 정작 미래를 보지 못하는 인간의 쓸쓸한 초상이다.
2. 〈산업혁명〉 (Industrial Revolution)
▶시리얼 넘버: 1/5 (KGJ141122-015)
●작품 분석: 붉은 흙더미가 산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공사 현장. 황무지로 변해버린 흙바닥 위에 파란 자켓과 바지가 사람이 누워있는 형상으로 정갈하게 놓여 있다. 저 멀리 아스라하게 보이는 현대식 아파트 단지의 마천루와 전면의 흙무더기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예술적 해석: 평택 서정리 300만 평의 광활한 터전이 세계 최대 반도체 단지라는 산업혁명의 이름으로 파헤쳐졌다. 작가는 이 거대한 벌거벗은 땅 전체를 담는 대신, 자신이 겨우 누울 수 있는 ‘한 평의 땅’을 촬영지로 삼았다. 초고속 첨단 문명의 그늘 아래 무너진 터전과 그 속에 묻혀버린 인간 존재의 미미함을 파란 옷가지라는 시각적 장치로 통렬하게 폭로한다.
3. 〈종착역〉 (Terminal Station)
▶시리얼 넘버: 1/5 (KGJ141122-019)
●작품 분석: 무수히 뻗은 철길 위, 전면에 놓인 정장과 셔츠, 넥타이는 마치 사람이 순식간에 증발한 듯한 착시를 준다. 그 너머 철로를 짚고 힘겹게 엎드려 기어가는 속옷 차림의 인간이 보인다. 모노톤에 가까운 무거운 색조가 묵시록적 분위기를 더한다.
●예술적 해석: 전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며 미지의 영역을 지워버린 철길의 끝, 그 ‘종착역’에서 인간이 마주한 것은 무엇인가. 정장이라는 문명의 갑옷을 벗어 던진 인간은 자갈과 쇠로 이루어진 차가운 철길 위를 맨몸으로 기어간다. 더 이상 전설과 신화가 존재하지 않는 냉혹한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도달한 궁극의 고독과 야생성을 처연하도록 아름답게 포착했다.
4. 〈암사대교〉 (Amsa Bridge)
▶시리얼 넘버: 1/5 (KGJ141122-024)
●작품 분석: 개통을 단 몇 시간 앞둔 텅 빈 8차선 암사대교의 아스팔트 도로. 길 한가운데 파란 점퍼와 팬츠, 구두가 펼쳐져 있고, 멀리 한 남성이 속옷 차림으로 교량 상판 위를 거침없이 걸어가고 있다.
●예술적 해석: 수많은 자동차들이 질주하기 직전의 폭풍전야 같은 정적. 영원한 번영을 꿈꾸며 건설된 거대 인프라의 완성 순간, 작가는 정식 허가를 받아 도로 위를 ‘작가의 무대’로 바꿨다. 거대 교량 위 아스팔트에 남겨진 옷가지와 맨몸으로 도로를 횡단하는 인물의 대치는, 속도와 효율만을 지향하는 현대 문명의 질주 직전에 던지는 묵직한 브레이크이자 인간 본연의 자유를 향한 선언이다.
5. 〈흔적(뽄뜨기)〉 (Traces - Molding)
▶시리얼 넘버: 1/5 (KGJ141122-011) / 규격: 16X20, 20X24 / 촬영일시: 1996년경 (필름)
●작품 분석: 어둠이 내리는 거대한 염전 부지. 바닥 곳곳에 백색 횟가루로 인체의 형상이 또렷이 사방에 새겨져 있고, 화면 하단에는 작가가 직접 횟가루를 뒤집어쓴 채 엎드려 있는 충격적인 퍼포먼스 현장이 담겨 있다. 저 멀리에는 헐벗은 모델이 수평선을 향해 걸어간다.
●예술적 해석: 1996년 영종도 인천공항 개발로 폐허가 되어가던 거대한 염전에서 진행된 한국 사진사의 전설적인 퍼포먼스 작품이다. 광목을 깔고 누드모델과 작가가 직접 바닥에 엎드려 횟가루를 뿌려 ‘인간의 뽄(본)’을 떴다. 이 작업 도중 횟가루가 귀에 들어가 청각을 심하게 다치는 고통을 겪었음에도, 작가는 자신의 신체적 상흔과 예술적 열정을 교환하며 사라져가는 공간 속에 진정한 '작가적 허물'을 각인시켰다.
김가중 작가
■ 김가중 작가 약력 및 예술적 이력
▶현(現) 한국사진방송 대표 및 예술 총감독
▷대한민국 특수 테크니컬 및 파격 실경 연출 사진의 거장
▲주요 활동 및 예술적 족적:
▷대한민국 국회초대전 주관 및 기획: ‘국회초대전’, ‘서울국제사진공모전’ 등 국내 최고 권위의 문화예술 전시를 지속적으로 기획 및 총괄하며 한국 사진예술의 위상을 제고함.
▷독창적인 하이테크니컬 연출 기법 확립: 1990년대 영종도 염전 뽄뜨기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용마랜드 ‘Color Big Bang’ 페인팅 누드 퍼포먼스, 회룡포·포천 수중 스튜디오 특수 테크니컬 촬영회 등 국내외에서 유일무이한 대규모 실경 연출 기법을 선보임.
▷사진 예술의 저변 확대: 정가 6만 원 상당의 최고급 작품 매거진 『藝術至尊(예술지존)』 및 국회초대전 작품집을 D-Book(전자책) 형태로 전 국민에 무료 배포하는 등 사진예술의 생활화와 대중화에 앞장서 옴.
◈[기자의 시선] 은형일 기자가 본 김가중의 사진 미학
김가중 작가의 카메라 렌즈는 단순히 이미지를 수집하지 않는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거대한 개발 현장과 문명의 최전선에 자신의 몸을 던진다.
이에 횟가루로 청각을 잃으면서도 염전 바닥에 자신의 흔적을 새겨 넣었던 1996년의 열정은 2026년 오늘날 암사대교와 평택의 흙더미 위에서도 변함없이 꿈틀거린다.
이번 제4회 국회초대전에 출품된 5점의 대작은 껍데기와 허울뿐인 현대 문명 속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입고, 무엇을 벗어 던져야 하는가"에 대한 작가의 숭고하고도 오묘한 철학적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