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마 한 마리로 만리장성을 쌓은 사나이

입력 2026년07월26일 17시24분 김가중 조회수 194

역사에 예술을 입히다. 金嘉中 누드 철학

이쯤에서 여후와 묵돌의 애잔한(?) 러브스토리가 왜 세상에 떠돌게 되었는지 잠깐 벗겨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누드사진가다.

그래서 역사를 볼 때도 옷부터 벗긴다.

황제의 곤룡포를 벗기면 겁 많은 사내가 나오고, 장군의 갑옷을 벗기면 허세가 나온다. 역사는 늘 비단옷을 입고 있지만 진실은 언제나 벌거벗고 서 있다.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

누가 처음 이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 조사에 의하면 만리장성은 벽돌보다 연애와 허세와 자존심으로 더 많이 쌓였다. 중국 역사학자들이 이 글을 보면 기절하겠지만, 기절하는 것도 역사 발전에 이바지하는 일이다.

 

두만을 명적으로 로그아웃시킨 묵돌은 드디어 흉노의 CEO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했다.

왕관은 썼는데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

선우는 되었는데 국력은 동네 이장보다 조금 나은 수준.

 

동호는 흉노를 보며 말했다.

"저 집은 오늘도 망하기 딱 좋구나."

웃다가 배꼽이 빠진 동호는 심심풀이 삼아 묵돌에게 천리마를 달라고 했다.

 

그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두만이 타던 말이었고, 흉노의 자존심이었으며, 오늘날로 치면 대통령 전용기, 페라리, 우주왕복선, 그리고 국민연금을 한꺼번에 합쳐 놓은 국보였다.

신하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났다.

 

"안 됩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차라리 저희를 삶아 드십시오!"

"천리마를 내주면 흉노의 체면이 땅에 떨어집니다!"

그러자 묵돌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래... 너희 수준이 딱 여기까지구나.'

정작 실력 있는 부하들은 아버지를 제거할 때 이미 저승으로 인사 발령을 내버렸다.

지금 남은 사람들은 회의만 하면 나라가 강해지는 줄 아는 전문가들이었다.

 

전쟁은 안 해 봤지만 작전은 세계 최고.

활은 못 쏘지만 입은 기관총.

이런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멸종하지 않는다.

묵돌은 일부러 눈시울을 붉혔다.

 

"맞다."

"천리마를 잃는다는 것은 내 다리 한쪽을 떼어 주는 것처럼 아프다."

잠시 말을 멈췄다.

 

침묵은 최고의 연기다.

"하지만 말 한 마리로 너희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두 다리쯤은 잘라 주겠다."

순간 신하들은 감동했다.

 

울고...

또 울고...

감동해서 울고...

나중에는 왜 우는지도 모르고 울었다.

 

천리마는 동호로 떠났다.

동호는 박장대소했다.

 

"이놈은 겁쟁이다!"

그러나 묵돌은 혼자 웃었다.

사람들은 천리마를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시간을 샀다.

사람들은 자존심을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승리를 예약했다.

 

나는 이것을 누드 철학이라고 부른다.

옷을 벗는다는 것은 살을 드러내는 일이 아니다.

허세를 벗기는 일이다.

천리마를 끝까지 움켜쥐고 "내 자존심!"을 외쳤다면 그는 멋진 영웅으로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묵돌은 자존심의 옷을 먼저 벗었다.

그 벌거벗은 판단력이 훗날 초원을 뒤집고, 한나라 황제까지 벌벌 떨게 만들었다.

역사는 늘 갑옷 입은 영웅을 칭찬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갑옷이 아니라,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자존심부터 벗어 던질 줄 아는 인간이라는 것을.

그러니 만리장성은 벽돌로 쌓은 것이 아니다.

인간의 허세가 한 장, 자존심이 한 장, 욕심이 한 장씩 쌓여 오늘의 만리장성이 되었다.

혹시 아니라는 학자가 있다면 증거를 가져오시라.

없으면... 내 말이 정설이다.

 

역사는 원래 이긴 놈이 쓰고, 나는 그 역사를 다시 비틀어 누드로 찍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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