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렸더니 엄청난 훅이 들어왔다. 내가 이 정도일 줄이야?
심기가 불편해져 그 중 한 놈을 내질렀다.
악플러:
"이 넘은 순전 장샀군이야. 그것도 그냥 책이 아니고 새빨간 책이야, 여기도 책 장사하러 들어왔을 걸..."
김가중:
"그래, 책 장사 맞다! 근데 야 이 사람아, 현대 사회에 자기 물건 안 파는 놈이 어디 있어?
대통령은 나라 팔아 정치하고, 개그맨은 주둥이 팔아 약 치고, 선생은 족보 팔아 지식 장사하고, 저 AI 놈들은 대놓고 사기(詐欺)를 팔고, 기술자는 인간 모양 껍데기(휴머노이드)를 파는데! 아무것도 팔 게 없는 놈은 딱 하나뿐이지. 남의 주머니나 털어먹는 도둑놈, 아니면 악플이나 흩뿌리는 너 같은 본대 없는 잡종 새끼!"
악플러:
"…순전 사기꾼이네 이거!"
김가중:
"맞다, 사기꾼! 그냥 사기꾼도 아니고 국가대표급 고등 사기꾼이다!
내가 헛소리 몇 줄로 너 같은 소인배 뇌수를 쥐락펴락하고 있으니 고등 사기꾼 맞지. 찌질하게 키보드 잡고 징징대지 말고 빨리 [로그아웃] 버튼이나 눌러라. 네 수준엔 내 글도 사치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처음 이 짓거리(예술)에 발을 들인 이유부터가 글러 먹었다.
옛날에 백남준 선생이 TV 화면에 사기극을 쳐놓고 "예술은 구라다!" 하면서 조지 오웰을 비웃던 비디오 퍼포먼스를 보고 뇌수가 터지는 것 같은 쾌감을 느꼈거든.
'아! 세상 사람들을 가장 합법적이고 멋지게 속여먹는 고등 사기극, 그게 바로 예술이구나!'
백남준 선생은 전 세계를 상대로 거대한 비디오 구라를 쳤고, 나는 내 사진과 책으로 작은 굿판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팔 게 없어서 방구석에서 남의 글에 똥이나 싸지르는 놈한테 사기꾼 소리를 들으니, 오히려 내가 진짜 거장이 된 것 같아 기분이 묘하게 좋구먼.
자, 다음 타자 들어오시라! 이번엔 뭘 팔아줄까?
*********************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예술은 사기꾼의 은총이다.
사실? 사실 따위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의 모가지에 걸린 표찰보다 지루하다. 진실? 그건 법정에서 성경 위에 손을 얹고 거짓말하는 정치인들이나 찾는 주사위 놀음이다. 예술이 재미있어지려면 모고시마(母鼓島)의 배꼽처럼 비틀려야 하고, 역사가 뼈를 때리려면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트로트 박자에 맞춰 깽깽이판으로 틀어버려야 한다.
나는 카메라라는 이름의 은밀한 엿보기 구멍을 들고 몽골의 새하얀 설원을 헤맸다. 조수로 두명을 채용(?)했는데 삼각대 들고 따르는 칭스와 조명장치와 생존을 위한 도구들을 무겁게 진 말코였다. 말이 좋아 몽골 대설원 대서사시지, 사실은 황량한 설원 한복판에서 인류 최초의 옷인 피부를 복원하겠다는 지극히 거창하고도 황당무계한 예술적 핑계였다.
"자, 옷을 벗읍시다."
이 짧고도 무시무시한 다섯 글자.
그것은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들기 전 남긴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네"라는 말보다 숭고하며, 셰익스피어의 "죽느냐 사느냐"보다 인간의 본능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질문이다.
수십 년을 이 짓거리를 해왔다. 백인(白人)이 아니라 몸에 인(印)이 백이다 못해 뼈마디마다 곰팡이처럼 굳은살이 밴 세월이다. 그런데도 "옷을 벗으라"는 첫 마디를 뱉기 전, 내 입술은 언제나 몽골의 고비사막처럼 바짝바짝 메말라간다. 숨이 가빠오고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것처럼 쿵쾅거린다.
이것은 변태적 욕망인가, 예술적 긴장인가?
아니다. 이것은 '문명이라는 베일을 찢어발기기 직전의 인간이 느끼는 원초적 공포'다.
"인이 박인다는 것은 중독이다. 그러나 중독되지 않는 단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처음 보는 타인의 피부가 세상에 드러나는 그 순간의 전율이다."
베테랑의 훌러덩, 초보자의 꽈배기
촬영장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존재한다. '해탈한 자'와 '배배 꼬는 자'.
1. 해탈의 경지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내 입에서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베테랑 모델은 광속으로 옷을 벗어 제낀다.
쉭! 쉭!
티셔츠가 날아가고, 청바지가 화각(畫角) 밖으로 고꾸라진다. 그 모습은 흡사 허물을 벗는 한 마리의 거대한 허물벗기 애벌레이자, 순식간에 껍질을 까버리는 바나나와 같다.
수월하다. 완벽하다. 비즈니스다.
그러나... 재미가 없다!
거기엔 신비도, 호기심도, 철학적 타작마당도 없다. 완벽하게 노출된 여체는 그저 잘 가공된 한 조각의 대리석상에 불과하다. 호기심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의 기계적 노동뿐.
2. 꽈배기의 미학
반면, 남 앞에서 단 한 번도 옷을 벗어본 적 없는 초보자를 만났을 때, 비로소 진정한 소설이 시작된다.
"자, 재킷만 살짝 벗어볼까요?"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도살장 입구에 선 황소의 눈망울을 하고는 온몸을 꼬기 시작한다. 몸을 얼마나 비틀어대는지, 거의 문학적으로 잘 꼬여진 '찹쌀 꽈배기'의 형상이다. 하얀 팔뚝 하나 겨우 드러났을 뿐인데, 그걸 또 가리겠다고 몸을 동그랗게 말아 쥐고는 내지르는 그 거룩한 수줍음!
그 안쓰러운 배배 꼬임 속에서, 관찰자의 피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입술이 바싹 말라오며 내 안의 악마와 천사가 동시에 외친다.
"더 비틀어라! 더 숨겨라! 그 베일 뒤에 숨은 진실이 무엇이든, 보이지 않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베일의 신비, 그리고 내숭의 예술
모나리자가 눈썹이 없어서 위대한가? 아니다. 웃는 듯 마는 듯한 그 가증스러운 표정 속의 '숨김' 때문이다. 다윗상이 벌거벗어서 멋진가? 아니다. 그 단단한 돌 속에 갇힌 육체의 긴장감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 벗겨놓은 사실(Fact)은 삼류 도설집에 불과하지만, 보일 듯 말 듯 감추어둔 거짓(Fiction)은 위대한 문학이 된다.
몽골의 거친 칼 바람이 꽈배기처럼 비틀린 초보 모델의 머리칼을 흔들고, 나는 셔터를 누른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역사는 오늘 이 초원에서 새로 써질 것이며, 예술은 내가 누른 셔터의 틈새로 피어나는 지독한 '착각의 환상'일 뿐이다.
자, 그러니 다시 한번 외쳐본다.
역사를 뒤집고 예술을 엎어버릴 그 전설의 한 마디를.
"자... 마저 벗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