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시

입력 2026년08월24일 22시48분 신원중 조회수 224

Self Portrait 4탄

응시


 

붉은 온천의 김이
산을 가리고,
이끼를 머금은 계곡의 물은
시간을 흘려보낸다.
나는 그 앞에 서서
아무 말 없이 바라본다.
뜨거움과 차가움,
붉음과 초록,
흐름과 머묾이
한 풍경 안에서 만나
서로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나는 풍경을 찍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바라보는
나의 시간을 찍는다.
계곡의 물은 흘러가고
온천의 김은 사라지지만,
그 순간
내가 바라보았다는 사실만은
사진 속에 머문다.
어쩌면 사진이란
보이는 것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바라보는 마음을
잠시 멈추어 세우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흐르는 물과 피어오르는 김 사이에서
조용히 풍경을 응시한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아니,
무엇을 바라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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