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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식대로 본다. 탄천 배따라기, 12월9일 번개출사 후기
27년 만에 닥친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던 날이다. 초겨울인데도 연일 폭설이 내려 온천지가 하얗게 죽어가고 있다.
서울 정릉에서 분당 서현역은 지구 끝이라도 되는 양 멀기만 하다. 날씨는 청명하고 긴 그림자들의 여운이 짓밟힌 눈밭위로 영화처럼 일렁인다.
탄천엔 계절을 잃어버린 왜가리 한 마리가 갈 곳 몰라 헤매고 청둥오리 몇 마리가 물살을 가른다. 정처 없이 타박타박 걷는 것은 어쩌면 부질없는 짓이다. 을씨년스러운 천변과 멋대가리 없이 삐쭉삐쭉 솟아 오른 빌딩들에 앵글을 겨누지만 별다른 감흥은 떠오르지 않는다.
별안간 내식대로 봐야지. 세상을 꼬나본다면 무언가 보일 것이야. “비비비........” 눈에 뇌파를 쏘아 보내고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아하 사진은 언제나 재미있다. 내식대로 세상을 보기 시작하면 그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의 것들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