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보는 것이 곧 사진(예술)이다, 김가중의 인식론
“아, 달을 보라켔더이 좆 빤다고 손가락만 치다보노?”
경기도 와부에 시골스러운 능내역이 있고 그 역에서 내려 모퉁이를 돌아가면 팔당호를 굽어보는 경관이 빼어난 곳이 나온다. 어느 해 겨울 아침 그곳에 촬영을 갔는데 그날따라 날씨도 을씨년스럽고 기분도 꿀꿀하여 촬영할 기분이 아니었다. 호수를 바라보며 "이곳에서 큰 사진들이 나오겠는데....음 참 좋은 장소야." 라고 필자가 중얼거리자 그 당시 사진을 처음 시작한 한 분이 "여기에 뭐가 있다고 그러세요, 제 눈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황량한 호수와 을씨년스러운 공터 외엔 ...." "글시 두고 봐 다음에 내가 다시 와서 촬영을 하면서 다 보여 줄게...."
당시만 해도 좋은 장소를 보는 안목이 전무하였던 그는 불과 몇 해 후에 MBC감독으로 한 차원 높은 전문가가 되었고 어느 해인가는 방송대상인가를 받으며 최고의 카메라 기자가 되었다.
지금은 다산 정약욕 유적지가 되어 이름난 관광지가 된 그 곳에서 우리 회원들과 필자는 정말 많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었다. 우리들이 즐겨 쓴 대상은 당시에 그 공터 한쪽에 모아놓은 나무들의 집합체였는데 그 나무들은 줄기만 심어놓아 그 줄기에서 새로 돋은 새순들이 마치 헝클어진 머리카락처럼 삐쳐 나와 있었다.
후에 자동차를 여러 대 배치하여 그 나무들에 헤드라이트로 조명을 주기도 하고 노출 오버로 하이키하게 촬영하여 흑백 특수 기법인 톤 세프레이션 라인톤 프로세스 메조드릴리프 등 흑백 특수 테크닉을 구사하기도 하고 컬러 슬라이드 필름을 사용하여 산영식 포스터라이제이션 기법으로 큰 상도 받는 등 다양하고 테크니컬한 작품들을 무수히 만들어 내었다. 나무들의 배경이 호수니 그러한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는데 퍽 용이한 장소였던 것이다.
또 분당 궁내동 경부선 고속도로 톨게이트 옆 둔덕에도 나무를 처음 식재했을 땐 더 없이 좋은 촬영지였다 물론 이곳에서도 다양한 작품들을 수없이 촬영해 내었는데 이는 사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테크닉의 기법을 염두에 두고 사물을 관찰하고 대상을 물색한 결과들이다.
지금은 포토샵으로 그 당시의 어렵디 어렵던 암실 테크닉을 간단하게 다양한 영상들을 현란하게 전개 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필자도 어느새 삽질에 능하고 삽질을 감안해서 사물을 보니 얼마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지 모른다. 이렇듯 자신이 능한 테크닉에 비준해서 사물을 보는 방식을 필자는 “김가중의 인식론” 이라고 한다.
박근영 작
이규복 작
유병태 작
유병태 작
이애심 작
“여러분 안에 내재된 감성을 죽이지 말라1”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노출을 잘 알아 역광선을 잘 사용하면 독특한 라인을 찾아 낼 수 있고 색감의 변화를 미묘하게 이용하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조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런 지식도 갖지 않았다면 있는 그대로 외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본 그대로 나와 주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될 것이다. 카메라의 속성과 인간의 눈 사이엔 엄청나게 큰 갭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본 그대로 나오지는 않는다.
안목이 어떻고 의도를 가져라 자신만의 개성적인 사진을 만들라 같은 주옥같은 얘기들을 쏟아내지만 정작 어떻게 하는 것이 의도를 갖는 것인지 안목이란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이는 그리 흔치 않다. 주어진 것을 잘 찍는 것을 훌륭한 작가라고 하는 시대는 이미 아니다. 작가의 관점위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풀어나가려는 의지가 필요한 때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복안을 세우고 자신만의 시각을 구축하라!
여러분이 오늘같이 험한 날씨를 무릅쓰고 여기 왔을 땐 여러분의 안에 내재된 끼를 주체하지 못해서 일 것이다. 여러분은 이미 사진에 있어서 예술에 있어서 여러분의 가슴속에 펄펄 끓는 열정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분은 이미 예술가들인 것이다. 그러한 열정과 끼와 혼이 없는데 왜 이곳에 오며 왜 힘들고 무거운 복잡하여 머리 아픈 카메라를 메겠는가? 여러분의 가슴속에 내재된 예술에 대한 무한한 동경심을 죽이지 말라 자신에게 한층 더 최면을 걸어야 될 때이다. 자신에게 거는 최면을 자기암시라고 하고 이러한 암시야 말로 사람이 가진 능력 이상의 신기한 아우라를 끌어내는데 주효하다.
“나는 예술가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나는 나만의 세계를 기필코 찾아 낼 것이다.”
김수민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