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유토피아, 4월15일 한국사진방송 번개출사 후기
야밤에 북한산 깔딱고개를 깔딱깔딱 올라갔다. 오래전에 동료들과 함께였다.
야바위!
인수봉의 거대한 바위를 바위꾼들이 헤드랜턴을 켠 채 올라간다면 헤드랜턴이 바위위에 궤적을 거려 멋진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른바 인수봉의 펜라이팅 테크닉을 구상하였던 것이다.
영봉!
그곳에선 인수봉이 아주 잘 보였다. 구도가 무척 좋았음은 물론이다. 저 아래 계곡에 빨간 텐트들이 쳐져 있었고 불빛이 새어나오고 기타소리와 북소리 피리소리 신명나는 음악들이 산자락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여흥이 끝나면 인수봉의 바위꾼들이 바위를 탈것이란 기대 속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하염없이 기다렸다. 밤이 깊어가고 있건만 노래 소리는 멈추질 않고 산 너머 우이동까지 오르내리며 소주병을 사다 나르는 후임들만 오가고 있었다. 바위꾼들은 규율이 엄해 선임들이 일부러 야밤에 산 아래 마을로 술 사오는 심부름을 시킨단다.
빌어먹을... 그 밤 그들은 끝내 바위를 타지 않고 술추렴으로 밤을 지새우고 말았다.
달의 궤적!
마침 달은 휘영청 밝아 인수봉너머로 지고 있었다. 달의궤적은 조리개 F22에 맞추고 광각렌즈나 표준렌즈로 찍으면 달이 서산으로 넘어가는 멋진 장면을 궤적으로 남길 수가 있다.
야바위는 촬영하지 못했지만 멋진 달의궤적으로 위안이 되었다.
구름속의 아침!
어느새 여명이 밝아오고 밤새 삭정이들을 모아 피운 모닥불 탓에 꾀죄죄한 몰골로 일출을 기대하고 산 아래 상계동과 불암산을 향해 카메라를 겨누었다. 그 밤 그렇게도 청명하여 달의 궤적을 잘 촬영하였으나 아침엔 온통 먹장구름이 몰려와 일출은커녕 시야가 흐리기 짝이 없었다.
호통소리!
누군가가 산을 오르다 호통을 친다. 북한산 지킴이란다. 모닥불을 핀 것이 그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황급히 모닥불에 모래를 끼얹으며 사과를 하였는데 그가 이번엔 사진을 가지고 시비를 건다.
“이런 날씨에 사진이 되냐? 초짜들 같으니라고...탁보면 모르냐? 이 날씨에 무슨 카메랄 펼치고 지랄을 쳐?”
“여기 산영인데요”
山影은 당시에 사진인들 사이에 포스가 있는 동아리로 이름이 높았다. 특히 잡지께나 보거나 잡지에 자주 글이나 작품을 올리는 작가들에겐 더욱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산영인들은 악천후를 잘 이용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엥 김가중 선생? 그 산영?”
“저기 계신데요.”
“아이고 선생님 저 000 인데요 여기서 뵙네요. 제가 월간 영상지에 컬럼 연재하고 있는 000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밤새 넘 추워 모닥불 죄송했습니다.”
“예에.... 그건 그렇고 이런 날 사진이 됩니까? 괜히 고생만 하시지...”
“아 선생이 보기엔 안 되는 날인가요?”
“글쎄요 필름만 아깝지 않나요?
“예 선생은 눈으로 보지만 저는 눈으로 보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좋은 작품 나오는 좋은 날씨인데요 나중에 작품 완성되면 보여드릴께요.”
이날 필자가 구상하고 있었던 것은 하이키하게 밝게 촬영하여 후에 패러글라이딩 촬영해 놓은 필름과 겹쳐 이미지를 만들어 낼 요량이었다. 상계동 아파트촌을 하얗게 촬영한 필름과 새파란 하늘에 새빨간 패러가 날아가고 있는 필름을 겹치는 파란 아파트촌 위에 새빨간 패러글라이더가 날아가는 아주 감각적인 작품이 된다. 물론 포지티브인 슬라이드 필름으로 말이다. 후에 이 형식의 작품들은 공모전등에서 많은 입상을 이끌어 내었다. 특히 니콘국제사진살롱전 같은 권위 있는 공모전에서 대상도 이 형식의 작품이 되곤 하였다.
*요즈음은 필름을 안 쓰니 포샵으로 당시의 작품과 같은 형식의 작품을 만들어 보았다.
여의도 밤섬!
봄빛이 무르익어 초목들은 한창 아름다운 자태였지만 황사와 미세먼지가 짙은 젬병의 날씨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필자는 눈으로 보지를 않으니 .....스모그는 오히려 쨍한 날씨보다 더욱 내 마음에 맞는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내 마음의 유토피아!
어떤 이들은 날씨가 나쁘면 출사를 포기하고 현장에서마저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는다. 그것은 정석이다. 하지만 날씨가 받쳐주고 좋은 구도가 받쳐주고 이미 모든 것이 다 좋게 만들어져 있다면 작가는 무엇을 한 것일까? 줍는 사진! 필자는 이 경우를 이렇게 표현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주워서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