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만들기” 여행정보(1)

입력 2011년04월05일 16시07분 배택수 조회수 1699

강화도의 새끼섬 ”석모도”의 코끝에 봄이...

강화도의 새끼섬 "석모도"의 코끝에 봄이...

 인천 강화도에 딸린 작은섬 석모도. 고깃배들이 빽빽이 들어선 커다란 포구도 없고, 깎아지른 기암괴석도 없는 서해안의 "보통섬"이다.
풍광만 따져서는 그렇게 대단한 볼거리가 있는 섬은 아니지만 석모도는 마치 봄에 핀 버들개지처럼 정겨운 곳이다. 여객선을 쫓아오며 새우깡을 잽싸게 낚아채는 갈매기와 바닷길을 동행하다보면 봄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즐거워진다. 머리 위에서 펄럭거리는 갈매기의 날갯짓과 끼룩대는 울음소리가 파도소리만큼 생생하다.
석모도는 강화도의 서쪽 끝 외포리 포구에서 불과 1.5㎞. "옛날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철부선으로 10분이면 도착한다. 선착장을 빠져나오면 해안을 두르고 있는 순환도로와 만난다. 동쪽으로 돌면 영화 "시월애" 촬영현장인 하리 앞바다. 이정재와 전지현이 2년의 시차를 두고 편지로 만나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한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하늘과 맞닿은 개펄이 끝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바닷가가 바로 하리이다. 마치 동화 속의 파스텔화처럼 눈길을 끌었던 나무다리 위에 지은 작은 집 "일 마레"와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던 빨간 우체통. 제작진이 세운 이 세트는 2000년 가을 불어닥친 태풍 때문에 모두 날아 가버렸다고 한다. 그래도 손깍지를 낀 연인들이 찾아와 아득한 개펄 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보면서 즐거워 한다. 하리는 바다의 풍광만큼이나 뭍의 풍광도 독특하다. 너른 밭고랑 한가운데 한 채 씩 농가가 흩어져 있는 풍경은 마치 중국 대륙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서쪽으로 돌아서면 염전과 민머루 해변이 나온다. 일손을 멈춘 소금밭은 아직 썰렁하다. 1호부터 11호까지 흰 페인트로 번호가 매겨진 소금창고. 석모도 천일염은 끝 맛이 달다고 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중국산 소금과는 달리 염분이 적은 것이 특징. 임진강과 한탄강의 물이 합쳐진 곳이라 염분은 적지만 결정체가 잘 부서지지 않고 단단하단다. 서서히 소금농사를 준비하는 소금꾼들은 따가운 볕 발을 기다리며 염전 바닥을 다지고 있다.
소금창고 길을 지나 언덕빼기를 넘어야 만나는 민머루는 석모도 내에 있는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해안선은 약 1㎞ 정도. 폭은 50m로 백사장 너머에 수십만평의 개펄이 나타난다. 민머루 개펄은 서해안을 통틀어 가장 미생물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서 싱싱한 갯것들이 많다고 한다. 봄이면 유치원 아이들부터 가족단위의 여행객, MT를 온 학생들이 섞여 민머루 앞바다에서 갯벌체험을 하기도 한다. 갯벌이 좋은 만큼 이 일대는 예부터 이름난 어장이다.
민머루 가는 길에 있는 어류정은 고기가 많이 몰려와 논다는 뜻으로, 지금도 새우가 잘 잡힌다. 민머루는 원래 섬이었는데 개성 일대에서 모여든 피난민들이 먹고 살 게 없자 호구지책으로 제방 쌓는 일에 나서 간석지를 만들었다고 했다. 밭고랑 사이에는 수로가 잘 뚫려 있는데 제법 붕어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전국에서 수로낚시꾼들이 몰려든다. 원래 민머루는 낙조가 유명한 곳이다. 요즘은 수온이 높아져 안개가 많이 끼기 때문에 운이 좋아야 낙조를 볼 수 있다. 대신 겨울의 찌꺼기를 지우는 안개도 운치가 있다. 수로를 따라 놓인 오솔길을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달리는 농부들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해안을 둘러본 다음에는 섬 한가운데 자리잡은 보문사를 들러야 한다. 보문사는 여수의 향일암, 남해의 보리암과 더불어 국내 3대 기도도량 중 하나이다. 낙가산 자락에 앉아있는 보문사는 황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풍광도 좋은 곳이다.
보문사는 원래 신라 선덕여왕 때인 635년에 세워진 고찰이다. 법당은 근자에 새로 지어졌지만 노송이 쭉쭉 뻗은 오르막길을 따라 보문사에 들어서면 고찰의 위엄이 느껴진다. 경내에는 22개의 나한상을 모신 석실과 수령 600년의 향나무가 있는데 제 각각 전설 한 토막씩을 가지고 있다. 나한상은 바다에서 어부가 건져 올린 것. 어부의 꿈에 노승이 나타나 돌덩이를 잘 모시라고 했는데 이 돌덩이가 바로 나한상이라고 한다. 어부가 나한상을 옮긴 곳이 바로 보문사 석실. 석실 앞에 있는 향나무도 범상치 않다. 용틀임하듯 가지를 구부리고 있는 향나무는 6․25때 죽었다가 전쟁이 끝나자 다시 살아났다는 얘기가 내려온다.
보문사의 자랑거리는 낙가산 정상 눈썹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이다. 마애불까지는 모두 422계단. 다리가 뻐근해질 쯤이면 눈썹바위에 도달한다. 마치 속눈썹이 치켜올라가듯 튀어나온 기다란 바윗돌 아래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1928년 보문사 주지 선주스님과 금강산 표훈사 화응스님이 새긴 것이라고 한다. 높이 6.9m의 마애불은 서해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하늘을 붉게 태운 석모도의 낙조는 다시 바다를 달구고, 마지막으로 눈썹바위 눈동자인 마애불을 물들이며 바다로 떨어진다.
들판에서는 기러기떼들이 모여 다시 북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바다에서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석모도. 지금 그곳에 봄내음이 짙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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