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3)

입력 2011년05월16일 16시24분 배택수 조회수 2207

예술의 개념

예술의 개념

1. 고대 서양의 예술 개념 : 어원으로 본 예술(art)의 성격
예술 즉 영어의 art(독일어의 쿤스트Kunst / 프랑스어 아르art)의 어원은 라틴어의 아르스(ars)이다. 또한 ‘ars’는 어떤 물건을 제작하는 기술능력으로의 기술 일반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테크네(techne)’에서 유래하였으며, ‘techne’는 현재 영어의 ‘technic’이라는 말의 근원이 되었다.

(1) ‘테크네(techne)’의 의미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네는 공작적(工作的)이며 공리적(功理的)인 성향을 강하게 띤다. 왜냐하면 하고 싶어서 하는무목적성의 유희와는 달리 기술은 어떤 목적에 도달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테크네는 다분히 목적 지향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개념이 기술의 영역과 아울러 예술이라는 정신의 영역을 포괄하는 의미라면 기술이 도달할 그 목적을 가능케 하는 정신활동으로서의 인식 즉 에피스테메(episteme : 지식, 인식)’의 의미를 동시에 아우르고 있다

 

 

플라톤의 구분

아리스토텔레스의 구분

테크네(techne)

손으로 하는 기술

제작기술로서의 테크네

손으로 하는 기술을 가능케 하는 인식.

학문으로서의 테크네 즉 목적을 위한 이론

(2) ()와 음악(音樂)의 경우
이런 범주의 테크네에 시와 음악은 제외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시와 음악은 일정 법칙이나 규칙 즉 이론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낭송과 연주라는 목적만을 가진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작시법이라는 규칙을 만들고, 음악이 화음이라는 일정 규칙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비로소 테크네의 범주에 들게 되었다.

(3) 테크네와 포이에시스(poiesis)
포이에시스는 시(poésie)의 어원으로, 현재 예술의 본질로서 기술보다는 창조의 의미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창조로서의 예술의 의미는 테크네보다는 포이에시스에 가깝다.
포이에시스는 실용성과 효용성이라는 기술과 그 목적성의 범주를 초월하는 정신적 개념으로 신비로움과 상상력 등을 기반으로 한 창조의 의미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런 인간 초월적인 모호한 정신적 실체로서의 포이에시스를 주관하는 것은 무사(Musa)라는 9여신이며, 이들의 전능에 의한 대표적인 장르의 예술이 무시케(Musike)이다. 무사들이 관장하는 무시케에 속하는 예술로서 음악, 무용, 시 등 유동적이며 난해한 현상의 예술을 들 수 있다. 그 중 시가 가장 대표적인 예술이다.

(4) 미메시스(mimesis)
미메시스란 모방’, ‘흉내를 비롯한 예술적 표현을 의미하는 수사학적이며 미학적 용어이다. 바로 이 용어가 상이한 개념으로서의 테크네와 포이에시스를 결합시키는 말이다.
즉 테크네가 시각 청각 등 감각적으로 주어진 현상을 기초로 하며 무지케가 그 본질적 측면에서의 정신성을 토대로 하는 만큼 이 양자의 관계가 상이하지만, 이 양자의 밀접한 연관성을 의미하는 용어가 미메시스이다.
플라톤은 미메시스를 이데아(idea)와 이데아가 현시된 개개 사물의 관계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BC 5세기경` 피타고라스파()에 따르면 음악은 수()의 미메시스(모방물)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말은 플라톤에 이르러 비로소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데, 플라톤은 여러 가지 개체(個體)는 개체가 되도록 한 형상(形相: idea)을 흉내 낸다고 하여, 이에 의해서 현상계(現象界)의 열등성을 증명하는 이유로 삼았다. 플라톤에 따르면 현상계는 원형의 모방이다. 그는 주요저서 국가론(國家論)에서 목수나 화가나 작가가 모두가 집을 짓지만, 목수의 집에 비교해서 화가나 작가의 집은 허구(虛構)이며, 이것을 가상(假象)이라 하여 예술을 소극적으로 평가하였다. 그러나 이 개념을 플라톤으로부터 이어받은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시학(詩學)에서 오히려 예술을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그리스 사상에서 예술의 범주로 이야기 된 테크네, 포이에시스, 미메시스는 각각 기술, 창조, 재현라는 개념으로 예술의 근대적 개념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이런 복잡한 관계의 용어는 예술이 일반적으로 일정한 과제를 해결해낼 수 있는 숙련된 능력 또는 활동으로서의 기술을 의미했었으나, 오늘날 미적(美的) 의미에서의 예술이라는 뜻과 함께 수공(手工)’ 또는 효용적 기술의 의미를 포괄한 용어였음을 뜻한다. 이러한 기술로서의 예술의 의미가 예술 활동의 특수성 때문에 미적 의미로 한정되어 기술일반과 예술을 구별해서 미적 기술(fine art : 미술)’이라는 뜻을 지니게 된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이다.

2. 동양의 예술(藝術)
동양에서 ()’는 기술적 의미와 정신적 의미의 균형선상에 있다. 즉 예술이라는 한자(漢字)에서 ()’심는다[·]’는 뜻이 있는데, 이는 이 용어가 기능(機能)’ 혹은 기술(技術)’과 연관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고대 동양에서 사대부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했던 육예(六藝 : ·····)가 있다. 육예는 중국 주대(周代)에 행해지던 교육과목으로, 예는 예용(禮容), 악은 음악, ()는 궁술(弓術), ()는 마술(馬術), 서는 서도(書道), 수는 수학(數學)이다. 이 육예는 기능의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때의 는 사실 인간적 결실을 얻기 위해 필요한 기초 교양의 씨를 뿌리고 인격의 꽃을 피우는 인격도야의 수단으로 여겼던 만큼 다분히 정신적 가치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인격도야의 수단으로서의 예는 결국 사람이 걷는 길이라는 뜻의 도()와 연관을 맺고 있는데, 동양 사상에서의 도는 인간의 행위에 꼭 따라야 할 기준과 원칙이라는 정신성을 중시하고 있다.
그 정신적 가치로서의 도는 무념무상(無念無想) 혹은 무위자연(無爲自然) 등 깨달음이라는 해탈의 경지를 의미한다. 흔히 예에 도달하는 길이라는 의미의 예도(藝道)가 의미하듯이 예의 세계는 끊임없는 자기 연마의 정신적 과정인 도의 종극, 즉 높고 고매한 정신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동양에서 예는 가시적으로는 기술을 의미하지만, 그 기술은 자기 도야라는 정신적 실체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의 선비들이 시서화(詩書畵)를 인격도야를 위한 교양과목으로 인식하여 열중한 것에 대한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은 본디 나라 안의 길[邑中道]’을 의미하며, [·]’은 어떤 곤란한 과제를 능숙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실행방도(實行方途)로서 역시 기술을 의미하는 말이다.

3. 예술의 정의
예술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기에 천의 얼굴로 보인다. 많은 철학자나 예술가들이 그 예술의 실체를 파악하고 전달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는 왜 예술이 다양한 모습으로 이야기되는지와 그 예술의 의미를 근 현대적 개념의 범주에서 살펴보도록 한다.
예술이 다양한 모습으로 정의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 예술의 정의나 의미 전달이 언어에 의한 다는 것이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와 의식을 전달하는 방식은 지극히 사변적이며 논리적인 구조를 취하며, 그 의미와 형태에 있어 매우 함축적이며 개념적이다.
학교(school)’라고 하는 언어는 일의적으로 배움터를 의미한다. 그러나 몇 개의 선과 원으로 이루어진 이 글자체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학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우리가 그 학교(school)라는 기호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런 언어적 기호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에 지극히 개념적이며 상징적인 것이다. 그 개념적이며 상징적인 체계의 기호 즉 언어의 속성은 지시와 의미가 일치해야 한다는 논리적 구조를 갖는다. 이 구조를 시니피앙(signifiant-記票)과 시니피에(signifié-記意)라 부르는데, 언어의 본성인 이들의 관계는 사변적이다.
또한 한 가지 사실을 정의할 때 주의해야할 것이 이런 언어적 정의가 동반하는 외연(extension)과 내연(intention)과 조화로운 관계이다. 즉 정의한 일반적 의미가 예술의 개별성과 잘 부합해야 하는데, 정의가 단조롭거나 복잡하면 의미전달의 적절성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예술은 그 본질에 있어 논리적이며 함축적인 언어에 의해 정의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둘째, 예술이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여러 장르로 구분되어 있다는 이유에서 뿐 아니라, 어떤 양상을 띠던 모든 예술이 결국 언어를 통해 논리적으로 해명될 수 없는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예술작품을 지적 체계라는 이성보다는 감성 위주의 직관을 통해 파악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우리가 예술작품을 파악한다는 것은 우리의 지적 체험과 경험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결국 예술은 직관과 경험을 통해 파악되기에, 예술의 정의를 언어적으로 규명한다거나 경험하지 않은 그 의미를 언어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셋째, 예술은 인간의 감성과 연관이 있는 개체인 만큼 과학이나 수학처럼 엄정하고 객관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소지가 거의 없다는 특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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