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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이 많지만 이 코스는 정말 별로다. 하지만 사진이란 전경만이 사진을 만드는 것을 아니다. 어차피 도시를 헤매는 이유는 남들이 다가는 명승지를 찾아 번거롭고 힘들게 하는 촬영이 싫어서이기도 하다. 철따라 정해진 포인트들을 수십년간을 똑같이 답습하는 우리네 사진인들의 작품들에 대해선 아무런 감동도 없고 늘 그렇고 그런 달력사진과 엽서사진으로 전시회 여는걸 보면 무어라 드릴 말씀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사진도 판에 박힌듯 똑같고 계파에 따라 전시회에 와서 축하와 덕담을 나누고 개막식 테이프를 끊는이들조차 완전히 똑같은 전시회가 하루도 쉬지 않고 어디선가는 열린다. 전시 하는 작가만 다를 뿐 소재도 똑같고 촬영형식도 똑같은 사진들을 걸어놓고 자신만은 다르고 자신의 작품이 제일 낫다고 거품을 물고 자랑을 하는 것을 볼 때 마다 예술이 무어고 사진이 무언지 회의가 일곤 하지만 필자 역시 어느덧 수십 년을 똑같은 짓을 하다 보니 타성에 젖어 있고 다를 게 없어져 슬픈 마음마저 가눌 길 없다. 추암 정동진 일출이니 태백산 덕유산 설경이니 온 국민이 족 빠지게 뛰어다니지만 여행이라면 모를까 사진이라면 아예 카메라를 메고는 갈일이 없다.
도시를 헤매면 도시의 여러 가지 얼굴들이 내게 도란도란 야기를 전해준다. 線의 이야기, 톤의 이야기, 콘트라스트의 이야기, 키의 이야기, 콤포지션의 이야기, 수많은 사람들의 온갖 사연들이 오밀조밀하게 냄새처럼 도시의 구석구석에 스며 있다. 역사가 스며있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자취가 스며있다. 거창하게 예술이네 뭐네 하는 속내로 도시를 헤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생각 날 때 마다 신들메를 조이고 카메라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아무 부담 없이 훌쩍 나설 수 있어 좋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