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6)

입력 2012년05월14일 18시25분 배택수 조회수 1981

예술과 상징

 예술이란? (6)

예술과 상징


1. 상징의 어원과 의미


(1) 상징의 의미

그리스 사회에서 ‘표(票), 징표, 인지 표시’의 의미로 사용되던 ‘상징’은 한 사람의 동질성(identity)을 증명하기 위해 나누어 가졌던 ‘둘로 쪼개진 물체의 한 조각’을 뜻했었다.

다시 말해 당시 그리스에서는 손님을 맞아 친숙한 관계를 맺게 된 후 헤어질 때는 후일에도 두 사람이 바로 그 두 사람임을 확인하기 위해서 주인은 한 물체를 쪼개어 서로 하나씩 나누어 갖는 풍습이 있었는데, 둘로 쪼개진 나무나 기와나 거울 등의 한 조각을 ‘symbol’이라 했던 것이다.

이 때 그 조각들은 두 사람의 본인임(identity)을 확인하는 ‘인지 표시’가 되고, 그들의 정체성(identity)을 나타내는 ‘징표’가 된다. 이때의 그 두 조각은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상징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이처럼 근원에 있어 ‘서로 던짐’의 뜻을 지닌 심벌이 ‘해후, 결합’의 의미를 내포하게 된 것이며, 더 나아가 ‘표상’의 한 변형된 형식인 ‘상징’이라는 의미까지도 포괄하게 된 것이다.

어원상으로든 그리스의 민속적 의미로든 ‘상징’ 현상은 반드시 두 조각, 즉 두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그 두 조각 즉 두 요소는 반드시 결합될 때라야만 가치를 지니며, 결합될 때에는 꼭 들어맞아서 그것의 정체성이 틀림없이 드러나야 하는 세 가지 요인을 갖추어야 한다.

오늘날의 상징은 어떤 것이 그 성질을 직접 나타내는 기호(sign)와는 달리, 상징은 그것을 매개로 하여 다른 것을 알게 하는 작용을 가진 것으로서, 인간에게만 부여된 고도의 정신작용의 하나이다.

따라서 상징은 반드시 원개념과 보조 개념 또는 기호와 의미의 두 요소로 이루어져 있고, 그 두 요소는 반드시 결합될 때라야만 가치를 지니며, 결합될 때는 유추를 통해서 기호와 의미 사이에 일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2) 원개념과 보조개념의 관계로 본 상징의 기능


① 지시적 기능 :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이며 반지는 영원한 결합의 상징이라는 의미의 기능이다. 특성은 상징체가 언어가 아니며, 상징 내용은 감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 대상이 아니라, 비감각적이며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태극기는 한국을 상징하나, 여기에서의 한국은 일반적이며 비감각적인 존재이다.


② 간접적 기능 : 어떤 사물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가 불가능할 경우 다른 사물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기독교 초기의 카타콤 내부에 그려진 배나 생선은 바로 신앙과 그리스도를 의미한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 막대기나 뱀은 남성 성기를 의미하며, 비나 신발은 여성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상징 구조에서 특이한 것은 타 문화권의 사람들은 이 물체 사이에 상징체계가 설정되어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③ 암시적 기능 : 상징의 대상과 내용의 관계가 직접적이거나 완전하지 않은 채 모호하고 암시적인 경우로, 주로 예술 표현에서 사용된다.


2. 예술과 상징


흔히 말하는 의미작용은 감각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사물이나 대상이 그 자체 이외의 것을 지시하는 것으로, 예술작품 역시 의미작용을 발생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예술작품은 단순한 감각적이며 지각적 대상으로서의 형식이 아니라 그 형식을 통해 그 이면의 정신적이며 비감각적인 것 - 감각적인 것을 통해 정신적인 것을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예술의 감상행위란 감각적이고 정신적인 것을 감득하는 적극적인 행위인 것이다.

이런 구도에서 예술작품은 상징체이고, 감상 행위란 상징의 해독행위라 할 수 있다.


(1) 언어의 상징 : 초월적 상징

언어가 형태를 통해 내용을 의미하는 기능으로 보아 예술작품과 동일한 상징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언어와 예술의 의미작용과 상징기능은 똑같은 것이 아니다.

<나는 예술학개론이 싫어!>라는 말(언어)의 내용(메시지)은 하나의 생각으로 일의적이며, 이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는 글씨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글씨가 반드시 예쁘고 고와야 할 필요도 없다. 바로 이 말이 의미하는 내용만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를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기호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화장실의 남녀 표지는 그 자체로 어떤 의미 내용을 지니지 않는다. 다만 그 입구가 남자용 또는 여자용이라는 정보만 전달할 뿐 그 감각적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이처럼 그 의미내용이 감각적 형상의 차원을 넘어 존재하는 상징 즉 의미의 전달이라는 목적을 완수한 뒤에는 더 이상 그 존재가치가 없는 상징을 초월적 상징이라고 부른다.


(2) 예술작품의 상징 : 내재적 상징

언어나 기호가 갖는 의미의 직접 지시 체계와는 달리 예술작품은 작품 그 자체가 메시지이기에 다른 양식으로 대체될 수 없다. 그 예술작품의 형상이나 내용을 글이나 문장 혹은 말로 설명한다한들 얼마나 설득력이 있고 이해 가능하겠는가?

이처럼 음성이나 문자 등 감각적 언어는 의미를 전달하는 매개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예술작품은 그 매개 수단 자체 즉 그 감각성에 의미의 무게가 있는 것이다. 음악은 음 자체에, 그림은 형상과 색 자체에 그 의미의 실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그 감각성 자체가 어떤 의미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 말은 곧 본래 자기에게 없는 다른 정신적인 것을 지시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상징으로서의 형상 즉 감각적 대상이 그 자체로 의미작용을 행할 때, 그 상징을 내재적 상징이라 한다.

예를 들어 평화를 상징하는 요소로 ‘평화’라는 글자와 비둘기라는 형상을 생각해보자.

‘평화’라고 하는 글자는 평화의 개념적 의미만을 전달하는 것이며, 비둘기가 의미하는 평화는 그 개념적 의미작용을 넘어서 평화에 대한 정신적 가치 즉 그 지키고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의미작용을 지닌다.

태극기나 꽃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타국에서 생활하다가 우연히 태극기를 보았을 때 이는 단순히 한국이라는 객관적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꿈속에 그리던 보고 싶고 가고 싶은 조국으로 다가온다. 이 태극기는 가슴 속에 살아 숨쉬는 조국으로서의 한국이라는 보다 적극적이며 정신적 가치를 지닌다.

위에서 살펴본 바대로 초월적 상징의 내용은 건조하고 중립적인 개념이기에 개념상징이라 하고, 내재적 상징은 그 내용이 개념이 아니고 생생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사실상징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개념상징은 상징과 내용이 단일한 구조를 이루며, 사실상징은 서로 포함관계를 이룬다. 또한 비물질적인 것, 정신적인 것을 구체적 존재로 만드는 사실상징은 체험과 연관이 있어 체험상징이라고도 한다.


3. 내재적 상징으로서의 예술 : 체험 행위와 예술


<나는 예술학개론이 싫어!>라는 의미내용은 글자를 통해 얼마든지 그 전달이 가능하다. 그러나 예술의 경우 그림을 직접 보지 않거나 음악을 직접 듣지 않으면 예술 체험은 형성되지 않는다. 이는 선분과 원 등 글자를 구성하고 있는 몇몇 조형적 요소가 의미전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그 형상을 초월한 의미만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반면, 작품은 의미에 앞서 그 자체의 감각적 체험을 통한 의미전달이 중시되기 때문이다. 즉 예술의 내용은 감각적 대상 속에 내재하기에 다른 수단과 매체로는 그 내용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이며, 언어의 내용은 그 감각성 외에 존재하기에 문자 대신 말로서도 그 의미전달이 가능하다.

이는 언어가 초월적 상징임에 반해, 예술이 내재적 상징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감각적 존재성을 중시하는 내재적 상징으로서의 작품의 경우, 수용 즉 감상행위의 입장에서 보면 상징체는 행위의 출발이며 종극이다. 이 말은 예술 감상의 행위는 작품의 형식으로서의 감각적 요소와 그 의미로서의 정신적 가치를 융합시키는 일종의 정신적 체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의미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흔히 표시나 기호를 말한다. 이 표시나 기호는 자체의 이미지로서가 아니라 그 의미내용으로서 가치가 있다. 그 의미내용은 수신자에게 일종의 행동을 요구한다. 이런 기호를 시그널(신호)라 한다.

신호등의 적색은 단순한 개념적 적색이 아니라 ‘멈춤’이라는 의미를 지시하며, 보행자에게 그렇게 행위 할 것을 요구한다. 만약 보행자가 이 행위를 거부한다면 신호등의 적색의 의미는 사라지고 만다.

예술작품도 마찬가지로 수용과정 즉 감상자에게 직접적인 행위를 요구한다. 그렇기에 일종의 시그널이다. 그러나 예술작품이 요구하는 행위는 정신적 행위이다. 즉 감상자는 작품이라는 시그널을 통해 예술적 체험을 바라는 것이다. 그 예술적 체험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작품이라는 기호를 통해 감지한 미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해독하고 공감하며 비판할 수 있는 행위이다.

신호등의 적색을 단지 청색에 대비한 개념적이며 객관적 적색을 의미한다면 이는 초월적 상징의 체계이다. 그러나 ‘멈춤’이라는 행동을 요구하기에 내재적 상징 구조를 취한다.

마찬가지로 시그널로서의 예술작품 역시 감상의 행위를 유발시키기에 다분히 내재적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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