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숨겨진 보석, 다시 가본 백아도

입력 2024년09월17일 22시05분 임윤식 조회수 2262

암릉과 해벽 환상적, 자연생태계 살아있어

 

 

서해의 숨겨진 보석, 다시 가본 백아도 

암릉과 해벽 환상적, 자연생태계 살아있어 

남봉-기지국-흔들바위-선착장 종주코스 5-6시간 소요 

 

2024년 여름의 끝무렵, 12일 일정으로 백아도를 다녀왔다. 필자는 10년 전에 백아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는 선착장-백아도 남봉-기지국 정상- 절벽전망대-흔들바위-선착장 등 전 코스를 종주하였는데, 이번엔 더위가 너무 심해 남봉 중간-기지국 정상-1차 절벽전망바위까지만 다녀왔다. 섬이라 바닷바람으로 무더위가 조금 덜할까 기대했는데 올해의 경우에는 육지나 섬이나 마찬가지였다. 추석연휴로 이어지는 9월 중순까지도 연일 30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백아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에 위치한 섬이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으로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쾌속선을 타고 1시간 10분 정도 덕적도에 간 후 덕적도에서 다시 백아도행 여객선으로 갈아타고 1시간 반 정도 더 가야 한다.


 

백아도는 면소재지 큰 섬인 덕적도나 골프장 건설 논란으로 유명해진 굴업도 등에 밀려 여행객들에게 거의 알려지지않은 숨겨진 섬이다. 해안선 길이 12.1km, 주민 수 불과 40여 명에 불과한 조그만 섬인데 섬의 등뼈를 이루는 산 능선이 거대한 바위능선과 깎아지른 암벽으로 되어 있어 경관이 웅장하고 환상적이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같은, 섬으로 비교하면 사량도 지리()산과 비슷한 산세이다.

 

 

백아도는 관광여행지는 아니다. 구경거리는 별로 없다. 낚싯꾼이나 등산객들이 자주 찾고 조용히 쉬고싶은 사람들이 살그머니 찾아오는 섬이다. 

마을이 두 개가 있는데 마을이름도 제대로 돼 있지않을 정도이다. 전에 작은 마을이라 불리워지던 마을은 지금은 보건소마을이라 부르고, 전에 큰 마을이었던 곳은 지금은 발전소마을로 부르고 있다. 민박집도 단체가 머무를 수 있는 집은 해변민박, 바다민박과 큰마을민박 등 세곳 뿐이다.


 

우리 일행은 4. 이번 백아도 방문의 1차적 목적은 등산이어서 발전소 마을에 위치한 큰마을민박을 예약했다. 보건소마을에서 민박을 할 경우에는 남봉들머리까지 약 2.1km를 걸어가야 하는데, 발전소마을에서 민박을 하면 남봉들머리까지 300m 밖에 안된다.

 

 

발전소마을 가는 길 중간 쯤에 조그만 해수욕장도 있다. 해수욕장 바로 뒤에 폐교터가 있다. 

주민들 평균나이는 70. 어린이가 없으니 당연히 학교도 없다. 1991년에 폐교됐다고 한다. 폐교 터에는 건물흔적조차 없고 잡풀 만 무성하다. 20123KBS‘12프로에 나오면서 일반여행객들에게 사실상 알려지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백아도야 말로 때묻지않은 자연 그대로의 섬이라고 소개한다. 마을 뒷산에는 봄철에는 금붓꽃, 바람꽃, 제비꽃, 현오색 등 야생화가 지천이다. 이중 특히 금붓꽃은 한국 특산종인데 우리나라 최대의 군락지이기도 하다. 섬소사나무가 온 산에 가득하고, 사람들의 손때가 덜 타서 흑구렁이 등 자연생태계가 잘 살아 있는 섬이다. 썰물이 가장 낮을 때는 마을 해안에서부터 앞섬까지 거의 2km에 이르는 바다가 갯벌로 변한다고 한다.

 

 

백아도는 특히 산행을 즐겨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한 섬이다. 웅장한 조망과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암릉이 장관이다. 보건소마을에서 해안선을 따라 2.1km 거리, 발전소마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서 좌측 남봉을 오른다. 이곳에서 남봉 정상까지는 1.6km. 남봉들머리에서 약 15분 정도 산길을 타면 1차 전망바위에 이른다. 이곳에서부터 시야가 확 트이기 시작한다.


 

남봉으로 가는 바위능선은 물론, 깎아지른 해안절벽이 아찔하게 내려다 보이고, 좌측으로는 거북섬, 광대도, 울도 등 주변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뒤로 돌아보면, 발전소마을 해안과 기지국, 보건소마을도 한 눈에 들어온다.


 

남봉 높이는 불과 144m의 낮은 산이지만 해안절벽 위에 우뚝 솟아 있어 마치 공룡능선을 방불케 한다. 백아도란 이름이 하얀 백상어의 이빨 모양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백상어보다는 작은 공룡이 꿈틀대는 모습과 흡사하다. 조그만 섬인데도 거대한 바위능선과 해벽이 놀랄 만큼 잘 발달되어 있고 주위 경관도 수려하기 그지없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1시간 정도 바위능선을 타면 남봉 정상에 이르고 바로 아래 오섬 전망바위에 내려선다. 소매물도의 등대섬과 비슷한 모습의 오섬은 백아도 본섬과 지척거리이지만 중간 수심이 깊어 배를 타고 건너야 하는 섬이다.


 

오섬 전망바위 끝은 까마득한 낭떠러지. 기념사진을 찍다가 자칫 실수하여 추락하지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 오섬의 멋진 경관을 즐긴 후 다시 남봉능선을 넘어온다.


 

중간 쯤에 산 허리능선을 탄다. 암릉이 가파르고 등산 초보자들에게는 위험한 구간도 있기 때문에 하산시에는 허릿길을 찾아 숲길로 내려오면 좋다. 천천히 내려오다 보니 들머리인 고갯마루까지 왕복 2시간 남짓 걸렸다.

 

 

고갯마루에서 약 300m 아래 위치한 발전소마을로 내려간다. 민박집에서 잠시 쉰 후 발전소마을 해변산책에 나섰다. 발전소 앞 해안선 역시 꽤 아름답다.

 

좌측으로는 남봉능선 해벽과 오섬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우측 역시 기암벽이 바람을 막고 있다. 해안이 어항 모양으로 되어 있어 아늑하다. 바다 밑에 돌들이 많아 해수욕하기에는 적당하지않다고 하는데 물이 맑고 몽돌해안으로 되어 있어 더위를 피하기 위한 물놀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이곳에도 선착장이 있지만 지금은 쓰지않고 있다. 필자가 10여 년 전 굴업도를 갈 때는 이곳 선착장에도 배가 들어온 것으로 기억한다. 지도 상으로는 부대마을선착장이라 쓰여있다. 전에는 당산 기지국 정상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 같다. 이곳 해안에서 오섬을 바라보면 그 모양이 마치 거대한 사자가 앉아 있는 모습이다.

 

 

저녁식사를 하는 중 민박집 여사장께서 발전소마을 선착장 부근의 일몰이 괜찮을 거라고 귀띔해 준다. 필자 일행이 방문한 날 백아도의 일몰은 1927, 간조는 1937분이다. 발전소마을 선착장의 일몰포인트는 바닷물이 완전히 빠져야 진입할 수 있는데 간조시각과 일몰시간이 거의 겹친다. 이런 날을 만나기도 쉽지않다. 카메라를 챙기고 서둘러 선착장으로 나갔다. 거대한 암벽 틈으로 미끄러지지않도록 조심스럽게 걸어들어가면 평평한 바위가 나타난다. 이곳이 일몰 촬영포인트다. 시간이 약간 늦어 떨어지는 해는 보지못했지만 붉게 물든 석양 자체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함께 간 여산우들은 그 사이 선착장에서 고둥을 한 그릇 가득 땄다. 고둥을 삶아 저녁후식으로 까먹는 재미도 정말 솔솔하다.

 

 

다음날, 무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 540분경 기지국코스 등산에 나섰다. ‘큰말(발전소마을)’ 표지석 좌측으로 시멘트길을 5분 정도 따라가면 헬기장을 만난다. ‘응급의료전용헬기 긴급 이착륙 안내판좌측으로 풀섶길이 보인다. 이후 헬기장에서 부터 기지국 정상까지는 거친 자갈길이 이어진다. 거의 외길이라 코스를 잃을 염려는 없다. 전신주를 따라가면 된다.


 

30분 쯤 완만한 능선숲길을 오르면 기지국에 이른다. 기지국 정상에는 통신탑과 함께 현재는 사용하지않는 군부대 터가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아 있다.


 

기지국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전망 역시 환상적이다. 정면에는 남봉능선과 발전소 마을, 좌측으로는 보건소마을과 앞바다 섬들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이른 아침이라 바다 위 운해도 장관이다. 

기지국 바로 뒤 등산로 초입은 깊은 풀섶으로 길이 보이지않는다. 외딴 섬이다 보니 등산객들이 자주 오지않기 때문이다. 20여 미터는 스틱으로 풀섶을 헤치면서 나아가야 한다. 그 이후에는 희미하지만 등산로 흔적이 보인다.

 

 

기지국 뒤 숲길을 15분 쯤 내려가면 북서면 해벽이 나타난다. 깎아지른 바위절벽과 해식동굴들이 장관이다. 실제로 보는 조망은 정말 웅장한데 사진으로는 그 입체감이 제대로 살아나지않아 아쉽다. 해벽 전망바위에서 숲길을 조금 더 가면 기암벽의 위용이 확실하게 다가온다. 바다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듯한 모습의 거대한 돌출암봉, 사자모습 같기도 하고 고릴라처럼 보이기도 한다.


 

돌출암봉 우측 절벽 위에 로프난간이 보인다. 일행 중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는 분의 말에 의하면 저곳이 절벽전망대란다. 멀리서 보이기는 했지만 막상 올라가 보니 전망대 찾기가 쉽지않다. 능선에서 로프난간이 보였던 방향으로 오른 후 좌측 숲길로 조금 들어가야 한다. 

전망대에 이르면 갑자기 앞이 훤하게 트이면서 기지국 북서쪽 해벽과 돌출암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일행 모두가 거의 동시에 탄성을 내지른다. 역시 전망대답다. 기지국 뒷능선 쪽에서는 최고의 절경이다. 까마득한 절벽 위라 추락방지를 위해 로프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 서면 돌출암봉의 북서면이 선명하게 내려다 보인다. 절벽 아래에는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 모양의 요철바위도 보이고, 수십마리의 악어 떼가 뭍으로 기어오르는 듯한 모양의 기암들도 눈에 들어온다.  

일출을 제대로 즐기고자 할 때는 아침 일찍 남봉능선에 올라가보는 것이 좋다. 남봉능선 초입 전망바위만 올라도 동쪽 바다에서 떠오르는 환상적인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멀리 선갑도를 비롯, 벌섬, 멍애섬, 납도, 부도, 계섬, 광대도 등 백아도 앞 섬들 위로 떠오르는 해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백아도를 찾는 백배커들은 대부분 남봉능선에서의 일출장면을 즐기기 위해 능선 위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낸다.

 

 

혹시 시간여유가 있는 방문객들에게는 야생화 숲길을 따라 흔들바위까지 오른 후 선착장 쪽으로 내려가는 코스도 추천한다. 필자 일행의 경우 이번 여행에서는 무더위와 일정관계상 가보지못했지만 10년 전 방문시 좋은 기억으로 걸었던 코스이기도 하다. 

흔들바위 정상은 절벽전망대에서 굴업맞이를 거쳐 백아도능선 종주코스로 갈 수도 있고, 보건소마을에서 출발, 흔들바위-봉화대-여객선대합실 방향의 1시간 코스로 다녀올 수도 있다. 백아도능선 종주코스는 보건소마을-폐교 앞 해수욕장-해변길-부자리-남봉 들머리-남봉 정상-오도 전망바위- 남봉들머리 원점 회귀-발전소마을-기지국-돌출암봉-절벽전망대-굴업맞이-흔들바위-봉화대-여객선대합실 코스로 약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보건소마을에서 출발, 보건소 좌측길을 따라 숲길로 들어서면 봄철에는 숲길 초입부터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힌색 제비꽃도 보이고 분홍색 제비꽃도 눈에 띈다. 들머리에서 10분쯤 가면 노란색의 금붓꽃 군락지가 나타난다. 금붓꽃은 한국 특산종으로 색이 노랗다. 백아도는 우리나라 최대의 금붓꽃 군락지이기도 하다. 45월에 줄기 끝에서 길고 가는 꽃대가 나와 그 끝에 한 송이가 달리며 지름은 2cm 정도이다. 등산로길 옆에는 현호색 군락지도 보이고 두릅나무 군락지도 만난다.


 

보건소 들머리에서 30분 쯤 오르면 흔들바위에 이른다. 바위절벽 위에 거대한 또 하나의 바위가 요람처럼 놓여져 있다. 두세명의 등산객들이 바위를 흔들자 거짓말같이 바위가 흔들린다. 흔들바위 정상의 조망도 수려하다. 보건소마을과 앞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흔들바위에서 10분 정도 능선숲길을 걸으면 봉화대 터를 만나고 이후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봄철에는 내리막길 역시 내내 야생화밭이다. 제비꽃, 붓꽃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중 특히 무리지어 자주색으로 피어 있는 각시붓꽃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야생에서 자라서인지 꽃 색깔이 더욱 짙어 보인다.


 

 

꽃 구경하다보니 어느 새 날머리다. 선착장에 내려와 돌아갈 배를 기다린다. 백아도 앞바다를 다시 둘러본다. 지척에 계섬이 보이고 그 뒤로 벌섬, 멍애섬 등이 실루엣을 그려낸다. 멀리 장구도, 우측으로는 광대도와 울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돌아가는 배는 1250. 선착장 옆 기차바위도 함께 육지를 향해 떠날 듯 기적을 울린다.

 

 

*백아도 가는 방법은...

 

 

-백아도를 갈려면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덕적도 행 여객선을 탄 후 덕적도에서 다시 배를 갈아타야 한다. 덕적도까지는 쾌속선은 1시간 10, 차도선은 1시간 50분 정도 걸린다. 인천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 가는 여객선은 고려고속훼리(1577-2891, 032-761-1959)와 대부해운(032-887-6669)이 있는데 운항시간이 각각 다르다. 고려고속훼리를 예를 들면, 쾌속선은 코리아나, 코리아스타호 등이며 통상 08:30, 14:30 평일 2, 주말의 경우 08:00, 15:00 출항하며, 차도선은 코리아익스프레스호 09:10분 출발이다.

 

백아도를 가기 위해서는 덕적도까지 가서 다시 굴업도 가는 여객선 나래호로 갈아타야 한다. 백아도행 배편이 11:20분 밖에 없기 때문에 만일을 위해 인천연안부두에서 인천-덕적도, 덕적도-백아도 간 왕복표를 사전에 모두 구입해야 안전하다. 덕적도-백아도 여객선은 홀수날과 짝수날에 따라 경유지와 소요시간이 다르다. 홀수날은 덕적도-문갑도-굴업도-백아도-울도-지도-문갑도-덕적도 순으로, 짝수날에는 덕적도-문갑도-지도-울도-백아도-굴업도-문갑도-덕적도 순으로 백아도까지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잘곳·먹을곳

 

-해변민박(보건소마을) 010-5251-0768, 바다민박(보건소마을) 010-9414-7171 큰마을민박(발전소마을) 010-6231-8663 (백아도에는 별도의 식당은 없고 민박집에서 식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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