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

입력 2024년10월13일 16시46분 김가중 조회수 2548

 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교체 신규 서화 전시품 소개

 

o 신규 서화 전시품 전시기간

- 1차 교체(전시기간 10.8.~11.3.):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 2차 교체(전시기간 10.22.~11.24.): 대반야바라밀다경249(국보) 77

국립춘천박물관(관장 이수경)10월 두 차례에 걸쳐 어느 수집가의 초대-이건희 회장 기증 국립춘천박물관 특별전”(2024.9.11.~11.24.) 서화 전시품 9점을 교체한다. 18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화원화가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1806 이후)가 그린 <추성부도(秋聲賦圖)>(보물)와 고려 11세기에 제작된 초조대장경 대반야바라밀다경249(국보)를 포함해 99점을 새로 선보인다.


 

가을 정서를 반영하는 추성부도가 여름 풍경 인왕제색도를 대신하다

이번 특별전의 대표작 <인왕제색도> 자리를 <추성부도>가 이어받았다.(1) 이 작품은 당대 삶의 모습을 실감나게 포착한 풍속화가로 알려져 있는 김홍도가 문학 작품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기량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그는 중국 북송의 문인 구양수(歐陽脩, 1007~1072)가 늦가을 저물어가는 자연 현상과 인생의 무상함을 연결시켜 읊은 산문시 추성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아울러 늦가을의 메마름과 쓸쓸한 정서를 작품에 오롯이 담아내 관람객의 마음에도 늦가을의 정서를 전해주는 걸작을 남겼다.

고려 불교의 본질과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다

섬세하고 고귀한 아름다움으로 세계적 찬사를 받는 고려불화 중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이번 전시품에 포함되어 있다.(2) ‘수월관음은 문양이 금으로 표현된 옷을 입고 투명한 베일을 걸치고 있는 모습인데, 700년이 지난 지금도 금빛의 찬란함과 안료의 우아한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금니(아교로 갠 금박 가루)로 경전 내용을 쓴 사경(寫經) 대방광불화엄경15 앞쪽에 0.1~0.2정도의 가는 금선으로 경전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묘사한 그림인 변상도(變相圖)가 있어 고려 불교미술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3) 또한 고려시대 불교경전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활용 방식을 보여주는 초조대장경 대반야바라밀다경249(국보)를 새로 전시한다.(4) 이 경전은 11세기 현종(1011~1031) 때 거란족 침략에 맞서 국가적 차원에서 민심을 결집하고자 편찬한 대장경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목판 인쇄본이다.

 

자연과의 만남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강원도 영월의 보덕사(報德寺)’를 그린 19세기 전반 실경산수화가 처음으로 공개된다.(5) 보덕사는 단종(재위 1452~1455)의 무덤인 장릉을 지키는 사찰로 한국전쟁으로 훼손되었는데, 이 그림으로 19세기 전반 보덕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어 가치가 높다. 경상남도 함양 안의면(옛 안음현)화암(畫巖)’을 그린 18세기 중반 실경산수화도 전시된다.(6) 기이한 암석이 그림 병풍처럼 늘어선 경관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동시대 서화가 강세황(1713~1791)의 평이 곁들여 있어 조선시대 지식인의 실경산수화를 감상하고 평가하는 문화를 알 수 있다. 또한 경기도 소요산의 소요사(현 자재암) 주변 석굴과 폭포를 그린 그림에서는 화가가 자연 경물의 특징을 반영하면서도 변형하는 등 조선시대 자유로운 작화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7)

 

자연과의 만남과 상징의 세계

가을이라는 계절에 어울리는 <노안도(蘆雁圖)>는 달밤에 갈대밭()으로 기러기()들이 날아드는 그림으로 가을밤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8) 또한 이 그림 소재인 노안노안(老安)’과 발음이 같아서 노년의 평안함을 상징한다. 책과 함께 문방구, 진귀한 물건들이 놓여 있는 책장을 그린 <책가도(冊架圖)> 8폭병풍에도 다산을 상징하는 석류, 행복을 뜻하는 식물 불수감, 고위 관직을 의미하는 잉어 장식품 등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 기물들이 있다.(9)

 

이처럼 국립춘천박물관은 빛에 약한 서화 기증품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더 많은 기증품을 선보이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시기 다른 목적으로 제작된 여러 서화 전시품으로 관람객에게 새로운 세상과 접하는 경험을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붙임 1. 신규 서화 전시품 목록

 

 

보도자료와 관련하여 더욱 자세한 자료와 내용을 원하시면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실 학예연구사 강한라(033-260-1537)에게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붙임1

 

신규 서화 전시품 목록

 

1차 교체 서화 전시품 (전시기간 10.8.~11.3.)

 

 

 

1. 추성부도 秋聲賦圖 (보물)

김홍도(1745~1806 이후)

조선 1805, 종이에 엷은 색, 55.8×214.7cm

2. 수월관음도 水月觀音圖

고려 14세기

비단에 색, 179.0×50.6cm

추성(秋聲)’은 가을 소리이고, ‘()’는 대상에 대한 감상을 드러내는 일종의 산문시다. ‘추성부는 중국 북송 문인 구양수(1007~1072)가 어느 가을밤 독서를 하던 중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시중드는 동자에게 이를 물어서 바람소리임을 알게 되자 시들어 가는 가을의 자연 현상과 인생의 무상함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내용이다. 단원 김홍도가 그린 이 작품은 동자가 답한 별과 달이 밝게 빛나고, 밝은 은하수가 하늘에 있습니다. 사방에는 사람 소리라고는 없고 소리가 숲 속에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홍도는 당대 생활상뿐 아니라 문학 작품을 그림으로 옮기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는데, 이 그림에서 엷은 먹과 마른 붓질로 달빛 어스름한 늦가을의 메마름과 쓸쓸한 정서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이 그림을 제작했을 때 김홍도는 예순 하나로 병과 가난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냈는데, 이 그림을 제작한 1805년 이후의 그의 행적이 알려져 있지 않다. 따라서 이 그림은 그의 그림 중 연도가 확인되는 마지막 작품으로 의미가 깊다.

조각과 그림 등으로 부처와 보살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불교미술의 표현방식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고려시대 불화는 그 섬세함과 고귀함으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수월관음을 그린 이 불화에서 고려불화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 수월관음은 현실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구원하는 관음보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수월관음은 하늘의 달이 여러 곳의 맑은 물에 비치듯 많은 사람을 구제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불화에서 수월관음은 달이 뜬 물가 험준한 바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수월관음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양으로 장식된 옷을 입고 투명한 베일을 걸치고 있는데, <수월관음도>의 아름다움은 700년이 지난 지금도 빛을 발한다.

 

 

2차 교체 서화 전시품 (전시기간 10.22.~11.24.)

 

 

 

 

3. 대방광불화엄경 권15

고려 13~14세기

감색 종이에 금니, 30.8×836.0cm

4. 대반야바라밀다경 권249 (국보)

고려 11세기

종이에 목판 인쇄, 29.1×768.3cm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 불교 경전을 손으로 베껴 쓰는 사경(寫經) 행위로 부처님의 말씀을 전했다.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전문 사경승에게 의뢰해 갈색이나 감색 종이에 금이나 은으로 쓴 사경을 제작해 공덕을 쌓으려는 신앙 행위가 널리 유행했고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고려시대 사경이 많이 전한다.

사경 가운데 경전 내용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그림인 변상도(變相圖)가 있는 것도 있다. 두께 0.1~0.2정도의 가는 금선과 은선으로 그린 변상도는 정교함에 감탄을 자아낸다. 대방광불화엄경15권 사경 앞에 변상도가 있는데, 현수보살과 문수보살이 문답을 하며 보살의 수행 방법과 과정을 강조하는 현수품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화면 오른쪽 가장 큰 인물이 문수보살이고, 중앙에 광명을 발하며 설법하는 인물은 현수보살이다. 현수보살 왼쪽에는 수미산에서 도리천의 왕 제석천과 아수라가 싸우는 장면이 있다. 현수보살이 게송(외우기 쉽게 게구를 지어 부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을 하자 싸움이 사그라들었다는 내용으로 게송의 위신을 보여준다.

석가모니 부처가 입적한 후 그의 말씀과 가르침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는데, 이를 고대 인도 표준어인 산스크리트어로 기록했다. 후한 시기 중국에 불교가 전해지면서 불교경전이 한문으로 번역되어 동아시아에서 불교가 자리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대장경 같은 경전 집대성 사업으로 불교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전달했다. 고려 11세기 현종(1011~1031) 때 거란족 침략에 맞서 민심을 결집하고자 대장경 편찬 사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했다. 이 닥종이에 목판으로 인쇄한 대반야바라밀다경은 이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가치가 매우 높아 국보로 지정되었다.

대반야바라밀다경은 중국 당나라 현장(602~664)이 한문으로 번역한 경전으로, ‘반야바라밀다란 지혜로써 저 언덕에 이른다는 뜻이다. 불교에서 천재, 병란, 질병 등 어려움이 있을 때 이 경전을 읽고 받들어 공양하면 어려움을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이 경전은 모두 600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장경에서 맨 첫머리에 배열된다.

 

 

5. 보덕사 報德寺

궁중화원

조선 1807년 이후~19세기 중반

비단에 엷은 색, 32.6×42.3cm

6. 화암 畫巖

김희성(?~1763 이후)

조선 18세기

종이에 엷은 색, 37.5×61.4cm

우리나라 실제 경치를 그린 조선시대 그림은 당시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어 가치가 높다. <보덕사>는 단종(재위 1452~1455)의 무덤인 장릉을 지키는 영월에 있는 사찰이다.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에서 유배되고 죽음을 맞이했던 단종은 1681년 숙종 때 임금의 지위를 되찾았다. 영조 임금이 보덕사를 장릉을 지키는 사찰로 지정했다. 그림 속 높은 전각들이 왕실과 인연이 깊은 보덕사의 위용을 보여준다. 한국전쟁으로 보덕사가 훼손되었기에 이 그림은 더욱 의미가 깊다. 이 그림은 충청의 사군(청풍부·단양군·제천군·영춘현) 명승지와 강원 영월의 유적지 그림 36점을 담은 화첩의 일부이다. 19세기 전반 왕실 일행이 이 지역들을 방문하고 남긴 화첩으로 보인다. 이 화첩에는 많은 수의 그림이 수록되었을 뿐 아니라, 드물게 영월 지역 그림 4점이 포함되어 있어 의의가 있다.

화면 오른쪽에 화암(畫巖)’이라고 적혀 있고, 그림 왼편의 안음에 있다라는 글로 화암이 경상남도 함양 안의면(옛 안음현)에 있는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정확히 어디를 그렸는지 알 수 없으나 그림을 살피다 보면 어느새 보는 사람이 산 중턱 좁은 길을 지나는 그림 속 선비가 되어 있다. 편평한 바위들이 늘어선 절벽과 그 아래로 가파르게 펼쳐진 계단식 논이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 “암석의 기이함이 그림 병풍과 같아, 그 이름이 괜히 얻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적은 강세황의 평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그림은 불염재라는 호를 쓴 화원 김희성과 그가 모은 작품들로 꾸며진 화첩에 수록되어 있다. 스승 정선을 비롯해 김홍도 등 18세기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림마다 강세황의 그림 평이 실려 있어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실경산수화를 감상하고 평가했는지 알 수 있다.

 

 

 

7. 방화굴 方化窟

윤제홍(1764~1840 이후)

조선 19세기

종이에 먹, 26.2×48.0cm

8. 노안도 蘆雁圖

안중식(1861~1919)

1918

비단에 색, 157.6×69.5cm

바위산 속에 석굴과 폭포가 보인다. 화면 왼쪽 소요사 동쪽 방화굴(逍遙寺東方化窟)”이라는 글로 경기도 동두천 소요산에 있는 원효대사(617~686)가 창건한 소요사(현 자재암) 주변의 암굴과 폭포를 그렸음을 추정할 수 있다. 이 암굴은 원효대사가 차를 달여 마시며 수행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암굴 주변에 폭포가 있으나 그림처럼 일직선상에 있지 않고, 암굴 측면에 비스듬히 있다. 그리고 암굴과 폭포 사이 높이 솟은 바위도 실제 보다 얇게 그려져 있다. 19세기 문인화가 윤제홍은 실제 경관을 그린 그림을 여러 점 남겼는데, 이처럼 경물의 위치를 다르게 배치하거나 경물 형상의 일부를 부각하여 그리는 방식을 취했다. 그는 자연의 실제 모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했다.

옛사람들은 자연의 동식물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으며, 서로 다른 동식물을 연결하여 새로운 상징성을 만들어냈다. 갈대 ()’와 기러기 ()’의 중국어 발음이 노후의 평안을 의미하는 노안(老安)’과 같아 갈대와 기러기를 같이 그려 노후의 평안함을 기원했다. 이를 노안도라고 하는데, 조선시대에는 19세기 후반부터 크게 유행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화가 안중식은 물기를 머금은 먹색의 짙고 연한 농담 변화를 이용해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여러 기러기들을 묘사했다. 갈대 꽃술에 칠한 하얀색과 갈댓잎에 은은히 녹아든 갈색, 기러기 부리의 짙은 노란색이 어우러져 가을밤을 운치 있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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