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반도 격렬비열도

입력 2024년10월17일 09시34분 박정현 조회수 3989

태안군 격렬비열도에서의 추억

 태안반도 격렬비열도

(권곡眷榖) 박정현

격렬비열도에 닿았을 때, 마치 시간 자체가 멈춘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한국 본토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마치 세계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 고요한 섬에 발을 디딘 순간, 나는 그 어떤 소음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들어온 것 같았다.

파도는 끊임없이 섬을 휘감아 돌며, 그 자체로 시간을 기록한다. 여기서는 해가 뜨고 지는 것 외에는 어떤 변화도 없는 듯하다. 섬은 거친 바람과 싸우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파도는 멀리서부터 힘차게 몰려와 다시금 물러난다. 이 반복된 리듬 속에서, 나는 비로소 자연의 호흡을 느낀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평범한 시간의 흐름과는 다르다. 해가 뜨고 지는 것 외에는 아무런 변화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아주 깊은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고독과 평온함, 그 사이에서 나는 나 자신과 대면할 수밖에 없었다.

격렬비열도는 태안반도의 끝이면서도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인 듯하다. 모든 소음과 혼란을 벗어나 이곳에서 느끼는 바람과 파도의 리듬은 내가 잊고 있었던 내면의 소리를 깨닫게 해 준다. 이 섬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고요 속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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