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은 곡식처럼

입력 2024년11월06일 18시30분 박정현 조회수 4012

익어감의 겸손

 익은 곡식처럼

(권곡眷榖) 박정현

곡식은 익으면 머리를 숙인다
바람에 일렁이며
겸손하게 자신을 내려놓는다.

인간은 어떨까
높은 자리에서 빛나려 할 때
고개를 더욱 높이 들고 있진 않을까.

그러나 참된 익음이란
마음 깊숙이 빚어진 무게에
자신을 낮추는 것.

생각이 무르익어
가슴 깊은 곳에 뿌리내릴 때
우리는 비로소 고개를 숙인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익어가는지 생각할 때마다
우리는 조금 더 조용히, 더 낮게
스스로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익은 곡식처럼
고개를 숙이며
온전히 사람다워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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