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작가 개인전 에피소드
김재완 기자 = 광화문 거리의 노란 은행잎이 거리를 수 놓은 지 엊그제 같은데 초겨울의 세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네 2024년 12월 20일 오후 5시 광화문 내일신문사 내일갤러리(대표 박수현)에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허진 작가 개인전 에피소드 개막식이 개최되었다. 본 전시는 2025년 1월 1일 까지 열리다.
나는 늘 이야기에 흥미가 있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 서로 관계 맺는 이야기. 글 작가와 함께한 이번 작업은 텍스트와 이미지가 각자의 방식으로 또는 함께 어우러지며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었다. 우리 작업에는 현재성 또한 스며들었다. 전시를 며칠 앞두고 벌어진 국가의 위급 상황에 눈감을 수 없었고, 그것은 그대로 작업 속으로 들어왔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낯설고 과감한 이미지들의 병치로 주목받은 청년작가가 있었다. 그의 그림 속에서 왕조와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은 뒤섞였고, 지배자와 혁명가와 인민은 한데 얽혔다. 포효하는 듯 힘찬 필묵이 그려내는 이미지들의 소용돌이는 공동체의 무의식에 새겨진 복잡한 아이러니를 말하는 듯했다.
세밑, 광화문네거리 부근 화랑에서 그 작가 허진의 전시가 한창이다. 이삼십대 시절 제작한 수묵채색화와 근래 그린 드로잉들이 함께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청년기의 수묵채색화에서는 구상성과 추상성을 넘나드는 발묵(먹물이 번져 퍼지게 하는 기법)이 두드러진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그가 인간을 표현한 방식이다. 뚜렷한 눈동자가 아닌 거뭇한 눈으로 표현된 인간들은 중의성으로 가득한데, 자기 자신이든 외부 세계이든 무언가에 휘말린 듯한 느낌을 준다.
<묵시>, <부적>, <다중인간>과 같은 구작들이 작가가 지나온 젊은 시절을 표상한다면, 맞은 벽면에 있는 근작들은 새로운 시도를 발산한다. 독립출판을 하는 이근정 기획자가 쓴 짧은 픽션을 아크릴판에 프린트하고 화가의 드로잉 소품들을 배치했다. 텍스트와 이미지의 조우와 충돌을 꾀한 것이다. 글로써 제시된 네 개의 독립된 이야기들은 인생의 다양한 면을 상기시키고, 화가의 드로잉들은 경쾌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허진 작가는 “타 장르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고 말한다. “이근정 씨는 글도 쓰고 책도 만드는 편집자인데 자기 작업으로서 짧은 이야기들을 써왔어요. 압축된 구조 안에 정밀한 문장으로 인생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게 무척 흥미로웠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작업 방식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시대에 고하는 절규와 탄식, 그리고 새로운 에피소드의 모색이 함께 있다는 점에, 이 전시의 생기와 활기가 있다.
허 진 許塡 Hur Jin (1962-)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36회 개인전(문예진흥원 미술회관, 금호미술관 및 나무화랑, 서남미술관, 예술의 전당 미술관, 마니프전, 금산갤러리, 광주신세계갤러리, Zabgalley-멜베른, 노무라미술관-교토, 월전미술관, 갤러리우덕, 갤러리 베아르떼, 한전프라자 갤러리, 갤러리 리즈-양평, 렉서스 갤러리-대구,갤러리 스페이스 이노, 성곡미술관, 문갤러리 홍콩, 여름 아트 갤러리-하남, CSP111 Artspace, 가보갤러리-대전, 갤러리 아크-광주, 갤러리온유-안양, Arbat 현대자동차 모토 스튜디오-모스크바, 아라아트센터, 비디갤러리, 아트 갤러리 21, 한옥갤러리, 세종호텔 세종갤러리, 통인화랑, 동덕아트갤러리, 베카갤러리, 갤러리PaL, 아트레온 갤러리, 갤러리 이레-헤이리, 갤러리 내일)
수상 및 기획전
1989 제8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1995 제1회 한국일보청년작가 초대전 우수상
2001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문화 관광부)
2015 10th DAF GoldenEye 한국구상작가상(DKFA)수상(전북 김제)
2015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19회 허백련미술상 본상 수상
2017 제21회 용봉학술상 수상(전남대학교)
2017 제37회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심사위원 선정 특별예술가상’ 수상
2018 제5회 대한민국지역사회공헌大賞(국회의원회관,서울)
2020 2020광화문아트포럼 선정 올해의 작가(광화문아트포럼,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