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歲月)

입력 2024년12월27일 08시43분 박정현 조회수 3954

가는 것은 나였구나

 세월(歲月)

(권곡眷榖) 박정현

젊어선 가라 해도
머뭇거리던 세월,
어느새 나이 들어
하루가 바람처럼 스쳐가네.

여보시오, 세월님,
잠시 그 걸음을 멈추시게나.
차 한 잔 나누며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보세.

그대는
끝없이 가고 또 가는 길,
지루하지도, 힘들지도
않으신가?

아무리 불러도
야속한 세월,
뒤돌아보지 않고
멀어져만 가네.

홀로 찻잔을 기울이며
문득 떠오른 깨달음 하나.

아,
가는 것은 세월이가 아니라
바로 나였구나.

세월은 계절만을 되풀이하며
늘 제자리에 머물 뿐,
가는 건 내가 아니던가.

멀찍이서 돌아보며 세월이
웃음소리와 함께
툭 던진 한마디.

"하하하,
이제야 깨달았구려.
가는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자네였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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