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윤이상의 딸, 윤정 개인전 “In the Still”

입력 2025년03월04일 19시19분 찬희 조회수 1625

구상과 추상의 줄타기를 시도하고 유화다운 유화를 실험_ 쇼펜하우어의 미의 지각방식처럼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딸인 윤정이 화가로서, 2025219일에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1층 본 전시장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는 33일에 막을 내렸다.


 

윤정 화가는 13년 전 독일과 미국에서 살다가 아버지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 정착한다.

처음엔 아버지와 관련된 일을 하다가 외로움을 달랠 겸 친구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따로 배운 적은 없고, 통영에서 홀로 살면서 친구처럼 생각하고 그렸다.”고 했다.


 

윤정 화가는 2000년대 초까지 독일과 미국에서 살면서 모친 이수자(98)씨와 함께 부친 윤이상의 업적을 기린 통영국제음악제 창설(2000), 윤이상 평화재단 설립(2005)에 관여했다.

 

 

 

독일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으며, 1970년대 독일의 유명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포폴 부'(Popol Vuh)에서 2년 정도 보컬리스트로도 참여했다. 또한 대학에서 한때 쳄발로와 하프도 공부했다. 60대에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하여, 75세 나이에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번 전시가 첫 개인전이지만, 미국 뉴욕에서 금속 공예가로도 활동하며, 예술가의 삶을 계속 이어왔다.

 

-한겨례 노형석 기자 기사 참고

-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기사 참고


 

 

 

* 김대신 문화사 박사의 미술과 비평을 올린다

 

- 윤정 작업에 관하여 -

 

대응(, 대응)

 

남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사각형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다. 통명의 산수가 휘영청 달빛 과 조화롭게 감응(感應)한다. 달빛 비추는 창 너머 풍광은 고즈넉하나 화가의 작업은 풍성하다. 채 마르지 않은 물감의 끈적임과 유화 냄새는 작업의 열정과 창작의 지속성을 보여준다. 작업실에 울려 퍼지는 현대 음악은 예술로 하나 된 것 같은 느낌과 생생한 재회의 상응(correspondence)이다. 윤정 작가는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치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음악과 디자이너의 경험을 거쳐 화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윤정 작가는 기억을 다룬다. 메모리 시리즈는 기억과 상상으로 구성된다. 작가의 상상력은 기억을 바탕으로 창작한다. "청정한 밤하늘의 은하수는 별꽃으로 밤새 빛났다." 처럼 지나간 작가의 경험을 안으로 깊게 모아 상상의 화면으로 기억을 재현한다. 상상은 감관을 통해서 얻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와 연결한다. 그리고 현재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기억을 불러내며 결합한다. 깊은 감정을 일으킨 기억들은 추억 이 되어 오래간다. 감정은 상상을 자극하여 기억을 만들고 다시 기억은 상상으로 감정을 일으킨다. 한편. 기억은 직관(intuition)을 자극한다. 감관을 통해 직접적으로 주어진 직관은 개념을 통해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 기억, 상상, 직관에 기초한 개념들은 창작의 주요 요소로 작동한다. 삶의 기억에 기반으로 한 작업은 구체적 세계에 마주한 직관이 상상을 통해 만들어낸 작가의 미적 태도의 반영이다.

 

감정을 그린다. 인간을 더 깊게 알아가는 방편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온전한 내적 탐구의 대상이며 일종의 용기를 내어 경쟁하는 의지력을 내포하고 있다. 마음 속에 일어난 여러 감정을 느끼고 포착하여 화면에 담아낸다. 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맑고 예리한 눈을 가진 작가는 깊은 애정을 가지고 사물을 관찰하고 세계를 본다. 초기 작업은 내밀한 자기 고백의 서사를 포함한다. 다채로운 색상을 가진 크레파스의 쌓임과 긁힘이 주는 흥미로운 미술의 추억에서부터 개인의 가족사, 소소한 주변의 사물, 물고기, , 마을, 골목길, , , 나무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었다. 윤정은 구상과 추상의 줄타기를 시도하고 유화다운 유화를 실험한다. 맑고 고운 색과 중후하고 무거운 색에 이르는 채색의 모색 과정에서 객관적인 의미 의 미적 탐색보다 주관적인 해석으로 선회하는 변화를 가진다. 깊은 산 속, 바람에 날리는 갈대숲, 이슬 맞 온 들꽃, 이름 모를 산새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타고 난 미의식의 소지를 찾는다. 작업은 내면의 감정 표현 의 심리적인 요소가 강하다. 마음의 능력으로서 내적 감관(intermal sens)을 발현시켜 미적 체험으로 승화 시킨다. 때론 감성의 날을 세워 인간의 따뜻한 정감과 동양적인 신비감을 작업에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 느끼는 감정(emotion)을 드러내며 반응한다. 모방 혹은 재현의 기술도 다. 독자적인 감정을 화폭에 담아낸다. 미술 본 바탕의 의미는 세계의 내재적 근원을 질문하고 해답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화가는 세계 혹은 자연에서 어떤 규칙이나 핵심을 감정으로 찾아내며 그것을 품에 부여한다. 화가 자신조차도 어떻게 이런 작업이 발생하는지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보들레르 회화가 인간의 감성적인 차원과 본질적으로 관련 있다고 보았다. 감성적 차원이 이성적 차원과 달리 규칙화되거나 논리적 설명은 어렵다. 구체적 단어, 언어, 개념 등이 만드는 어떤 이야기 이전에 어떤 느낌(sentiment)이 다가온다.

 

윤정 작가는 작품에 관해 스스로 침묵한다. 주관적 감정과 개인적 감각의 문제 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자의적이고 상대적인 취미의 문제로 다루기도 어렵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론에서 시간에 대한 물음에 답한다. “아무도 묻는 이가 없으면 나는 그것을 아는 것 같지만, 막상 누가 물어 대답하려면 말문이 막힙니다.” 작가에게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모순처럼 그림으로 무엇을 재현(representation)한다는 것도 그러하다.

 

작업은 추상이다. 추상은 귀납적 경험에 의한 예술이다.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를 두고 발현한다. 경험에 의한 정보의 축적이 표현되는 장이 추상의 화면이라 할 수 있다. 추상의 질서는 경험으로 구성된 상상의 형태를 화면에 재현된다. 추상은 모호하지만 명료하다. 인간의 본능과 감정에 충실하던 비합리주의(irrationalism)와 예술 자체를 추구하던 모더니즘의 가치중립적인 전통을 따른다. 추상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실체에 연결되어 있다.

주제에 관한 관심에서 벗어나 경험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그 자체로 순수한 독립적인 상태를 추구한다. 순수한 추상은 명확한 윤곽도 없고 서로 녹아들고 침투하는 질적 변화의 연속이다.


 

윤정의 추상은 무조성(atonality) 음악처럼 나눌 수 없고 얽혀 있는 시공간을 무한히 통과한다. 작업은 내밀한 미적 경험으로 압축적인 함의를 표현하는 조형 의지가 담겨있다. 세상에 내재한 본질을 추구하는 추상 작업은 인간 조건(human condition)을 구성하는 하나의 고차원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추상은 눈으로 본 것 너머의 표현이다. 인간의 창작물인 미술은 개별적 세계를 보편적인 것으로 승화시키는 도구이자 인간 생존의 보편적 체계를 온전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작가는 예측 불가한 현실의 세계를 창작의 영역으로 끌고 나와 실험하고 미지의 신세계를 열어 보여준다. 화가는 작업 과정에서 '물질 다루기'를 반복한다. 그림을 그리는 원초성은 반복된 물질 다루기에서 시작한다. 유화의 끈적임과 물감의 농도 조절의 연속은 집중과 몰입을 이끈다. 작업은 물질과 투쟁하는 자기를 드러냄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 안 주변 환경, 호흡의 순간, 동작과 자세 등은 내밀한 자신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 형태의 집착에서 벗어나 있는 화가의 심미만은 순수한 감정을 표현하는 관조로부터 발생한다. 작가만의 특별한 쾌감, 명상이 나 치유와 유사한 경험으로 이어진다. 추상의 화면은 새로운 감정이 환기될 수 있는 심리적 특성을 수반하 며 심미적이고 감각적인 통일을 이끈다. 미적 쾌감으로 작가의 강관은 무관심성을 이룬다. 형상이 사라지 고 영상의 단계에 몰입할 수 있다. 마치 산수화의 발득처럼, 퍼져가는 산울림처럼 섬세하고 고요한 관조의 화면을 구축한다.

 

감성의 색을 그린다. 화면 밖으로 퍼져 나오는 추상의 묘한 아우라와 감성의 색채 변주는 윤정 회화의 정수이다. 제철에 피는 꽃들처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화면은 신비한 미를 숨긴 듯 겹 같이 늘어 있다. 화가의 감성을 담은 색은 이미 추상이다. 고상하고 멋진 색의 향연은 고난의 인생에 한 줄기 빛을 비춘다. 감상자의 시선과 마음을 끌어 빠져들게 한다. 우아하고 섬세한 색감들은 고요하고 조화로워 기품이 있다. 유화의 통일성을 간직한 다양한 색감과 밀도 있는 화면의 구성은 명상적인 기운을 더한다.

작가는 회화 자체가 가진 미적 체험에 충실하고 시각적 미감을 찾는다. 화면의

주조 색은 고유한 생명을 상징한다. 색은 살아 있음이다.

맑고 밝고 경쾌한 중심 색은 다른 색과 만나 미끄러지듯 스며들어 중첩된다. 다른 색들과 어우러져 생명력을 표현하고 창출한다. 화면의 불규칙한 점, , 면이 모여 다시 하나의 색감을 만들고 생명의 역동성을 펼친다. 감상자에게 대상의 환기된 어떤 미적 쾌감을 제공하고 섬세한 감성의 눈을 뜨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M> 연작은 구도적이다. 화면은 신비로운 운기()가 감돈다. 사각형 안 기운은 이리저리로 돌고 모이다가는 흩어진다. 그 전체는 하나이다. 화면은 단단한 모양새지만 (M) 연작 속 부분들은 분해되고 독립되어 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다층적인 현상의 시각적 표현이다. 윤정의 (M) 연작은 우주의 수많은 색과 형 중에서 몇 개를 선택적으로 가져올 뿐이다. 추상의 치밀하고 응축된 구성법 과 그리드를 사용한 정련함은 구도적 수행성을 내포한다. 작업 과정은 수행처럼 화면에 남겨진 시각적 경험의 축적이다. 물감의 색에 대한 감각적 선택이며 반복된 영상의 쌓임이다. 얽히고설켜 중첩된 유화 물 감은 화면의 독특한 질감을 형성하는 원초적인 행위의 흔적이다. 작가는 <M> 연작 속 고요한 관조를 통해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추상과 직면한다. 쇼펜하우어의 미에 관한 특수한 지각 방식인 미적 관조처럼 '초시 간적인 순수한 인식의 주체(pure will-less, painless, timeless subject of knowledge)'를 경험한다. 미적 관조가 시지각의 순수한 인식에 다다른다. 더 이상 개체가 아닌 순수한 실체(realty)가 이상(idea)으로 추상화된다. <M> 연작 화면은 영혼의 자유를 향한 자기 찾기 과정으로 궁극적인 경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꽃잎이 열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피듯 미적 인식의 지평은 한순간에 툭 펼쳐 충만과 풍요로 가득하다.

 

예술은 인간의 소유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선물이다. 예술품은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어울림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자유와 환대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예술일 것이다. 작가는 동시대에 상응하는 미술을 펼친다. 섬세한 감성과 마음의 알맹이를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한 윤정의 작업은 감상자의 마음에 상응할 것이다. 화가의 삶이 녹여낸 화목은 삶에 관해 생각하게 할 것이다. 인간의 향기 가득한 창작으로 생명의 지속과 삶의 감동을 기원한다. '정말 훌륭한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뺏는 것이오' 윤이상,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도서출판 남해의 봄날, 2019, p.28).

처럼 윤정의 작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흔들어 놓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작업의 구도적인 행위가 녹여낸 추상은 남도의 파도 소리를 마주한다.

 

김대신 (문화사 박사, 미술과 문화비평)



 

----------------

Djong Yun

 

1950 Born in Busan, South Korea

1963 Moved to Berlin, Germany

1968-1972 Actor/performer, Hair European muscal production Vocalist, German

muscical band Pohpol Vuh

1972-1974 Studied muscal instruments, cembalo and harp Hochschule für Musik

Berlin (HFM) Hochschule für Musik Freiburg

1979-1981 Studied with artist Ungno Lee, Paris, France

1982 Moved to New York City

1983 Art gallery assistant. Bill Schiffer Gallery, New York City

1983-1985 Sales representatives for high fashion companies Bergdorf Goodman,

New York City Charivari, New York City

1985-1989 Jeweler and production manager, Wendy Gell fashion jewerly company,

New York City

1989-1991 Studied jewelry fabrication and design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FIT), New York City

1992-1997 Jeweler Platinum Custom Craft (PCC), New York City

1997-present Board of drector, Isang Yun Peace Foundation, Seoul, South Korea

Board of director, International Isang Yun Society, Berlin, Germany

Board of director, Tongyeong International Music Foundation,

Tongyeong, South Korea

2025 Solo exhibition, Insa Art Center, Seoul, South Korea

결제하실 금액은 원 입니다.
무통장 입금시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