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길

입력 2025년03월23일 08시29분 박정현 조회수 3619

천생연분

 함께하는 길

(권곡眷榖) 박정현

바늘과 실이 만나 함께한다는 것,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네.
바늘귀에 실을 꿰는 일조차
서툰 손끝에서 갈등하듯 흔들렸으니.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수 없는 법,
서로를 맞추고 엮이며
한 몸 되어야만 한 땀 한 땀
단단한 삶을 지어가리.

때론 단추를 달고,
터진 곳을 꿰매고,
구멍 난 자리 덧대어 기우며,
새로운 옷을 짓기도 하지만—
혼자는 결코 완성할 수 없는 일.

바늘 가는 곳에 실이 따르는 것처럼
함께하는 삶을 꿈꾸리.

때로는 실이 바늘 되어 앞서고 싶고,
바늘이 실 되어 머물고 싶어도
창조된 질서는 흐트러지지 않으리.

살다 보면 꿰맨 자리 아물기도 하고,
시간의 다림질이 필요하겠지만,
서로의 탓 아닌 사랑으로,
그렇게 함께 걸어가리.

바늘 끝이 무디어져 더는 일할 수 없어도,
실이 끊어져 멀어질지라도,
우리 다시 만나리라.
하늘 아래에서, 천국에서도,
끝까지 함께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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