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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앙 기상. 현재복장으로..."
“기~ 사앙 기상, 현재복장으로 선착순 집합한다.”
술에 취해 혀가 구부러져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한 선임 병의 고함소리가 곤하게 잠든 졸병들의 단잠을 깨운다. 잠자던 막사의 불빛이 밝아지고 졸병들은 하나 둘 습관처럼 그렇게 운동장으로 뛰어 나간다.
먼저 튀어나간 졸병 한 사람이 오른 팔을 들어 올리며 "기~ 주운"소리와 함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그들의 복장은 하나같이 속옷 차림이었고 불평을 한 졸병은 하나도 없었다.
“2 열 횡대로 헤쳐모여” 또 한명의 선임 병이 대열을 다시 정비한다.
“이것들 봐라, 동작 그것 밖에 안 나오나?” 몽둥이를 질질 끌고 다니며 고함을 지르고 있는 행동에서 졸병들은 이미 주눅이 들대로 들어 있었다.
술에 취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선임 병은 앞 열 왼쪽부터 졸병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돌려치기 시작한다. 한 번 때리고 자빠지고 또 다음 졸병을 때리고 비틀거리면서 자빠진다.
그들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잘못이라면 늦게 들어온 죄? 또 뭐가 있단 말인가. 그렇다 사내로 태어난 죄 밖에 더 있는가 말이다. 차라리 여자로 태어났다면 이러한 수모는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는 누가 지키고 가족들은 누가 보호한다는 말인가. 짧은 순간에 스치고 간 생각들이 끝나기 도 전에 으스러질 것 같은 충격이 또다시 졸병의 왼쪽 턱에서 일어난다.
중간쯤에서 때리는 걸 멈추고 비틀거리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여 세 번째, 횡포는 분명 계획된 게 없고 무작정 꼴리는 데로 때리고 있었다. 만취한 그에게도 양심은 있었을까 아니면 술에 취한 몸을 지탱하지 못했을까 부들부들 떨고 있는 필자를 보고 오른손을 들어때리려는 걸 멈추고 그들의 행패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앞줄에 섰던 반 정도는 왼쪽 얼굴을 세 번씩이나 얻어맞고 나니 턱이 벌어지질 않아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였으나 뒷줄에 서 있던 졸병들은 한 번도 맞지 않은 운 좋은 졸병이기도 했겠지만 맞은 졸병보다 더 불안하지 않았을까.
왼쪽 턱이 쪼개질 것 같은 충격이 올 때마다 이를 악물고 버티고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곤 하였고 그러한 어머니의 잔상은 어려울 때마다 힘을 얻게 하였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군대라는 그러한 집단속에서도 이탈하거나 낙오되지 않고 의무기간을 마칠 수 있도록 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이유 없이 때리고 때리는 데로 맞아야 하는 사회, 또 그들의 바르지 못한 행동에 반항하지 않고 따라야했던 병영문화, 시대상황은 비록 옳지 못한 선임 병들의 행동이라 하더라도 사회는 그걸 수용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선임이라고 해봤자 따지고 보면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내기들이거나 나이가 작은 사람도 있었다. 호적이 일 년 늦게 실렸고 입영에 따른 신체검사에서 제1을종을 받은 결과는 입영이 늦어지고 그들보다 2년 늦게 입영하게 되었으나 군(軍)이라는 특수한 조직체에서의 규율은 반드시 세워져야 할 것이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았다.
입안이 터져 밥을 먹을 수 없었던 고통들,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히고도 순종해야 하는 사회, 졸병들의 권리는 손톱만큼도 주장할 수 없는 삶 속에서도 이탈하지 않고 군대라는 조직체의 한 일원으로 국방의무를 다할 수 있었던 건 우리들의 위대한 어머니들이 있었기 때문이란 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야하는 ‘국토방위의무’지만 권력과 경제적인 부를 앞세워 국토방위의 의무를 다 하지 않고 이런 저런 이유를 대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아 사회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았지만 그것들을 정당화하려는 변명 같지 않은 변명으로 일관했던 모습들을 대중매체를 통하여 간혹 볼 수 있는데 그 때마다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밤중에 속옷바람으로 집합하여 수모를 겼었던 사건 이후 선임 병들과의 유대관계는 더욱 좋아졌고 지성인들로 구성된 사회답게 졸병들을 힘들게 하였던 짓거리들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거기에는 00명의 신병이 한꺼번에 영입되므로 인하여 병영의 질서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일어났던 방편이 아니었을까.
이제 이 시대는 새로운 병영문화가 전개되고 있는 걸 볼 수 있어 과거의 힘들었던 군 생활이 더욱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수 있어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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