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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핀 듯 기암괴봉 절경
매화산 남산제일봉, 경남 합천
매화산 남산제일봉(1,010m)은 홍류동계곡을 사이에 두고 가야산과 마주하고 있는 산이다. 능선 상에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늘어서 있고, 그 바위들로 연결된 능선이 아기자기해 100대 명산 중 하나이다. 바위 구간에는 철다리가 설치돼 있어 험난한 산세에 비해 사고의 위험도 크지 않다. 천개의 바위봉우리들이 마치 불상을 세워놓은 듯 하다 하여 일명 천불산(千佛山)이라고도 부른다.
매화산 산행은 통상 청량사와 해인관광호텔을 기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농산정 기점, 고운암 기점 코스도 있으나 비지정등산로인데다 경관 또한 청량사나 해인사관광호텔 기점 코스에 비해 크게 낫지 않아 찾는 이가 많지않다.
필자의 경우 7년 만에 다시 매화산을 찾았다. 기기묘묘한 기암괴봉과 아름다운 암릉코스를 잊을 수 없어 몇 번 벼르다가 이번에 4050서울산악회 산우들과 함께 매화산 산행일정을 잡았다. 서울에서 경남 합천 매화산 들머리까지 약 4시간. 왕복 8시간의 긴 하룻길이지만 매화산의 아름다움에 취하다보니 어려운 줄 모르고 산행을 마쳤다.
산행기점은 청량사-남산제일봉-해인관광호텔 코스. 탐방지원센터 구간으로 계산시 약 4시간 반 정도 소요. 진인로로 대형버스가 들어갈 수 없어 마을에서부터 걷다보니 탐방지원센터까지 접근하는데도 30분 이상 걸렸다. 결국 5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코스 자체는 5km로 그리 길지않으나 오름길 중간부터 정상까지 계속 바위구간이고 멋진 경관을 즐기다 보니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렸다.
청량사 입구 마을 들머리에서 하차하여 배낭을 챙긴 후 산촌 마을길을 가로지른다. 9월 하순이라 들녘 벼가 노랗다. 수확을 기다리는 일년농사. 이곳은 다행히 태풍피해는 없는 듯 하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으니 바람이 직접 몰아치지않은 탓일 께다. 산과 산 사이 아담한 계곡에 위치한 마을 풍경이 목가적이다.
청량사로 들어가는 진입로 입구에는 청량사 2km라고 쓰여진 표지판이 보인다. 합천 도예협회 도자기전시관 좌측 길로 접어든다. 처음 오는 사람은 이곳 도자기전시관(055-931-0796)을 찾으면 될 것 같다.
10시 55분 출발. 산촌마을 풍경을 즐기면서 시멘트길을 10여분 걸어가면 이정표가 나타난다. 청량동 매표소 1.0km, 청량사 1.2km, 남산제일봉 3.5km로 쓰여있다. 이정표 옆에는 차량진입제한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길이 협소하고 급경사 구간이라 길이 정체되고 차량사고도 자주 발생하여 차량진입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이정표를 따라 다시 5분 정도 더 가면 아담한 마을이 나타나고 식당 등 쉼터도 보인다. 식당 유리창에는 메뉴를 소개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마치 지도처럼 그린 그림에는 ‘일본산 히노끼나무로 만든 두부틀 사용’이라는 글귀도 쓰여져 있다. 두부전문집인 모양이다. 히노끼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는 모르지만 그림이 꽤 재미있다.
이곳에서 잠시 체조로 몸을 풀고 본격적인 산행준비로 들어간다. 마을 비탈길을 지나 몇 분 가면 황산저수지가 나오고 저수지에서 10분 쯤 더 가면 탐방지원센터에 이른다. 매표소는 이곳에서 조금 더 가야 한다.
매표소 도착. 이곳 역시 해인사 관내여서인지 해인사 관람료를 받는다. 날머리에서 해인사가 가깝기 때문이다. 개인(성인) 3천원, 단체 2천5백원. 매표소에서부터 서서히 매화산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매표소에서 몇 분 만 오르면 청량사. 입구에는 ‘千佛山 淸凉寺’ 쓰여진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청량사는 해인사 산내 암자로 정확한 창건기록은 없으나 해인사(서기 802년 창건)보다 먼저 창건된 것으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최치원이 즐겨찾던 곳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중요문화재로 9세기 초 만들어진 석조여래좌상(보물 265호), 신라 석탑의 대표적 양식을 지닌 석탑(보물 266호), 9세기 끝 무렵 치레수법으로 만들어진 석등(보물 253호) 등이 있다.
청량사 들어가기 전 좌측 마당길로 등산로가 보인다. 입구에는 청량사 소개판과 등산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청량사에서 전망대까지 0.8km, 전망대에서 남산제일봉 정상까지 1.1km로 표시되어 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길. 계곡을 건너 숲길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돌계단, 목제계단이 이어진다. 제법 가파른 비탈길을 30여분 올라가면 능선에 이른다. 능선에 올라 숨을 돌린다.청량사 기점 등산코스 중 가장 어려운 구간을 지나왔다. 능선도착시간 12시 반 경.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식사시간 30여분 후 다시 산행 시작. 능선에서 목제계단을 오르면 바로 전망대가 나타난다.
나무데크로 만든 전망대에 서면 시야가 훤히 트이면서 가야산 조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가야산 정상도 보이고 만물상 쪽도 보인다. 우측 발 아래에는 칼날암릉도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 입구에는 등산안내도도 세워져 있다. 이곳 안내도에는 구간별 거리와 시간이 잘 표시되어 있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청량사까지 0.4km, 15분, 청량사에서 전망대까지 0.8km, 40분, 전망대에서 정상까지는 1.1km, 1시간, 정상에서 해인관광호텔까지 2.6km, 1시간 30분 소요되는 것으로 적혀 있다.
전망대에서 잠시 조망을 감상한 후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부터는 암릉구간. 7년 전 올랐던 기암괴봉들이 떠오른다. 마음이 설레고 발걸음이 바빠진다.
능선을 따라 오르다보면 서서히 정상 암릉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꽃봉오리처럼 여기저기 솟아오른 암벽과 암봉들. 그 사이사이로 철계단이 이어져 있다.
전망대에서 몇 분 만 오르면 다시 전망포인트에 이른다. 좌측 바위봉우리에 오르면 정상 주변의 기암괴봉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왕관바위도 보이고 좌측 멀리 다양한 모양의 바위능선도 보인다. 카메라 줌을 당겨본다. 전에 와봤던 산행길이라 기암괴봉들을 사진에 가깝게 담고싶어 일부러 28-300mm 망원 줌렌즈 카메라를 가져왔다. 줌을 당기니 곰 모양의 바위도 눈에 들어오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촛대모양의 바위도 보인다. 지네 모양의 바위들이 무리지어 가파른 절벽을 기어오르는 듯한 암릉도 렌즈에 잡힌다.
이곳의 높이는 해발 840m 수준. 전망포인트에서 10여분 더 가면 사람 키 몇배 높이의 입석바위가 나타난다. 2단으로 세워진 입석바위, 마치 거대한 인절미를 2층으로 세워놓은 듯한 모양이다.
입석바위를 지나면 시야가 다시 넓어진다. 정상 오르는 철계단길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깎아지른 절벽에 설치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철계단길. 정말 하늘로 오르는 길 같다.
철계단을 타고 계속 기암괴봉을 넘어간다. 남근바위도 만나고 병풍바위도 지나간다. 뒤쪽에는 주먹바위도 보인다. 서로 마주 보고 붙어있는 바위도 나타난다. 이름이 없어 그냥 ‘사랑바위’라고 불러본다.
입석바위에서 20분 정도 가면 손가락바위도 나타난다. 크고 작은 빨래판을 여러 개 세워놓은 듯한 모양. 영락없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모양이다. 그 사이사이로 가파른 철계단이 이어진다.
촛불모양의 바위도 지나간다. 스님들이 내려온다. 바윗길에서 만난 스님, 반갑다. 가파르기는 하지만 이 길은 고행길이라기 보다는 극락으로 가는 길일 듯 하다. 바위꽃이 만발한 산. 그 꽃밭 사잇길을 스님이 걸어내려온다. 얼굴도 해맑다. 정상 암봉이 가까워진다.
촛불바위에서 10분 쯤 가면 또 다시 전망포인트에 이른다. 특별히 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필자가 보기에 정상능선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인 것 같다. 해발 950m 높이이다.사진 몇장 담은 후 이제부터 정상을 향해 가파른 철계단을 탄다. 자칫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급경사. 철계단 양쪽 난간을 잡고 조심조심 발을 옮긴다.
정상 가까이 오르면 우측으로 멀리 해인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철계단 중간 쯤 사고 주의표시판도 나타난다. 청량사에서 남산제일봉 까지의 구간은 골절 및 염좌사고 다발구간이므로 각별히 조심하라는 표시이다.
오후 2시 35분 드디어 정상 도착. 탐방지원센터에서부터 약 3시간 걸렸다. 정상 역시 온통 바위투성이다. 왼쪽 귀퉁이에는 ‘남산제일봉 정상 1,010m’라고 쓰여진 표지목이 세워져 있고 오른 쪽에는 가야산 봉우리들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깃대봉(1,113m), 두리봉(1,133m), 그리고 가야산 최고봉인 상왕봉(1,430m)도 보인다. ‘상왕’은 부처를 코키리 가운데 가장 큰 코키리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불교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또한 소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우두봉’이라 불리기도 한다.
표지목 옆에는 남산제일봉 소개와 함께 소금단지에 관한 안내글도 쓰여져 있다. 남산제일봉은 해인사 대적광전의 정남향에 위치한 봉우리로써 화강암으로 형성된 봉우리의 산세에서 나오는 상서로운 기운이 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 대적광전의 기운과 맞부딪쳐 해인사에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고 하여 이 봉우리 정상에 소금을 담은 다섯 개의 옹기단지를 묻었다고 하며 그 후로 화재가 발생하지않았다고 한다. 안내판 아래에는 실제로 옹기단지를 묻은 뚜껑이 보인다.
정상에서 한참 쉰 후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 내려가는 길 역시 철계단부터 탄다. 꽃 모양의 암봉 사이로 내려간다. 왜 매화산이라고 이름붙였을까? 산 전체의 모습이 매화 모양일까? 아니면 정상 봉우리 모습이 매화 모양일까? 정확히 감이 잡히지는 않지만 산 능선마다 솟아있는 기암괴봉들이 꽃처럼 아름다운 건 틀림없다. 선입견 없이 필자 나름대로 그냥 정상 암봉을 매화봉이라 이름붙여본다.
하산길은 바위가 거의 없는 비탈길이다. 계속 울창한 숲길, 호젓해서 좋다. 50분 쯤 내려가면 계곡을 만난다. 물이 시원스럽게 흘러내린다. 배낭을 벗고 잠시 휴식모드에 들어간다. 등산화, 양말도 벗도 계곡물에 발을 담근다. 온몸에 퍼지는 짜릿한 냉기. 산행 피로가 함께 씻겨내려가는 기분이다.
오후 4시 경 해인관광호텔 도착. 전체 약 5시간 걸려 산행을 마무리했다. 온산을 뒤덮고 있는 바위 꽃, 그 매화의 향기에 취해서일까? 뒷풀이 식당에서의 술맛 역시 그만이다.(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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