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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동안 경북의 박정희 관련 사업·시설에 약 1270억원 국가·지자체 예산 사용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성 두고 경북 지역 기초 지자체 간에 경쟁과 마찰도
경상북도의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사업이나 시설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지나치게 범람하고 있다. 경북은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으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념행사나 시설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했다.
유신독재가 종식된 지 30년이 더 지났음에도 그의 딸인 박근혜 후보가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르면서 경북도는 다시금 전체주의 유신 시절로 회귀한 것처럼 비정상적인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이 독재자로 군림한 박 전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한 예산으로 낭비되는 사례도 많다고 했다.
최민희 의원이 경북 지역의 박 전 대통령 관련 사업과 시설을 파악한 결과 최근 5년 동안에만 약 1270억원의 국가 예산과 지자체 예산이 오로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정수장학회가 10년 동안 매년 지원한 사업으로 밝혀져 논란이 된 ‘대한민국정수대전’에 경북도 또한 매년 예산을 ‘후원’해 2007～2013년 동안 모두 5억800만원을 지원했다. 또한 이 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하는 구미시 또한 매년 약 1억7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대한민국정수대전’은 한국정수문화예술원과 구미시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경북도청, 정수장학회 등이 후원하는 행사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11월 14일 구미시에 위치한 ‘박정희 체육관’에서 개최된다.
경북 구미시 상모동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와 그 주변을 공원과 기념시설로 꾸미는 ‘박정희 생가 공원화 사업’이 2008년부터 구미시비 261억원, 경북도비 25억 등 286억원을 투입해 2013년 완공 예정이다. 함께 들어설 ‘박정희 홍보관’에도 55억원의 예산 책정되었다.
구미시에는 ‘박정희 생가 공원화 사업’과 별도로 바로 박 전 대통령 생가 바로 인근 부지 24만6천㎡에 792억원(국비 396억원, 도비 119억원, 시비 227억원)을 투자한 ‘새마을운동테마공원’이 2015년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은 한마음공원, 역사이해공원, 창의연수공원, 글로벌공원으로 조성되는데, 역사이해공원에는 근면․자조․협동 이념관, 시대관, 주제관, 명예의 전당과 1960, 70년대 농촌마을이 재현되고, 창의연수공원은 새마을운동의 이념과 정신을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는 종합교육기능공간으로 연수시설 등이 들어선다.
한 기초지자체 지역 내, 그것도 바로 인접한 공간에 ‘박정희 기념공원’과 박 전 대통령의 상징인 ‘새마을운동’ 기념 공원을 1000억원 넘는 예산을 들여 한꺼번에 만드는 것이다.
구미시는 이밖에 매년 ‘박정희 탄신제’ 행사에 약 7500만원, 추모제 행사에 약 700만원 예산 배정해 집행하고 있다.
한편 경북 문경시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문경 서부심상소학교(현 문경초교) 교사로 있던 시절에 살던 초가 하숙집인 ‘청운각’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진행되어 올해 6월 13일 준공됐다.
이 공원조성 사업은 ‘청운각’ 주변에 박정희 사당과 기념관 등을 추가로 건립한 것으로 문경시 예산 17억원을 들였다.
또 청도군은, 2009년부터 4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청도 신도마을을 시찰하는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제작하고, 대통령 전용열차 및 대통령이 방문했던 신거역과 신도정미소를 복원하는 한편 마을에 새마을광장을 조성하는 ‘새마을운동 발상지 성역화사업’을 벌여 2011년 8월 27일 준공했다.
그런데 이에 앞서 경북 포항시는 40억원을 들여 포항시 기계면 문성리 일대 부지 7천5백여㎡에 ‘새마을운동발상지 기념관’을 2009년 9월 17일 개관한 바 있다.
실제 청도군 신도리와 포항시 문성리는 서로 자신들이 ‘새마을운동 발상지’라고 주장하며 신경전을 펼쳐왔는데, 경북도가 2009년 ‘경상북도 새마을 운동 37년사’ 연구 용역을 통해 청도군 신도리를 ‘새마을운동 발상지’로 인정하며 ‘원조 새마을운동 발상지’ 논란은 매듭되는 듯 했지만, 포항측이 이에 불만을 표출하면서 두 지자체 사이의 감정싸움은 계속 진행중이다.
그리고 울릉군은 196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 울릉도를 방문해 섬 일주도로 개설과 항만시설 확충 등 울릉도 발전의 초석을 다진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박정희기념관’을 세울 계획이다.
울릉군은 지난 4월 ‘박정희기념관’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중간보고회를 갖고 15억여원을 들여 울릉읍 도동리 옛 울릉군수 관사(지상 1층, 153㎡)를 재정비해 기념관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이 관사는 박 전 대통령이 울릉도를 방문했을 때 하룻밤 묵었던 곳이라 한다.
이밖에 구미시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구미시 예산 1억원을 매년 영남대에 지원하는 협약을 맺고 영남대에 ‘박정희리더십연구원’을 공동으로 설립하기도 했다.
‘박정희리더십 연구원’은 영남대 내에 자리하고 박 전 대통령의 국가경영철학과 리더십, 새마을운동, 국토개발정책, 중화학공업 및 전자산업 육성 등 재임 중 업적 전반의 체계적 조사와 정리, 연구 등을 수행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제2, 제3의 정수장학회’로 불리는 영남대에는 ‘박정희 정책새마을 대학원’이 올해 8월 설립되기도 했다.
최민희 의원실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은 적어도 6개가 이미 세워졌고, 곧 2개의 동상이 추가로 세워질 예정인데, 현재 세워진 동상 6개 중 4개가 경북에 있고 추가로 제작될 2개 중 하나도 경북에 만들어질 예정이다.
먼저 지난 1991년 구미초등학교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신 동상이 세워졌는데, 이후 2008년까지 동상 설립이 전혀 없다가, 2009년 포항시가 ‘새마을운동발상지기념관’에 소파에 앉아 있는 자세의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면서 이후 경쟁적으로 다른 경북 지역에도 동상이 만들어졌다.
2011년 8월 청도군 새마을운동발상지광장에 훈시하는 자세의 박 전 대통령 전신 동상이 세워졌고, 같은 해 11월 구미 박 전 대통령 생가 근처에 연설문을 들고 걸어가는 자세의 높이 5m 전신 동상이 세워졌다. 구미 생가의 동상에는 성금 모금액 6억원과 지자체 예산 6억원 더해 12억원이 들었다.
그리고 문경시도 박 전 대통령의 하숙집이었던 ‘청운각’에 동상을 세울 계획을 지난 해 발표한 바 있다.
한국사진방송 이성녕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