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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대보름날은 가장 큰 보름달과 함께 한 해를 시작한다는데 의미가 크다. 정월 보름의 왕 달빛은 어둠, 질병, 재액을 밀어 내는 밝음의 상징인 것이다. 대보름달이 뜨면 마을의 수호신에게 온 마을 사람들이 질병, 재앙으로부터 자유롭기를 기원했다. 농사가 잘 되고 고기가 잘 잡히게 하는 ‘동제’도 지냈다.
대보름을 맞는 간절함의 백미는 놀이를 통한 즐거움이다. 부럼 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 복쌈이나 묵은 나물 먹기, 오곡밥이나 약밥, 달떡 먹기 등을 하면서 소망들을 즐거움으로 승화시켰다. 여기에 이웃마을 주민들과 함께 경쟁과 번영을 열망하는 줄다리기·다리밟기·고싸움·쥐불놀이·탈놀이·별신굿·달집태우기 등은 상생 놀이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대보름축제 중 빼놓을 수 없는곳이 전북임실 필봉에서 펼쳐지는 호남좌도 임실필봉농악대가 펼치는 굿판이다. '필봉 마을굿축제'는 바로 마을굿이 전국적인 축제로 우뚝 설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전국의 중요무형문화재들이 축제의 무대에 서고, 대학과 사회 풍물동아리들이 '밤샘 탈놀이'를 펼치며 지역민들이 풍물로 하나 되는 장을 연출한다.
켜켜히 묵은 액을 털어내고 새로운 한 해의 안녕을 비는 기복(祈福)의 굿판, 2013년 계사년을 맞이하는 굿판, 필봉정월대보름굿이 올해도 변함없이 필봉마을에서 희망 비나리를 점화한다.
올해로 32회를 맞는 필봉 정월대보름굿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유산 제11-5호, 임실필봉농악보존회(회장 양진성, 임실필봉농악 예능보유자)와 임실 필봉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자리로, 전통적으로 필봉 마을에서 행해져 오던 마을굿 본연의 가치와 형태 그대로를 계승하고 있다.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 필봉마을 일대에서 연행되는 필봉 정월대보름굿은 ‘함께 어우러지는 삶’ 즉, 공동체문화가 일군 아름다운 문화예술양식의 절정을 체험할 수 있으며, 함께 복을 기원하고, 함께 액을 떨쳐내며, 함께 노력하고 사랑하자고 약속하는 시간에 다름 아니다.
23일 오후 2시부터 필봉마을 동청마당에서 정월대보름굿 시작을 알리는 ‘기굿’을 울리며 힘찬 터울림을 한다. 이어 마을 어귀의 당산으로 옮겨 마을수호신에게 굿을 고하고, 복을 기원하는 ‘당산굿’을 연행한 뒤, 마을 공동 우물로 이동, ‘샘굿’을 치고, 다음으로는 마을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각 가정의 안택을 기원하는 ‘마당밟이’(뜰밟이굿) 굿을 진행한다.
마을 구성원 전체의 집돌이 굿판이 끝나면, 마을 주민과 정월대보름굿 자원봉사단이 마련한 뜨끈하고 살가운 저녁을 나눠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오후 7시부터는 풍물굿의 연예성과 오락성이 두드러지는 푸진 판굿으로 이어진다.
채굿, 호허굿, 풍류굿, 영산굿 등의 앞굿과 설장고, 잡색놀이, 소고춤, 재능기 영산굿, 노래굿, 대동굿 등 음악, 춤, 극, 놀이 등의 다양한 예술 형태의 ‘판굿’은 관객과 공연자가 어우러지는 대동굿의 백미이다.
판굿의 흥이 절정에 솟는 끝자락에서, 참가자들의 한 해 소망이 담긴 소지가 달린 ‘달집태우기’를 한다. 달집을 태우고 난 후에는 잡귀 잡신과 액운은 모두 물러갔으니, 다시금 새로운 해 새로운 복을 맞이하는 대동놀이 굿판을 진행한다.
굿판 한 켠에는 소원지쓰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등 참가자들로 하여금 풍물굿 관람 이외에 정월대보름굿 세시 음식과 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마을굿 축제의 또다른 힘은 자원봉사자다. 매년 30~4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나서고 있다. 축제 1기부터 17기까지 자원봉사자들간 모임이 이루어질 정도로 끈끈하다. 마을굿에 걸맞게 주민들과 함께 준비하는 것도 색다르다.
다만, 아쉬운 점은 필봉마을의 가구수는 약 20여호인데 필봉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약해 마을주민들이 물때문에 고충을 겪는다는 것이다. 임실군에서 임실필봉농악의 산실인 마을에 대해 너무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하루속히 마을사람들의 숙원인 물부족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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