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시절만 보더라도 여인들이 수태되면 아기를 낳을 수밖에 없는 시대에서 한 가족의 식솔들은 보통 8~10명의 대가족 단위였다. 농경사회에서 보리밥은 서민들의 주식이 되기도 했는데 인구는 늘고 단위당 소출이 적어 보리가 익기 전에 쌀이 떨어지는 현상이 해마다 일어났다.
사진 : 보리단술
지금처럼 보리껍질을 깎는 정맥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여인들은 절구통이나 확에 보리를 넣고 짓찧어 겨우 겉껍질만 벗겨내 밥을 지어 먹었던 시대로 보리밥을 지을 때는 보리쌀을 한 번 삶아내 대바구니에 건져 놓았다가 다시 밥물을 잡아 밥을 짓게 된다. 대바구니에 넣어 놓은 밥이 쉬어 쉰밥을 먹고 배탈이 나기도 하였던 시대가 있었다.
쉰 보리밥을 씻어 미지근한 물에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찌꺼기를 걸러내고 끓이면 술기 없는 걸쭉한 보리단술이 된다.
보리단술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면,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의 둘째아들 정학유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6월령에 보리단술에 관한 노래가 있다.
앞글 생략하고,
정자나무 그늘 밑에 좌차(座次)를 정한 후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 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메인 후에
청풍에 취포(醉飽)하니 낮잠이 맛있구나.
농부야 근심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뒷글 생략
정학유는 농부들이 정자나무 밑에서 점심을 먹는데 밥보다 보리단술을 먼저 마시고 밥을 먹은 뒤 낮잠을 청하는 농경사회의 한 풍속을 노래했다.또 김홍도의 풍속화에도 보리단술 마시는 농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보리를 이용한 술과 단술을 빚어 마셨던 것이다.
사진 : 단원풍속도첩의 보리단술 마시는 농부
그 시대의 서민층의 주식이었던 보리밥은 섬유질, 인, 철분, 비타민B1,나이아신(Niacin) 등이 함유되어 있어 심혈관질환, 변비, 각기병 예방 등에 효과가 있어 오늘날 참살이 음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筆者 註 : 좌차(座次) - 앉은차례로 식사 때 앉을 자리를 정했던 것으로 추정.
취포(醉飽) - 술에 취해 배부르다.
자료 : 농가월령가(6월령) - 정학유
단원풍속도첩 – 국립중앙도서관
옥천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