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물은 영원히 살 수 없으므로 죽음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인간도 그로부터 예외일 수 없다. 남자나 여자,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 죽음의 문 앞에 서게 된다. 그렇게 살아있었던 것들의 삶은 짧게는 한나절을, 길게는 수천 년을 사는 것도 있다.
사진 : 자실체가 터져나오기 전 매끈매끈한 액체가 흐르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동물 중에서 가장 오래 산다는 갈라파고스 거북이는 152년을 산다. 포유류 중에서는 인간이 가장 오래 살며 소나무과 식물 중 캘리포니아 강털소나무가 무려 4.900년을 살았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하면 하루를 살고 간 하루살이도 있고 한나절을 살다 간 버섯도 있다.
사진 : 05:04에 촬영했는데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버섯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한나절이란 짧은 삶을 살다 간 말뚝버섯과의 노란망태버섯은 계곡의 물소리가 아침을 열면 노란망사치마 발등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향수를 뿌리며 화려한 삶을 시작한다. 이 버섯의 탄생은 동물의 출산과 비슷한 데가 있다. 버섯이 솟아오르기 시작되면 땅 속에 묻혀있던 둥근 조직이 벌어지고 그 사이에서 출산동물의 양수처럼 매끈매끈한 액체가 흘러내리면서 자실체는 그렇게 세상 속으로 터져 나온다.
사진 : 조선시대 국보 제262호 백자 ’달항아리’의 선과 같다.
버섯의 꼭대기에는 흰 구멍이 나있고 그곳으로부터 점액이 흐르면서 내뿜는 향기는30m에 이르고 벌 나비들이 모여든다.
이 냄새를 맡고 찾아든 곤충들은 점액을 빨고 포자는 또 다른 곳으로 옮겨져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게 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은 그 냄새를 악취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사람마다 후각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향’과 ‘악취’는 근본적으로 그 개념을 달리한다. 필자가 맡아본 노란망태버섯이 풍기는 냄새는 악취가 아닌 향기였기 때문이다.
사진 : 여기저기에서 노란망태버섯의 새끼들을 볼 수 있다.
비록 한나절의 짧은 삶이지만 죽을 때까지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노란망태버섯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에게 많은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사진 : 12:43 촬영 - 썩은 나무 베개삼아 아름다운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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