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坐之千里 步之萬里, 해미대첩
말 촬영을 해미읍성에서 한단다.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지 적합한 장소는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어딜 간들 무엇을 찍든 적응하면 다 무엇인가 꺼리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하고 기초를 단단히 해 두면 어떤 곳에서든 작품은 나오기 마련이다. 빛, 노출, 배경의 구성, 주제의 배치와 동작, 그리고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해미읍성이라고 작품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혼자서 해미읍성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항상 그렇게 한다. 남들이야 무엇을 하든 필자는 발품을 무척 많이 파는 작가다. 혼자일 때는 축지법이라도 쓴 듯 걸음도 무척 빠르다. 군데군데 촬영해 볼만한 장소가 더러 있었다.
내심으로 어떻게 촬영해 보겠다는 복안을 다 세우고 읍성의 성문에 다시 돌아왔을 때 아직도 동료들은 그곳을 서성이고 있었고 그 사이 읍성을 다 둘러보았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거대한 트럭을 타고 말들이 도착했지만 필자가 생각하고 있는 장소를 여유 있게 처리할 짬을 주지 않는다.
이윽코 달랑 한 마리의 말을 보내왔다. 또 적응해서 촬영을 해 볼 수밖에..... 한창 필이 동했을 때 밖으로 나오라는 전화가 와지만 성 밖은 내가 촬영 하고자 복안을 세운 곳이 아닐뿐더러 이동을 하기엔 이미 너무 멀다. 어쨌든 그런대로 괜찮은 말 작품들이 나왔으니 되었고,...
필자가 장소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서 다음 기사에 坐之千里 步之萬里(앉아서 천리를 보고, 서서 만리를 보노라!)란 고사성어로 재밌게 풀어 연재하기로 하겠다. “김가중식 꼴리는 대로 세상그리기”엔 냄새를 맡는다는 글이 들어 있는데 흡사한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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