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타고내린 땀은 발효되어 청국장 냄새가 난다. 너럭바위 위에 가방을 내려놓고 겉옷 속옷 할 것 없이 물속에 처넣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피라미들이 떼로 몰려와 반갑다고 꼬리를 치는데 그놈들은 아마도 청국장 냄새를 맡고 몰려들었을 것이다.
청국장 냄새를 맡고 몰려든 피라미 떼
한참을 오르자 집채보다 더 큰 바위가 길을 막는다. 그 밑에 ‘약물바위샘물’이란 안내판이 있고 바위틈에서 솟아난 물은 얼음물 보다 더 차가웠다. 빈병에 물을 채워 넣고 천마산 정상이 100m 남았다는 안내판을 뒤로하고 정상에 오르게 된다.
812m 천마산 정상에 섰다. 이글거리던 불덩어리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남쪽으로는 남양주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아스라이 한강도 보인다.
약물바위 샘
촬영에 정신이 빠져있는 동안 어느새 해는 지고 정상에도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카메라를 주섬주섬 가방에 집어넣고 급하게 하산 길에 든다. 내려가다 보니 길이 없어졌다. 내려오던 길을 되돌아 다시 내려왔으나 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서너 번 오르내리다 보니 정상은 어둠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집으로 연락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집 전화가 12번이나 찍혀 있었고 ‘통화권이탈’이란 글이 눈에 들어온다. 긴박한 상황에서 스쳐가는 생각은 마실 물 있고 빵도 남아 있으니 바위 밑에서 밤을 세고 날이 밝으면 내려가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몹시 겁이 났고 당황하여 어찌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을 때 정상 쪽에서 불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50세 정도로 보이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호평동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길을 잃었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그렇게 하여 내려가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갈림길이 나오자 “저는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갑니다. 곧장 내려가시면 됩니다.” 가방에 남아 있는 녹차를 한 잔씩 나눠 마시고 헤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