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문경·상주 여행
선유계곡에서 옥량폭포까지 神仙들의 놀이터를 돌다
충북 괴산지역은 명산과 계곡이 많아 어디를 가나 맑은 물과 푸른 숲, 싱그러운 바람 등 자연의 수려함이 극치를 이루는 곳이다. 선유계곡, 화양계곡, 쌍곡계곡 등은 널리 알려져 있는 명승지이며, 산막이옛길 등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어 사시사철 즐길거리,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그리고,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는 대야산(930.7m)은 깎아지른 암봉과 온갖 형상의 기암괴석이 울창한 수풀로 둘러싸인 장엄한 모습으로 솟아 있어 흔히 북한산과 도봉산을 합친 것 같은 명산으로 비유되기도 하며, 대야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용추계곡과 용추폭포 역시 너무나 유명하다. 충북 괴산은 또 경북 문경과 상주가 인접해 있어 문경가은촬영장 및 석탄박물관, 문경새재, 상주 맥문동 솔숲, 옥량폭포 등도 쉽게 돌아볼 수 있다.
필자는 1박2일 일정으로 사진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충북 괴산을 찾았다. 괴산의 명승지 중 하나인 선유동 계곡 입구에 동호회 회장의 농가가 있어 그곳에 머무르면서 피서 겸 주위 사진찍을 만한 관광지를 돌아보기로 했다.
선유계곡은 2년 전에도 와 본 적이 있는 계곡이다. 화양동 계곡에서 7㎞거리에 있으며, 괴산군 송면에서 동북쪽으로 1~2㎞에 걸쳐 있는 계곡이다. 조선시대 유명한 학자 퇴계 이황이 7송정(현 송면리 송정마을)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갔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경치에 반하여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9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 한다.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 글자는 없어졌지만 절경은 여전하다.
화양동이 남성적인 아름다움을 보인다면 선유동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으며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곳이라는 선유동문을 비롯해 경천벽, 학소암,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 은선암이 9곡을 형성하고 있다.
또, 화양계곡은 선유동계곡에서 7km거리, 도명산 아래 위치한 계곡이다. 1975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84년 국립공원에 편입되었으며 청주에서 동쪽으로 32㎞ 지점인 청천면 화양리에 위치하고 있다. 청천면 소재지로부터 송면리 방향 9km 지점에서 3km에 걸쳐 화양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좌우에 산재해 있는 명승지이다.
넓게 펼쳐진 반석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의 울창한 숲이 장관을 이룬다. 조선 중기에 우암 송시열 선생이 산수를 사랑하여 이곳에 은거한 곳으로 중국의 무이구곡을 본받아 화양동에 9곡 경천벽,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천으로 이름지었다 한다. 그와 관련된 유적이 많으며, 산자수려한 구곡이 훼손되지 않은 채 잘 보존되어 있다.
쌍곡구곡 역시 산수가 아름다워 조선시대 퇴계 이황, 송강 정철 등 당시 수많은 유학자와 문인들이 쌍곡의 경치를 사랑하여 이곳에서 소요하였다고 한다. 괴산에서 연풍 방향으로 12㎞ 지점의 칠성면 쌍곡마을로부터 제수리재에 이르기까지 10.5㎞의 구간에 호롱소, 소금강, 병암(떡바위), 문수암, 쌍벽, 용소, 쌍곡폭포, 선녀탕, 장암(마당바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많은 전설과 함께 주위에는 보배산, 칠보산, 군자산, 비학산의 웅장한 산세에 둘러 싸여 있고,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이 기암절벽과 노송, 울창한 숲과 함께 조화를 이룬다. 특히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칠보산과 충북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군자산은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충북 괴산군과 경북 문경시의 경계를 이루는 대야산에는 비경이 한 둘이 아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2단으로 이뤄진 용추폭포의 장관이야 말로 비경중의 비경이 아닐 수 없다. 암수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는 전설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용추 양쪽 거대한 화강암 바위에는 두 마리의 용이 승천을 할 때 용트림 하다 남긴 용비늘 흔적이 신비롭게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아무리 가물어도 이곳의 물은 마르는 일이 없어 옛부터 극심한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올리기도 하였다고 한다.
용추의 형상을 보면 위아래 두 개의 용추가 이어졌으며 수만년 기나긴 세월을 쉼 없이 흘러내려 마침내 떨어지는 폭포 아래에는 신비스러운 하트형으로 깊게 파인 소(沼)가 절묘하다. 윗 용추에서 잠시 머물던 물이 다시금 매끈한 암반을 미끄럼 타듯 흘러내려 부드럽게 이루어 놓은 것이 아래 용추로 하절기에는 개구쟁이 꼬마들의 미끄럼틀로 이용되기도 하는 곳이다.
용추폭포 위의 넓디넓은 암반지대를 지나 20분쯤 올라가면 월영대(月影臺)라는 또다른 명소가 기다리고 있다. 휘영청 밝은 달이 중천(中天)에 높이 뜨는 밤이면 희디흰 바위와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위에 어린 달 그림자가 더할 나위없이 아름답다 하여 월영대라는 이름 붙여졌다. 운강이강년기념관-칠우대-와룡담-월파대-세심대-무당소-용추폭포-월영대에 이르는 8.4km의 ‘선유동천 나들길’은 트레킹 코스로도 유명하다.
다음날은 경북 상주학생수련원 앞에 위치한 맥문동솔숲 및 옥량폭포를 찾았다.
맥문동(麥門冬)은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산지의 나무 그늘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꽃은 5-8월에 연한 자주색으로 피는데 마디마다 3-5개씩 모여 달려 길이 8~12센티미터의 총상꽃차례를 이룬다. 3~4월이 수확기로 맥문동의 덩이뿌리를 말리면 반투명한 담황색이 되는데, 기침과 가래를 멎게 하거나 폐장의 기능을 돕고 기력을 돋우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이것을 강장·거담·진해·강심제 등에 사용한다.
소나무숲 아래 군락을 이루고 있는 맥문동은 그 자체가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다. 자주빛 맥문동이 피어 있는 솔밭 풍경은 마치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이 은은하다.
맥문도솔숲에서 오전을 보낸 후 옥략폭포로 향한다. 옥량폭포는 경북 상주시 화북면에 위치한 폭포이다. 입석리 마을 도로변에서 300m 쯤 완만한 비탈길을 오르면 우측으로 폭포 계곡을 만난다. 날씨가 가물어서인지 폭포물은 많지 않지만 폭포 주변의 바위 자체가 매우 웅장하고 특이하다.
상주시 화북면 일대에는 장각폭포, 오송폭포 등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폭포들이 널려 있다. 문자 그대로 폭포지대라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옥량폭포는 높이가 15m에 이르며, 폭포 위에 기묘하게 놓여진 천연돌다리 밑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옥량폭포는 상류 쪽으로 올라가서 내려다 보면 새로운 각도에서의 장엄한 폭포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사람이 일부러 다리를 놓은 듯 거대한 바위가 일자형으로 놓여있다. 옥으로 다듬은 대들보 같다해서 옥량폭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옥량폭포는 백악산(858m) 산행의 기점이기도 하다. 백악산은 속리산 국립공원 북부에 솟아 있는 고봉들 중의 하나로 백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산이다 . 산에 올라 작은 바위들을 넘다보면 백 개는 충분히 되리라 생각이 들 정도로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려있다.
옥량폭포에서 몇걸음 더 오르면 석문사라는 절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절뒤에는 거대한 눈썹바위 아래 보굴이 있다. 옛날 굴 속에는 미륵이 있었고 굴 밖에는 보굴암이라는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조선조에 수양대군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눈치 챈 그의 딸이 아버지가 하는 일이 옳지 못함을 이유로 궁을 나갔는데 우연히 이 암자에 있던 김종서의 손자와 사랑에 빠져 이 굴에 숨어 살았다는 얘기가 전해져 온다. 스토리는 약간 변형됐지만 KBS드라마 ‘공주의 남자’의 배경이 되는 암자이다.
옥량폭포 아래 계곡에 발을 담그고 바위에 누워 물소리를 들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어쩌다 보니 이틀간 신선들의 놀이터 만 돌아다닌 기분이다. 숲과 계곡의 시원한 기운이 온 몸 깊숙히 파고든다. (글,사진/임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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