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북관계 풀릴까? 그리운 북녘땅
10여 년전의 북한여행을 되돌아본다
8월 25일 새벽, 무박4일간의 남북마라톤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서부전선에서의 북한 포격도발로 야기된 긴장으로 수일간 준전시상태까지 이르렀던 위기상황이 일단 해소됐다. 이제 남북관계 풀릴까?. 남북공동발표문을 보면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교류를 활성화할 것이라 한다. 언제쯤 금강산이나 백두산 관광길도 열릴까? 민간교류는 얼마나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오래 전에 다녀왔던 북녘 땅, 그곳 동포들의 모습이 새삼 뇌리를 맴돈다. 다시 가보고싶다. 그리운 북녘땅.
벌써 10여 년 전. 필자는 우연한 기회에 5박 6일간 북한을 다녀 올 기회가 있었다.
2002년 5월, 대한항공 전세기로 제주공항에서 평양순안공항으로 직항했다. 가까우면서도 참으로 먼 땅, 불과 1시간 30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였다. 드디어 평양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이곳이 평양이란 말인가? 감개가 무량했다. 공항건물 정면에는 김일성주석의 대형사진이 걸려 있어 이곳이 북한 땅임을 실감케 했다. 북한측 관계요원들이 마중나와 방문단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 일행은 사전에 개인신원을 북한측에 보냈기 때문에 사진이 붙은 개인명찰 만 목에 걸고 간단히 트랩을 내렸다.
평양으로 가는 길과 시내 곳곳에는 "김정일 장군님 만 계시면 우리는 이긴다.", "혁명의 수뇌부를 결사 옹위하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21세기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 , "불요불굴의 공산주의 혁명투사 김정숙 어머님을 따라 배우자", 심지어는 "우리는 행복해요.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 라는 구호까지 보였다. 다양한 문구의 김일성 수령, 김정일 장군을 찬양하는 붉은 글씨가 거리와 건물벽 등에 걸려 있다. 북한의 모든 주민들은 김일성배지를 달고 있었다.
대형버스 몇대로 평양으로 이동하여 고려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고려호텔은 평양에서 가장 좋다는 호텔중 하나이다. 평양직할시 중구역 창광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1985년 8월에 개관하였으며, 쌍둥이탑 건물형식으로 된 45층 건물이다. 510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다. 건물의 꼭대기인 44~45층에는 회전전망대 식당이 있는데 시간당 1번씩 회전한다. 규모는 컷지만 서울로 치면 별 세네개 정도의 낡은 시설이었다. 지난 6월 11일에 화재가 났던 그 건물이다. 2000년대초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을 치를 때 행사장으로 이용된 적도 있는 곳이다.
평양 시가지는 한산했다. 차는 있었지만 많지 않았고 평양 시내를 가로지르는 광대한 도로에는 흰색 유니폼을 입은 여성이 발레를 하듯 우아한 몸짓으로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평양 도로에는 신호등이 없는 것 같았다.
호텔에 여장을 푼 후 먼저 만경대학생소년궁전으로 안내되었다. 이곳은 북한이 자랑하는 청소년학습장이다. 현대식 건물로 잘 지어져 있다. 우리일행은 청소년들의 소조활동을 둘러봤다. 무용, 서예, 수예, 가야금, 태권도, 컴퓨터실 등 시설이 좋았다. 이곳만 보면 북한의 소수학생들의 경우 좋은 과외활동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소수일 뿐이고 북한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저녁 때는 대규모 환영행사도 마련해 줬다. 무대 전면에는 김일성 주석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고, 공연단의 공연과 평양 교예단의 써커스도 보여줬다.
연이어 평양시내, 김일성 생가, 주체사상탑, 개선문, 미술품 등 전시 및 판매를 하는 만수대창작사 종합전시관, 대동강, 모란봉, 을밀대, 서해갑문 등을 돌아봤다.
만경대고향집이라고 불리우는 김일성 생가는 김일성 주석의 조상 및 가족을 섬기는 대표적인 곳이다. 우리가 방문한 날도 수천명의 어린 학생들이 성지순례하듯 줄지어 참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안내원은 청산유수처럼 유창한 말씨로 김일성수령의 위대함을 찬양하였다.
주체사상탑은 1984년에 김일성주석의 70회 생일을 맞아 설립한 것이라 한다. 탑신 150미터, 봉화 20미터, 총높이 170미터의 탑으로 김일성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대동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망대가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김일성광장, 대동강 등 평양시내가 한눈에 전개된다.
개선문 역시 김일성 주석의 70회 생일기념으로 건축된 것이라 한다. 크기가 파리의 개선문을 능가한다고 하는데 건물벽에는 당연히 김일성 주석 찬양글이 새겨 있었다. 이곳은 김주석이 항일운동에서 개선하여 처음 연설한 곳이라 한다. 이 때문에 지역이름도 개선구역으로 붙여졌다고 한다. 북한관광지의 모든 관광안내원들은 거의 대부분이 여자이며 고도로 숙련된 사람들이었다. 이곳 안내원도 김일성주석의 공적에 대하여 너무도 설명이 유창했다. 개선문이 건축된 해부터 18년간 계속 이곳에서만 안내를 맡고 있다고 한다.
을밀대는 서울의 남산과 같이 그리 높지 않은 모란봉이라는 산봉우리에 세워진 정자이다. 대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아름다운 산이다. 이곳이 그 유명한 을밀대란 말인가? 남산의 팔각정과 비슷한 정자에서 필자는 감회에 젖어 속으로 ‘한많은 대동강’ 노래를 혼자 읊조려보기도 했다.
다음 일정은 냉면의 본가로 유명한 옥류관. 대동강변에 자리잡은 옥류관은 식당이라기 보다는 영빈관 수준이다. 대궐 모양의 건축양식에 수천명(?)을 한꺼번에 맞이할 수 있는 정도의 넓이다.
평양단고기집도 비슷했다. 북한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부른다. 이 식당은 개고기 만 전문으로 하는 집인데 그 규모가 엄청나다. 천명 이상 한꺼번에 맞을 수 있다고 한다. 개고기 요리가 코스로 나오는데 거의 양식 수준이다. 부위별로 코스로 나오고 마지막에 탕이 나온다. 코스가 다양하고 그 맛이 매우 담백하다. 마치 고급 양식을 먹는 기분이다. 이곳 식당에도 역시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장군의 교시(어록)가 걸려 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2000년 5월부터 평양단고기집 원자재수송차량 만은 고급승용차가 달리게 되어 있는 고속도로를 리용(북한에서는 "이용"이란 말을 이렇게 쓴다)할 수 있도록 크나큰 배려를 해주시었다”는 글과, “단고기로 여러가지 요리를 만들어보라”는 김일성 수령의 교시도 입구에 게시해 놓았다.
동명왕릉, 단군왕릉도 방문했다. 그 두곳을 성역화 해 놓고 있었다.
평양시 역포구역 무진리 왕릉동에 위치한 고구려 동명성왕(東明聖王)의 무덤은 1994년에 대대적으로 개건(改建)한 것이다. 이 무덤은 고구려 무덤형식인 돌무지무덤과 봉토돌방무덤의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있어서, 돌무지무덤이 봉토돌방무덤으로 바뀌는 시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단군왕릉은 평양시 강동군 문흥리 대박산기슭의 능선마루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1.8㎢이고, 피라미드형으로 화강석 1,994개를 다듬어 쌓아 올렸다. 무덤의 높이는 22m, 너비는 50m에 달한다고 한다. 단군왕릉은 크게 단군릉개건기념비구역과 석인상구역 및 중심구역으로 나뉜다. 단군왕릉은 무덤 속까지 들어가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무덤칸 바닥에는 2개의 관대가 남북방향으로 나란히 놓여 있고 그 위에는 단군과 그 아내의 유골이 있는 관이 각각 놓여 있다. 우리의 시조인 단군왕검의 유골이 묻혀 있다니 믿기 어려웠지만 어쨋든 엄청나게 큰 무덤으로 복원해놨다. 북한의 국보 문화유물 제174호로 지정되어 있다.
평양에서 직접 백두산에 가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하일라이트. 평양순안공항에서 고려항공 비행기 2대로 분승하여 약 1시간 가량 가니 조그만 시골 비행장에 내렸다. 해발 1,400미터의 삼지연공항이다. 그곳에서부터 소형버스 십여대에 나눠타고 백두산으로 향했다.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 침엽수림 사잇길을 거의 두시간 가까이 가니 2천미터가 넘는 초소까지 올라갔다. 그리 험하지도 않고 위로 올라갈수록 나무도 별로 없는 밋밋한 길이었다. 벌써 2천 미터를 넘었다니, 백두산 천지 높이 2,190미터, 최고봉인 장군봉이 2,749미터이니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백두산 정상에 비바람이 심해 오늘은 올라갈 수 없다는 거다. 어떻게 온 길인데 얼마나 오르고싶었던 백두산인데, 참으로 한스러웠다. 허나 어쩌랴. 백두산 천지 및 정상을 눈 앞에 두고 되돌아 설 수 밖에 없었다. 안내원 얘기로는 백두산천지가 구름없이 맑은 날은 일년에 20일 미만이란다. 내 평생 다시 또 이 길을 올 수 있을지, 가슴이 메어온다. 백두산 천지는 최고수심이 384미터, 평균수심 213미터, 둘레가 14킬로미터라고 한다.
우리 일행은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하산할 수 밖에 없었다. 산 허리에서 화산석 돌멩이 하나 주워 보물처럼 배낭에 넣었다. 비를 맞으며 그냥 돌아왔다. 내려오는 길에 호텔에서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먹고 김일성이 항일빨치산활동을 하던 백두산밀영, 정일봉으로 향했다. 깊고 깊은 백두산 자락의 은밀한 곳인데 해방 전까지 혁명사령부였다고 한다. 북한당국은 이곳을 혁명유적지로 개발해 놓았다. 이곳 안내원들은 모두 여자들인데 인민군 군복을 입고 있다. 처음에는 군복 모양에 거부반응이 있었는데 이를 눈치챘는지 이 옷은 군복이 아니라 항일복이라고 설명한다. 안내원들은 친절하게 우리들을 안내하고 자유롭게 사진촬영도 함께 했다.
김일성 주석이 빨치산활동하던 시절 이곳에서 부인 김정숙과의 사이에 김정일을 낳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정일봉이라고 붙였다고 한다. 산 정상 암벽에는 ‘정일봉’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무려 100톤 무게의 바위라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삼지연참전대기념비가 있는 전적지도 둘러봤다. 일본군을 몰아내고 조선인민혁명군이 무산지구에 진입한 것을 기념하는 곳이라 한다. 평양에 있는 만수대 김일성동상에 이어 북녘에서 두번째 높은 김일성 동상이라 한다.
필자 일행은 평안북도에 있는 묘향산도 방문했다.
고속도로를 달려 2시간 반 정도, 서산대사와 사명대사가 계시던 곳이다. 고속도로는 잘 만들어져 있는데 차가 거의 없다. 고속도로 중앙에 차를 세워놓고 소변을 보고 사진도 찍는 등 10여 분을 보냈다. 그런데도 지나가는 차가 전혀 없다. 이게 북한의 실정인 것 같다. 남한 TV에서 보고 듣던 그대로다. 시내든 어디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김정일 장군을 칭송하는 붉은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것도 우리가 T.V에서 본 그대로이고, 안내원 이외 북한일반주민들은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지만 생활이 정말 어렵다는 것도 사실인 듯 했다.
묘향산의 주 방문처는 보현사. 서산대사가 계셨고 사명대사도 몇년간 계셨던 곳이다. 북조선 국보유적인 13층탑이 유명하고,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인쇄본이 보존돼 있다. 묘향산 입구에 있는 향산호텔이라는 현대식 호텔에서 산채음식으로 점심을 때웠다. 이 호텔은 지난 8월초 북한을 방문한 이휘호 여사가 머물렀던 호텔이기도 하다.
묘향산 입구에 국제친선전람관도 가 보았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외국으로 부터 받은 선물을 전시한 곳이다. 1978년도에 개관하였다고 하는데 규모가 굉장히 크다.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선물도 보인다. 특히 정주영회장의 선물은 현대자동차다. 대형 인물사진과 함께 전시해 놓고 있었다.
평양의 지하철은 1973년에 처음 개통되었다고 한다. 처음 천리마선(6개역)에 이어 혁신선 (9개역), 만경대선(2개역) 등이 개통되었는데 이들은 모두 지하 100미터-150미터 정도의 깊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가파른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총연장 34km 길이인데 지하철역이 꽤 호화롭다. 벽 여기저기에 벽화가 보인다. 그래서인지 북한주민들은 지하철을 "지하궁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전력부족으로 조명이 어둡고 환기도 잘 되지않는 것 같았다.
마지막 날에 방문한 곳은 서해갑문, 평양시내에서 서해갑문까지는 16km 정도의 거리이다.
서해갑문 입구에 도착하자 기념탑이 보인다. 갑문 위 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계속했다. 도로는 왕복 2차선이고 역시 중앙선은 보이지 않는다. 도로 왼쪽에는 철로가 놓여 있다. 8km를 더 들어가니 갑문 도크가 보인다. 도크 옆에 기념관이 서 있다. 미모의 여성 안내원이 나와 주위 시설을 설명하고 안에 들어가 건설과정을 소개한 비디오를 보여준다.
서해 갑문은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하구댐이다. 지도를 보니 서해갑문 상류에 평양 위쪽까지 대여섯 개의 갑문 표시가 되어 있어 갑문이 댐을 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해 갑문은 평남 남포시와 황해북도 은율을 잇는 8km의 하구언으로 1981년부터 1986년까지 건설했다고 한다. 건설 전에는 남포에서 은율을 가려면 평양으로 가서 사리원을 거쳐 200km를 돌아야 했다. 이곳이 이제는 왕복 2차선 도로와 철로로 연결되었다. 갑문의 밑면은 200~250m규모이고 상부는 16m 이다.
건설 전에는 평양까지 서해 바닷물이 들어와 농사에 지장을 받고 장마 때는 큰 홍수피해를 입었으나 갑문 건설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또 서해 일원의 간석지가 8만여 정보 생기고 이 지역의 식수와 농업용수 문제가 해결되었다. 건설비는 당시 40억불이 들었고 담수호는 29억톤의 물을 가둔다고 한다. 남한의 소양강댐 규모 정도인 듯 하다.
이제 5박6일간의 북한방문일정을 끝내고 남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음이 무척 아프다. 분단된 조국의 슬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동강은 말없이 흐르기만 한다.
다시 순안공항. 몇일간 정들었던 안내원들의 작별인사가 정말 아쉽고 서운하다. 마치 형제자매를 남겨 놓고 떠나는 심정이다. 그들 모두가 핏줄이 같은 동포이기 때문이리라. 어디를 가나 우리를 환영하는 물결이 뜨겁고 어쩌면 애처롭기 조차 했다. 그들도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단군왕검을 한 조상으로 모시고 있는데...
필자가 북한을 방문하기 전에 상상했던 북한사회. 완전히 폐쇄적이고 이름 그대로 동토(凍土)일 것이라는 예상은 5박6일간의 일정을 마치면서 다소 달라졌다.
제한적이기는 하였지만 북한주민들과의 대화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었고, 그들 역시 매우 친절하게 대화에 응해주었다. 우리 일행 버스가 시내를 지날 때 마다 길가의 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꾸미거나 의도된 환영은 아닌 것 같았다. ‘제주도민 북한방문단’이라는 현수막이 버스에 걸려 있으니 반가워서 손을 흔들었을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야간에도 안내원들의 안내를 받을 경우 호텔주변의 노점상(포장마차 형식인데 아리랑축전 기간동안 임시로 외국인방문객들을 위해 설치한 것 같았다)에서 술을 마시거나 토산품 등을 살 수가 있었으며, 여행 기간 내내 비디오든 일반카메라든 사진을 찍는데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안내원들은 우리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동반촬영에 응해 주었다. 물론 그 대상이 주로 관광지였고, 안내원들 역시 고도로 훈련받은 요원들로 추측되기 때문에 이것 만으로 쉽게 북한의 개방분위기를 속단할 수는 없다.
우리가 방문한 기간이 마침 아리랑축전, 즉 대규모 매스께임 등 북한이 자랑하는 축제기간이라 외국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개방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 다시 북녘땅을 밟아볼 수 있을까? 이것이 내 생애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인가?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북한 땅이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독일이 통일되기 1년 전인 1988년(통일 발표는 1989년, 정식 통일은 1990년에 이뤄졌음). 필자는 회사 대표로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차 서베를린에 가 본 적이 있다. 당시 서독과 동독으로 나눈 그 베를린 장벽에는 한(恨) 서린 낙서들이 어지럽게 그려져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장벽 너머로 동독 건물과 사람들도 보였다. 조그만 강을 이은 다리 하나. 그 짧은 다리를 건너면 동독이라고 하던데, 바로 눈앞에 동독이 보이던데 그 독일이 1년 후에 통일이 됐다. 우연히도 필자는 분단된 독일, 그 베를린장벽을 거의 마지막 순간에 보게 된 것이다. 베를린장벽 앞에서 필자는 당연하게 우리나라의 38선을 생각했다. DMZ를 그려봤다. 우리는 독일처럼 통일이 될 수 없는가? 우리는 왜 이렇게 철조망으로 나뉘어 서로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있어야 하는가?
우리의 조국은 분명 하나. 북녘동포들 역시 같은 피가 흐르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한글로 말하는데, 소설가 황석영씨가 말하듯 북녘 땅에도 분명 사람이 살고 있던데......(글,사진/임윤식)
*이곳에 올린 사진들은 2002년 당시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다시 스캔한 것이므로 화질 및 선명도가 많이 떨어짐. 또한 필자 방문 이후 건물이나 시설 등이 바뀌었을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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